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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앞얘기, 뒷얘기/임소정의 '사이언스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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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서 두근두근 하는 걸까, 두근거리니 좋아한다 생각하는 걸까 오늘은 드라마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매회 깨알 같은 재미와 염통을 쫄깃하게 하는 긴장으로 버무려지고 있는 이라는 드라마가 오늘 막을 내리는데요. 국민 호감 배우 독고진과 비호감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이 주변 사람들의 비난과 오해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마음은 벌써 거름밭에 아니 TV 앞에 가있는 쏘댕기자입니다. 드라마 에서 주인공 독고진은 10년 전 인공심장을 이식받았다며 손목에 심박계를 차고 다니며 심박수를 체크합니다. (사실 인공심장을 10년이나 체내에 장착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덧붙이겠습니다.) 1분에 60~90회까지는 안전구역이라 파란색이고, 90회를 넘어가면 빨간색과 경고음이 나오죠. 그런데 누군가의 휴대폰 벨소리로 ‘두근두근’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거나 그 휴대폰의..
비만은 전염되는 것일까? 날씬한 몸매와 소셜 네트워크의 상관관계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혹시 내가 비만이라면 내 주변에 비만인 사람이 많을까, 날씬한 사람이 많을까. 혹시 내가 자꾸 살이 찌고 있다면 내 주변 사람들도 살이 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비만은 혹시 전염성이 있는 것일까. 미국의 한 지역에서 친구와 형제, 배우자, 이웃으로 살아온 1만2천여명의 비만도 변화를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조사한 ‘The Spread of Obesity in a Large Social Network over 32 Years’(원문보기 클릭)를 참고하면 해답이 될 것 같다.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박사와 제임스 파울러 박사는 BMI(Body Mass Index, 몸무게를 미터 환산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비만도) 수치를 조사해 그림으로 나타냈다...
'기적의 치료제'와 세균의 쫓고 쫓기는 전쟁 한동안 ‘나는 잠수다’ 상태였습니다. 야근과 술로 점철된 생활을 하다 보니 ‘사이언스 톡톡’에 쓸 아이템을 생각했다가 잊고 또 잊고... 그동안 유일하게 열심히 한 건 드라마 시청이었습니다. 악역배우를 향한 삿대질은 기본, 주인공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TV를 향해 말을 거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본격 아줌마 시대'의 개막이랄까요. 덕분에 오늘은 드라마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일본에서 시즌2를 방영중인 이라는 드라마는 막부 말기였던 1860년대로 시간이동을 한 뇌외과의사 미나가타 진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진지한 이 의사는 열악한 환경에서 현대의술을 최대한으로 구현해 많은 사람들을 살립니다. 그 과정에서 사카모토 료마와 같은 역사 속 인물과 마주하자, 자신의 의술로 인해 죽..
"약은 먹고 다니냐" - NYT블로그에서 벌어진 비타민논쟁 “뭘 믿고 운동을 안 하냐” 초절정(?) 동안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계신 40대 중반의 모 선배가 제게 호통을 치시더군요. 봄이 된지 한참인데 감기군이 자꾸 자꾸 찾아온다고 투정을 부렸다가 밥과 야단을 함께 냠냠했더랬습니다. 이런 대화는 종종 깔때기처럼 “비타민이나 보약은 먹냐”로 이어지곤 하는데요. 그 이야기까지 갔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냉장고 속 보약 뿐아니라 보약급으로 지어놓은 비타민마저 식탁 위에서 명상 중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제게도 이유는 있습니다. 비타민 덩어리가 너무 커서 자꾸 목에 걸리는 바람에 약냄새 나는 트림과 멀미라는 부작용이 나타났으니까요. 그래도 비타민은 먹어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제 모 대학 보건대학원장이신 ㅅ모 교수님께서는 “의사들 중에서..
환자는 의사의 적이다?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겉보기 등급과 달리 자주 골골대는 나는 평소 병원에 가는 것을 서슴지 않는 편이다. 하루만 화장실을 못 가도 CT촬영까지 감행하신다는 울 아버지의 건강염려증과 행태는 비슷하지만 원인은 정반대다. 아버지는 칠십 평생 꾸준히 새벽운동(요즘은 무려 새벽 2시에!)을 해왔다는 자신감 때문에 조금만 아파도 크게 놀라시는 거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운동이라곤 장운동밖에 안하는 관계로 병이 생기면 키우지나 말자 하는 생각에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 상처를 얻어오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는 상황 말이다. 콧물이 심해져서 “알러지성 비염이 있는데요”하면 “흥, 알러지 검사는 해보고 말씀하시는 거에요?”라는 이비인후과 의사. (학교 보건소에서 콧물이 줄..
뼛속까지 스미는 방사성 스트론튬의 공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 공포가 가라앉지 않을 기세입니다. 사고 등급이 7단계로 한 단계 높아진 데다 원전에서 30km 이상 떨어진 곳의 토양과 식물에서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90이 검출되면서 체르노빌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방사성 스트론튬의 대표주자 스트론튬90은 체르노빌 사고 때 방사성 낙진에서 다량 발견된 바 있습니다. 뼈에서 칼슘 대신 흡수되어 골육종과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데 반감기가 29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체내에도 아주 오래 머무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스트론튬이 아니라 방사성 스트론튬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스트론튬은 자연계에서 안정한 형태의 Sr84, Sr86, Sr87, Sr88의 네 가지의 혼합물로 존재합니다. 뒤의 숫자는 ..
행복하지 않은 공부벌레들 또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들어 네 명의 KAIST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제 네 번째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땐 참담한 기분마저 들더군요. KAIST의 학사관리 시스템에 대한 외부의 비판이 빗발친 데다 마침 학내 대자보까지 붙었던 날이었으니까요. 경쟁에 짓눌렸던 학생들도 ‘모두들 힘들구나, 함께 바꿔나갈 수 있겠다’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하지만 하루 하루가 버티기 힘든 사람도 있었던 겁니다. 징벌적 등록금제에 대한 비판이 봇물치자 어제 서남표 총장이 8학기 내 졸업자에 한해 성적 조건부 등록금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말과 함께요. 지난 4일 학내 게시판을 통해 ‘명문대생이 되려면 나약함을 이겨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때만 해도 사태가 더 확..
동굴 속 그녀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었다 한라산에 다녀왔습니다. 해발 1950m. 제 발로 오른 가장 높은 곳이었을 겁니다. 항상 최소한의 운동량을 유지하며 살던, 그래서 근육이라곤 타고난 종아리알과 턱근육밖에 없던 제가 왕복 10시간 산행이라니요. “운동을 하려면 평생 해야하므로 아예 하지 않겠다“는 저의 평소 지론을 아시는 분들은 다 놀라실 겁니다. (앞으로 지하철 서대문역 근처에서 계단 하나하나에 소리 지르는 단발머리 여성을 보신다면 저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산길에 바라본 한라산의 뒤태는 장엄했습니다만, 녹아내린 눈길에 엉덩방아를 찍었다가 미끄러졌는데 몸이 휙 돌아서 위를 보며 굴러 떨어지던 순간엔 ‘아, 이렇게 황천길로 직행하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 공포의 하산길은 관음사 코스였는데, 그 곳에 수직으로 뚫린 동굴이 하나 있더군요..
노벨상 줄게 생명을 다오? 목숨을 걸어야했던 방사성 원소 연구의 역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온 국민이 방사선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농담들을 합니다. 이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시버트(Sv)라는 단위가 익숙해지고, 포털에서는 지역별 실시간 방사선 수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 사고가 남일이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일 겁니다. 방사선이 처음 발견된 건 19세기 말이었습니다. 독일의 뢴트겐이 1895년 음극선관에서 두꺼운 검은 종이를 뚫고 나오는 빛을 발견했습니다. 음극선은 두꺼운 종이를 뚫지 못하므로, 뭔가 다른 선이 있다고 추측하고 X선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방정식에서 미지수를 X로 쓰듯이 말이죠. X선은 납과 백금을 제외한 나무와 유리, 고무 등 대부분 물질을 투과했고, X선 사진의 첫 모델은 뢴트겐 아내의 손이었습니다. 뢴트겐은 X선을 발견한 ..
'나노입자는 위험하다?' 나노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언제부턴가 ‘나노’라는 단어가 참 유행입니다. 나노기술을 활용한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요. 이 중에는 은나노 세탁기처럼 실제 은 나노입자를 활용했다고 선전하는 경우도 있었고, 인도의 저가 자동차 '타타 나노'처럼 작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큰 상관이 없어보이는 엠피쓰리 플레이어나 신용카드, 심지어 학습지 이름에도 나노가 들어갑니다. (‘나만의 노하우’라나요). 아마도 나노라는 말의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했거나, 첨단기술의 이미지를 덧입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몇해 전부터 해외에서 은나노 세탁기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노기술제품의 안전성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에 대해서도 위험성 논란이 있었고요.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나노제품 안전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
스도쿠보다 한수 위, 똑똑해지는 퍼즐 '켄켄'을 아시나요 얼마전 들고온 영자지의 퍼즐섹션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퍼즐을 발견했습니다. 원래 목적이었던 낱말퍼즐은 본체만체... 스도쿠 아래의 사칙연산 기호[+ - × ÷]가 등장하는 퍼즐에 뽕 빠져버렸습니다. 이 퍼즐의 이름은 켄켄(KenKen). 일본의 수학교사 미야모토 테츠야가 2004년 개발한 퍼즐이라네요. 격자 크기는 3x3부터 9x9까지 다양한데, 줄과 열에는 숫자가 한번씩만 들어가야한다는 점에서는 스도쿠와 유사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굵은 선으로 막아진 '케이지(cage)' 상단 왼쪽에 적힌 숫자와 기호가 포인트입니다. 케이지 안에 있는 숫자들을 그 기호를 활용해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눠서, 그 앞에 있는 숫자를 만들라는 건데요. 케이지 안의 숫자가 겹치는 것은 상관없지만, 줄과 열에서 숫자..
과학 교육, 왕도는 있을까요 미국 학생들의 과학 성적이 골치랍니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지난 1월 말 발표된 2009년 미국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 보고서 내용을 이미 기사로 접하셨을 지도 모르겠네요. 휴가기간 동안 호텔 방 앞에 배달됐던 하와이 일간지 (www.staradvertiser.com)를 모아왔는데, 구경이나 좀 하려고 출근길에 펼쳐봤더니 1월26일 자 1면 톱기사 ‘Science Scores Suffer’가 눈길을 끌더군요. 제 짧은 영어로는 대략 ‘과학 성적이 골치’ 정도 되려나 싶네요. 기사는 AP를 인용해, 2009년 치른 4학년과 8학년의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에서 하와이 학생들의 과학 성적이 매우 부진했다는 ..
여행자에게 필요한 과학상식 두 가지 얼마 전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미국 하와이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진 쾌적한 겨울날씨더군요. 아침저녁을 제외하면 반팔을 입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는데, 바닷물은 꽤 차갑습니다. 하와이는 8개의 섬이 북위 20도에서 22도 사이에 걸쳐있는데요, 필리핀의 윗쪽과 나란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과학상식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동쪽으로 갈 때와 서쪽으로 갈 때 비행시간이 달라지는 이유, 두 번째는 비행기 수면장애 예방법입니다. 1. 거리는 같은데 갈 때는 8시간, 올 때는 12시간? 하와이행 밤 비행기를 타면 내내 밤을 날아 같은 날 아침에 도착합니다. 중간에 날짜변경선을 넘어 하루를 벌게 되죠. 하와이에 갈 땐 ..
따라하지 말라고 하면 더 따라하고 싶은, 발칙한 실험의 세계 소년 에디슨이 닭을 품었다는 유명한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사람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10살 때 금속이 불에 타는지 궁금해서 철 수세미에 불을 붙여본 테오도르 그레이, 그는 커서 꽤 유명한 화학박사가 됐다. 과학교양지 에 'Gray Matter'라는 칼럼을 쓰고, 공학계산 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업체의 공동창업자로도 활동 중이다. 하얀 실험가운을 걸치고 제대로 된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가 펴낸 책 는 시쳇말로 ‘골 때리는’ 화학실험들이 가득하다. 그의 모든 역사는 시골농장의 창고에서 이뤄졌다. 그는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고(소화기의 드라이아이스를 활용), 전기 없이 전구에 불을 밝히고(생석회에 열을 가하면 석회광 발산), 팝콘을 튀길 땐 소금을 ..
노인(용)로봇, 콩쥐로봇, 아이로봇... 로봇과의 동거 21세기도 벌써 11번째 해를 맞았네요. 2000년부터로 치면 12번째일까요?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 네자리 숫자가 모두 바뀌는 ‘감정적 충격’을 새 천년의 시작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겠지만, 따지자면 21세기의 시작은 2000년이 아니라 2001년입니다. 서기는 0년 대신 1년부터 시작되니 1세기는 1~100년이거든요. (어차피 예수의 탄생 시기도 기원전 4년/기원후 6년 등 설이 분분하니, 천년의 경계를 맘대로 정한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겠지만요.) SF(공상과학) 소설과 영화는 미래를 향한 예언이자, 교본이었습니다. 하다못해 휴대전화도 TV시리즈 덕분에 만들어졌고요. 어렸을 적 로봇만화를 즐겨보고, 오빠가 조립한 로봇을 깨부수며 자란 저는 21세기만 오면 정말 로봇이랑 함께 살 줄..
올해의 과학 10대뉴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면 올해의 인물, 올해의 사건을 뽑는 움직임으로 분주해집니다. 과학계도 예외는 아닌데요. 지난 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는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1위는 노벨물리학상을 안은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 분야에 관련한 뉴스가 차지했네요. 2주 동안 진행된 네티즌·과학기술인 투표에서 무려 80%(1,511표 중 1,211표)를 얻었습니다. 사실 그래핀 자체보다는 ‘한국인 과학자가 아쉽게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관심이 집중됐죠. 에서도 포스텍 김승환 교수님의 칼럼으로 그래핀과 한국인 과학자에 대해 한번 짚은 적이 있었는데, 사이트 오픈 이래 최대 클릭수를 기록했습니다. 과총 선정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 목록 1 꿈의 ..
지속가능한 삶 = 지속가능한 빵? 지난주 수요일 여러 신문의 국제면에 해저 조각상과 오리발을 끼고 물 위에 동동 뜬 사람들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칸쿤에서 열리고 있던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겨냥한 환경운동가들의 퍼포먼스였는데, 해저 조각상 덕분에 왠지,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인류가 물 속에 잠길 것만 같은 불안감도 들더군요. 이 조각상은 지난달 문을 연 수중박물관(MUSA; Museo Subacuatico de Arte)에 설치된 조각상들의 일부입니다. 내년까지 총 400개의 조각상을 설치할 예정이며 영국 조각가 Jayson de Caires Taylor의 작품이라네요. 일반 시멘트보다 10배는 단단하고 ph가 중성인 시멘트로 만들어진 이 조각들은 관광객에 몸살을 앓고 있는 천연 산호초..
냉온탕 오가는 지구의 미래 2003년 WTO회의가 열렸던 휴양지 멕시코 칸쿤을 기억하시나요? WTO 반대시위 도중 농업개방에 반대하던 우리 농민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그곳 말입니다. 지금 칸쿤에서는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개막, 12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의 가장 큰 목표는 2012년 효력이 다하는 교토의정서 이후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칸쿤은 개도국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총량과 국가별 감축량 문제를 담는 새 프로토콜을 만드는 중차대한 역할을 어깨에 지게 됐습니다. 각국 정상들 대신 장관들만 참석한 회의에서 말이지요. 이게 다 지난해 코펜하겐총회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로 제한하자’는 숫자만 덜렁 내놓으며 구체적 합의를 칸쿤으로 넘겨버린 덕분입니다. 선진국은 ..
위장친화적인 커피가 있다면, 한모금 하시겠나이까 조금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커피 관련 뉴스를 전해볼까 합니다. 과식 후 더부룩할 때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곤 하지만, 사실 커피가 위벽을 자극해 위산과다를 만든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저도 가끔 하루 석잔 이상 아메리카노를 집중투여할 때가 있는데, 위염이 재발할까봐 조마조마 긴장하곤 합니다. (그룹 10cm의 를 벨소리로 쓰는 부작용인지 식후땡으로 한사발씩 안먹으면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몇달 전 출근길에 좀 쇼킹한 뉴스를 접했어요. 라는 팟캐스트에서 미국화학회에서 3월21일 발표된 ‘진한 커피가 위를 행복하게 한다’는 내용이 소개됐거든요. 언뜻 보기엔 정반대여야 할 것 같죠? 진하게 마시면 위벽을 더 자극할 것 같고, 위산도 더 많이 나와 속쓰릴 것 같잖아요. 만일 진한 커피가 ..
<맥가이버>와 <빅뱅이론>의 공통점은 얼마 전 상가에 갔더니 한 회사 선배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쏘댕씨 전공이 뭐였지? 뭐? 재료공학? 그럼 집에서 폭탄도 만드나?" 제 얼굴이 폭탄이라는 말을 돌려서 하신 건지, 패션 테러리스트적인 옷매무새를 지적하신 건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만, 문득 ‘폭탄의 달인’ 맥가이버의 전공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짜잔~ 포털 검색 결과, 맥가이버의 대학 전공은 물리학이었다는군요. 그러나 껌같은 플라스틱 폭탄 외에 직접 폭탄을 만들 때는 화학적 지식도 종종 동원됐는데 실제 저는 고등학교 화학실험 시간에 금속 나트륨이 물을 만나 폭발하는 걸 보면서 마치 제가 맥가이버라도 된 듯 감격의 도가니탕에 빠졌더랬습니다. (나트륨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서 칼로 자르면 반짝 빛나자마자 산소와 반응해 빛이 바래고 ..
'북한의 과학기술' 하면 떠오르는 것은 까놓고 말해서, 평균 생활수준으로 비교할 때 남한이 북한보다 좀 살만 합니다. 언론을 통해 간간히 접하는 북한의 모습은 최소 우리의 20~30년 전 풍경과 흡사하죠. 최근 모습이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부의 상징’인 뱃살이 강조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서민들의 삶으로 볼 땐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게 정설일 겝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없고 북한엔 있는 것도 있죠. 한반도 안보문제의 핵심인 핵무기와 우리는 미사일이라 부르는 인공위성 기술입니다. 핵이야 뭐 강대국 몇나라에서 자기네는 되고 딴데는 안된다고 우기는 바람에 국제적 왕따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아아 왕따를 부러워하지 말지어다) 인공위성 기술은 우리나라도 위성까진 만드는데 발사체가 난관입니다. 우리에겐 뼈아픈 두 번의 실패를 ..
이게 다 유전자 때문이다? 유전자 서열을 알려준다고 하면 누구나 솔깃할 듯하다. 그것도 싼 값에 알려준다면 금상첨화.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1000달러 게놈 시대를 향한 경주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는 '100달러 게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DNA 서열은 내 미래를 알려줄 만능 지도일까. 앞으로 내가 특별한 병에 걸릴 확률은 없는지, 그래서 조심해야할 것은 없는지, 혹은 대충 막 살아도 편안하게 세상 하직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내 부모에게서 찾을 수 없는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DNA 속 A,G,C,T들의 조합이 한도 끝도 없는 이 물음들에 답을 준다면 내 인생 편해지고 살림살이 나아질까.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스티븐 핑커는 2009년 1월 뉴욕타임스 인터넷에 실린 라는 글에서..
친환경적인 삶, 99번째 도전? 때는 바야흐로 1968년 5월. 한 남자가 배낭을 매고 홀로 알래스카의 호숫가 통나무집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딱 1년만 자연 속에서 살아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그의 이름은 딕(리차드) 프로네키. 당시 나이는 52세였습니다. 그는 얼마 뒤부터 자신이 살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통나무를 슥슥 자르더니 뚝딱뚝딱. 아귀가 척척 들어맞게 손질합니다. 해군 출신인 이 남자는 2차대전 때 목수로 활약했었다고 합니다. 집을 짓고 벽난로를 만들고 굴뚝을 붙이는 데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무로 숫가락까지 깎아내는 데서는 거의 감탄이 나옵니다. 웬만한 먹거리는 자급자족하지만, 가끔 친구가 필요한 물건들을 배달하러 옵니다. 외롭지만 그는 그가 만들어둔 눈길을 따라 동물들이 눈썰매 타는 것을 보면서 추운 겨울을 버텨냅니다...
카대학 원생들의 나날 왜이래, 나 카대 다닌 여자야 카이스트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고 이은주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아님 가수 서인영? 그것도 아니라면 슈스케(슈퍼스타K)2의 김소정? 불행히도 저는 카이스트 하면 퀴즈와 간식이 떠오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덕분입니다.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은 올 2월에 첫 문을 열어 현재 1기 24명의 원생들로 꾸려져 있습니다. 기자/PD 등 언론계 사람이 3분의2 이상이지만 금융계와 포스코 등 기업에서 오신분들도 있죠. 봄학기 넉달, 여름학기 석달, 가을학기 넉달 도합 11달을 줄창 내달리면 1월에 방학이 오는데요. 격주 토요일에 서울수업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공부를 시작한 많은 학우들이 거의 매주 대전 Kaist 캠퍼스를 오가다 봄학기가 마무리되기도..
친절한 생쥐씨 "난 괜찮았는데, 넌 어떻니?" '배아줄기세포 치료' 첫 시험무대에 서다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치료 효과에 규명할 임상실험이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실시됐습니다.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제론사(GERON社)가 지난 주 8일 조지아주 아틀랜타의 셰퍼드 센터 병원에서 최근 2주 내 척추 손상을 입었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 치료 임상실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험내용은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현 실험은 배아줄기세포의 안전성을 알아보는 1단계 실험입니다. 제론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와 관련 처음으로 임상 허가를 받은 기업입니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원래 지난해 1월에 제론사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GRNOPC1의 임상실험을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8월 생쥐 실험에서 낭종이 생긴 바람에 실험이 중단됐죠. 이후 ..
노벨상 '만년 1순위'의 비애 올 노벨 물리학상은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공동수상했습니다. 흑연에서 발견한 나노소재 그래핀의 특성을 밝힌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네요. 노보셀로프의 나이는 30대 중반. 과학자로서 꽤 운이 좋은 편입니다. 1900년대 초반과는 달리 누구나 인정할만한 연구결과가 나와도 꽤 오랜 시간 후속연구가 진행된 후에야 노벨상 수상의 영광이 따르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을 보면 말이지요. 한편, 함께 그래핀을 연구했던 한국인 학자에 대한 아쉬움의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임소정 기자 만년 노벨상 후보라고 하면 누가 생각나십니까? 우리나라는 고은 시인이 떠오르시겠지요. 매년 노벨상 시즌이 되면 문학담당들이 고은 시인의 집 근처에 속칭 '뻗치기'를 ..
노벨상 첫타자는 시험관 아기의 '대부'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어제 저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는데요. 시험관 아기 체외수정 기술을 개발한 영국의 에드워즈박사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오늘 저녁엔 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올 거고요. 화학, 문화, 평화, 경제학상 순서로 다음주 월요일까지 매일밤 박수소리가 들려오겠네요. 노벨상 홈페이지(http://nobelprize.org/)에선 한창 카운트다운이 진행중입니다. 캠브리지대 명예교수인 에드워즈 박사는 1925년생으로 올해 85세입니다. 그는 1969년 세계 최초 시험관 인간난자 수정을 시작으로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 스텝토와 함께 수정란 분화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1978년 7월 25일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루이스 브라운(Louise Brown)이 그들이 첫 성공한 시험관아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