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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이한승의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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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DNA의 미래 2013년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밝혀진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가끔 DNA 발견 60주년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DNA의 첫 발견은 훨씬 이전인 1869년이다.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DNA는 유전 물질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 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DNA가 유전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 독특한 물질이 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느냐를 알기 위해 여러 연구진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53년 4월25일, 과학잡지 네이처에 한 페이지 분량의 짧은 논문이 게재된다. 저자는 단 두 사람,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제목은 ‘핵산의 분자 구조: 데옥시리보핵산(DNA)의 한 구조’. 그리고 이 논문은 전설이 되었다. 놀라운 전설의 두 주인공들은 곧 유..
책 보고 하는 과학 모 영화잡지의 짤막한 20자 영화평 중 잊지 못하는 평이 있다. “책 보며 찍은 영화”라는 평이다. 그런데 이 평은 호평이었을까, 혹평이었을까? 분명 책을 봤다는 것은 공부를 했다는 뜻일 텐데 아쉽게도 영화는 혹평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데는 책에서 보고 읽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동서고금에 책은 공부와 학문의 대명사였다. 자고로 자녀가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하지만 책 쓰는 것이 패션이라고까지 일컬어질 정도로 다양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책은 좋은 선생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나쁜 가이드 역할도 한다. 과학에서는 특히 그렇다. 대부분의 학문은 축적적이지만 재현 가능한 사실을 다루는 과학은 특히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거나 교정되거나 좀 더 ..
2012년의 과학자, 제임스 캐머런 온다던 지구 종말이 오지 않은 2012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아마 정치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우리나라 대선을 마지막으로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6자회담 국가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바뀐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빠져 있는 가운데도 지구는 돌고 여러 가지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계속됐다. 보통 한 해의 끝은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저문다. 각종 분야에서 10대 뉴스를 선정해서 한 해를 마감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가수도 10대 가수를 뽑아 시상을 하곤 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의 유명 과학 저널이나 대중 과학 잡지들도 한 해의 주요 뉴스나 성과를 10가지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10대 가수 중에서 가수왕을 뽑듯이 보통 올해의 인물을 선..
비만의 과학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세상엔 제도 하나 바꾸거나 법 하나 만들면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교육 문제를 풀려면 이거 하나 고치면 된다”거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법만 만들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사람의 신뢰성 여부를 판단하는 나만의 방식은 문제를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를 보는 것이다.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풀 수 있다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비만도 그런 문제 중 하나다. 못 먹고 살던 시절 비만은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성인병의 상징이다. 통계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발병 비율이 2배 ..
생명공학 입시 가이드 지난주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관심 있는 학생들만 모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의외로 열기가 뜨거웠다. 많지 않은 경험이지만 청소년들 대상으로 과학 이야기를 하면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된 과학자들의 재능기부 행사인 ‘10월의 하늘’도 지난주 전국에서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정작 필드에선 주로 이공계 기피에 대한 이야기만 듣다가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내가 주로 이야기하는 분야는 주로 생명공학과 그 언저리에 대한 것이다. 최근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가 소위 차세대 기술 혁명 분야라고까지 일컬어지면서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중·고등학생들에게 가..
“돈이 되는 연구냐”고 묻지 말자 얼마 전 어떤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 책의 대표저자가 책은 무사히 서점까지 잘 나가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팔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유는 책 이름을 너무 평범하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좀 더 ‘섹시한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선정적인 정보를 비판하는 책의 내용에 맞춰 책 이름을 무난하게 지었더니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타당한 분석이다. 첫 눈에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면 헛수고가 되어버리기 쉬운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선정적으로 되어 간다. 책 제목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걸리는 언론 기사 제목만 그런 게 아니고 과학도 그렇다. 최근 쥐의 단백질에 관한 한 편의 논문이 뉴스에 소개되었다.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
금메달과 김치의 힘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우리나라 여자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 양궁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다. 전 세계가 한국 양궁의 비결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 로이터통신은 그 이유로 김치와 젓가락을 꼽았다. 한국 여성들은 예로부터 손으로 김치를 담그고 미끄러운 쇠젓가락을 쓰면서 손의 민감성을 키워왔고 이런 것이 양궁이나 골프와 같은 운동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젊은 양궁 선수들이나 골프 선수들이 김치를 담가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선조들의 그러한 습성이 유전된 것이라면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생물학의 기본 원리를 뛰어넘는 엄청난 발견이거나 후성유전학의 증거일 수도 있다. 아무튼 김치에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먹어서 힘을 줄 뿐만 아니라 김치를 담그는 것만으로..
‘점수 공화국’ 꺼내면 싸움 나는 주제들이 있다. 선동열이냐 박찬호냐, 차범근이냐 박지성이냐, 뭐 이런 것들이다. 그래도 동일 종목은 통계 지표라도 있지, 야구냐 축구냐, 김연아냐 박태환이냐, 뭐 이렇게 붙여놓으면 이건 그냥 싸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한정된 연구비를 항암제 개발에 줄 것인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줄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재화는 유한하고 경쟁은 무한하다. 평가는 어렵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평가는 불가피하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평가의 전쟁터다. 연구자 개인의 업적 평가부터 연구 과제의 평가까지, 평가받고 평가하는 것은 연구자의 일상이다. 선정평가, 중간평가, 연차평가, 최종평가 등등 연구자의 달력은 평가 일정표라고 해도 과언..
괴담 딱지치기 간단한 건강 상식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중 잘못된 정보는 모두 몇 개인가? 1)하루에 물 8잔을 마시면 건강해진다. 2)사람은 두뇌의 10%만 사용한다. 3)죽은 뒤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자란다. 4)면도 후 털이 더 굵고 짙게 자란다. 5)침침한 불빛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나빠진다. 6)병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위험을 초래한다. 7)설탕은 과잉행동장애를 일으킨다. 8)밤에 음식을 먹으면 살찐다. 9)숙취는 해소될 수 있다. 영국의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라는 의학저널이 있다. 저런 곳에 논문 한번 내봤으면 싶은 역사 깊고 유명한 저널이다. 이 저널은 연말이 되면 재미있는 기사를 싣곤 한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의학 상식, 이른바 의학 미신에 관한..
이거 몸에 좋은가요? 며칠 전 또 그 질문을 받았다. “누가 이거 먹으면 몸에 좋다던데 그런가요?” 까다로운 질문에는 반문이 가장 좋은 대답인 법. 그런 질문엔 이렇게 되묻는다. “몸에 좋은 것이 뭘까요?” 그 질문을 던진 분은 고민에 빠졌다. 몸에 좋은 것이란 대체 뭘까? 과거엔 그냥 고른 영양과 충분한 열량을 의미했다. 쌀밥에 고깃국이 대표적이다. 잘 먹지 못하던 시절엔 쌀밥 속의 탄수화물과 고깃국 속의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성장 발육이 뛰어나고 건강해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기아와 영양부족에 허덕이는 나라에서는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이 진리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생산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신문기사를 찾다가 재미난 기사를 보았다. 그 옛 기사는 라면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
과학기술자들의 ‘꿈의 콘서트’ 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콜우드라는 탄광촌이 배경이고, 글자 그대로 막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광산의 중간관리자로 나름 성공한 한 광부의 아들이, 1957년 10월 하늘을 날아가는 소련의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보고 로켓에 관심을 갖는다. 극히 일부가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대학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두 땅 밑의 갱도로 내려가 광부가 되어야 하는 동네에서 이 소년은 계속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막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극적인 대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호머 히컴은 광부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쉽고 좋은 길이라고 모두가 생각할 때 로켓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갖는다. 하지만 아무도 가보..
장모님에게 사랑받는 과학자가 되고 싶으십니까 이한승 교수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 장모님은 건강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 분야의 언저리에서 20년을 공부한 나도 모르는 건강 상식을 알려주실 때가 있다. 지극한 사위 사랑의 방법이건만 이 못된 사위는 태생이 의심 많은 과학자인지라 그런 상식이 과연 일리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는 일이 잦다. 그리고 간혹 장모님께서 알려주신 정보가 별로 근거 없는 것일 때 과학자로서의 나와 사위로서의 나의 갈등은 시작된다. 모르는 것이 약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약인지 잘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항간에 떠도는 의심스러운 건강 상식들의 근거를 과학적 문헌에서 발견한 경험은 많지 않다. 과학적 문헌은 고사하고 인터뷰,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 방송 프로그램, 하다못해 기업 광고 등의 출처..
파워블로거의 홍보에 속았다? 홍보성 과학 기사에는 속지 않으셨나요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 소위 파워 블로거들의 행태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 뿐만이 아니라 TV의 9시 뉴스에도 나온다. 국세청은 세무조사까지 하겠다는 기세다. 맛집 블로거로 활동하는 친구를 둔 덕에 나도 일부 맛집 블로거들의 진상 짓거리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잘못된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뉴스를 보다 보니 갑자기 얼마전 재미있게 본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내게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많은 웃음을 준 영화는 였다. 맛집관련 방송의 이면을 재치있게 고발한 이 다큐멘터리를 생각해보면 작금의 일부 파워 블로거들의 문제와 좀 닮아 보인다. 주류 언론과 인터넷 블로그라는 매체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
"나는 과학자다" - 노래도 과학도 숫자로 평가하는 세상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인기다. 덕분에 나도 TV 예능을 돈 내고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TV를 보지 않던 몇몇 지인들도 나가수는 챙겨본다고 한다. 같은 시간대의 정통 라이브 음악프로인 가 못 누린 호사를 나가수가 누리는 이유는 뭘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말대로 나가수는 좋은 음악을 감상하게할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심판이자 평가자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평가를 남과 나누고 싶어지게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때론 나가수가 조금 피곤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나가수도 매번 경연의 순위를 가지고 왈가왈부가 있다. 순번은 뒤가 좋고, 고음을 좀 질러줘야 하고, 이런 장르는 안좋고, 조용한 편곡은 안되고 등..
막걸리, 잘 걸러 들어야 한다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다시 막걸리가 난리다. 물론 막걸리 인기가 이제 한 풀 꺾였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 속의 항암물질(?) 발견 뉴스가 나오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방송인 손석희 씨도 그 뉴스가 나온 날 막걸리를 마셨단다. 이런 뉴스가 전통주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자, 그렇다면 지금쯤 막걸리에 대해 정리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듯싶다. 막걸리는 좋은 술이다. 그런데 '좋은 술'이라는 말은 형용모순 아닌가?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음주는 매우 많은 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 IARC의 1급 발암물질(발암요인) 리스트에도 당당히 들어있다. 게다가 알코올이 대사되어 만들어지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도 2급(2B) 발암(가능)물질이다. 그러므로 술은 단언컨..
앞치마와 과학의 상관관계 이한승 교수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어제 우리 대학교에 소셜 디자이너인 박원순 선생님이 오셔서 학생들 대상의 특강을 하셨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창의적인 직업을 무려 1,000가지 가까이 소개하셨는데 여러 가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강연 마지막에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의 십계명을 소개하셨는데 그 10가지 항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과학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도 있을까? 가끔 우리 학과에 입학한 저학년 학생들 중에 이런 소리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수님 저는 요리에 흥미가 있어서 이 과에 왔는데 와 보니 제 적성에 잘 안맞는 것 같아요.” 하긴, TV 드라마에서 파티쉐니 바리스타니 폼나는(?) 직..
콜라 속 발암물질 주장, 뉴욕타임즈와 BBC는 왜 보도하지 않았을까? 이한승 교수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네가 어떤 식품을 가져와도 그 속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거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줄 수 있다.” 위의 말은 식품 성분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하는 농담 중 하나다. 의약품과 달리 식품 속에는 수많은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특히 대중들이 좋아하는 “천연식품”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그 속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함께 들어 있다. 문제는 얼마나 들어 있고 얼마나 섭취하는가이다. 어떤 물질을 완전히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세균을 우리 주변에서 박멸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지난 2월 중순 포탈 사이트에서 콜라 속 발암물질(정확하게는 콜라에 사용되는 색소 속의 극미량 불순물)에 대한 뉴스를 봤다. 포탈 사이트야 자극성있는 뉴스 클릭으..
나로호냐 신약이냐, 우주생물학이냐 무상급식이냐... 과학과 선택에 대한 단상 - 이한승 교수(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한 늙은 애연가가 말했다. “내가 담배로 허공에 날린 돈을 다 모으면 외제차 한 대는 샀을 텐데……” 그 옆의 친구가 말했다. “그럼 담배도 안 피운 나는 뭔가?” 외제차 한 대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60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고 모으거나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된다. 계산상으로는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것 몇 가지를 없애면 외제차나 지방의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살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고 살아야 하는가이다.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과학 이야기하는 블로그에서 갑자기 무슨 소리하는 건가. 이런 문제는 과학 분야에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재원은 한정적이다.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여럿의 관심사다. 당장 ..
실험실에서 우리 몸 속으로 - 타임지가 뽑은 바이오텍 기술 타임지 올해의 발명으로 본 바이오텍의 미래 이한승 교수(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매년 11월 올해의 발명 50가지를 발표한다. 그 중에는 황당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발명품도 있다. 하지만 매년 관심 갖고 그 목록을 보다 보면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6년에 선정된 자궁경부암 백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 백신은 우리나라 병원에서 성황리에(?) 접종되고 있으며 TV에서 공익광고로 홍보하고 있을 정도다.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 바이오텍 분야의 주요 발명품을 보면 2009년 발명품부터 약간 독특한 경향이 보인다. 2009년 발명품 목록에는 수조 양식 참치(Tank-Bred Tuna)와 시험관 고기(Meat Farms), 식물..
A,C,G,T 3000개 받아적어 보셨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요. The 1000 Genomes Project와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 이한승 교수(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지난 주 한 유전체 분석과 관련된 워크숍에 참석을 했다. 우연히 한 연사의 발표 자료를 컴퓨터에 옮기는 광경이 화면에 보였다. 내 눈이 간 곳은 그 파일이 아니라 그 USB 드라이브 안에 함께 들어있는 영화 동영상 파일이었다. 그 영화는 였다. 내가 그런 것처럼 아마 그도 수업시간에 그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 상상해낸 유전공학 세계의 청사진을 이야기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20세기에 젊어서 사망한 우생학의 부활(고상하게 말하면 “유전자 결정론”)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11월은 타임지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발명 50 (50 Best Inventions)이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