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히스토리히스테리

유럽에서 메이저리그를 볼 수 있게 된 그 날

1962년 7월 10일 세계 최초 통신위성 텔스타 1호 발사 임소정 기자

꿈만 꾸던 일이었다. 대서양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것은. 워싱턴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유럽 안방에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케네디가 달러 평가절하설을 부정하자 유럽시장은 즉시 달러 강세로 화답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막간을 활용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도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넜다. 지상의 중계탑으로는 불가능한 일. 2주 전 쏘아올린 위성 덕분이었다.


1962년 7월10일 세계 최초의 통신위성 텔스타 1호가 NASA의 델타 로켓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미 AT&T 벨연구소의 존 피어스가 중심이 되어 개발한 텔스타 1호는 태양열 집열판으로 뒤덮인 지름 88㎝의 공 모양 위성이었다. 1000~6000㎞ 높이에서 타원을 그리며 도는 이 위성은 지구에서 쏘아올린 TV 신호를 증폭시켜 전송하는 하늘 위 중계탑이었다. 

텔스타 1호는 오늘날의 통신위성들 같은 정지궤도 위성은 아니었다. 낮은 고도에서 2시간30여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타원궤도로 움직였기 때문에 실제 통신이 가능한 시간은 매번 20분을 넘지 못했다. 그해 12월, 미국 앤도버·영국의 군힐리 다운스·프랑스 플뢰메르 보두 등 세 기지국 모두 위성의 이상을 보고했다. 수명을 2년으로 예상했던 텔스타 1호가 갑작스러운 고장을 일으킨 것이었다. 위성 발사 하루 전과 석달 뒤 각각 미국과 소련이 텔스타 1호의 궤도 근처로 발사한 핵폭탄의 방사능 덕분이었다. 63년 1월 재가동된 텔스타는 결국 2월21일 기능을 완전히 멈췄고, 5월 발사된 텔스타 2호가 못다한 업무를 이어갔다.

텔스타 1호는 단명했지만, 그 이름은 아직도 남아 있다. 텔스타 18호 등 후배 위성들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며, 동명의 음악을 연주한 5인조 그룹 토네이도스가 62년 12월 영국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다. 축구공 하면 떠오르는 하얀 육각형 20개와 검은 오각형 12개로 이뤄진 공의 이름도 텔스타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공인구로 도입돼 74년 서독월드컵까지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