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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채진석의 '컴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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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암호의 세계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혹시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창회 모임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내기를 해 보라. 어떤 축구장에 23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축구의 한 팀은 11명이므로 2개 팀이면 선수가 22명이고, 여기에 심판 1명을 포함하여 23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축구 경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 축구장에 모여 있는 23명 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한 쌍 이상 있느냐이다. 축구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출생 연도는 신경 쓰지 않고 생일만을 고려한다고 하자. 1년이 365일이고,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365분의 1이므로 23명 정도로는 생일이 같은 사람이 한 쌍 이상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대..
짝퉁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 얼마 전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미국의 40대 프로그래머가 중국의 한 회사에 자기 수입의 5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5만달러를 주고 대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하고, 자신은 매일 인터넷 서핑만 하다가 적발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이것을 항상 제시간에 맞추어 제출하였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근무평가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최고개발자의 지위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도되었다. 가히 짝퉁 프로그래머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사람이 짝퉁 프로그래머인지 아닌지를 감별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사에 소개된 이 사람은 자신의 보안 인식표를 중국에 우편으로 보내 중국에서 이 프로그래머의 아이디로 일과 시..
디지털 노마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되었든 아니든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IT 분야 종사자 중의 한 사람으로 새 정부에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이전 정부에 있었던 정보통신부와 같이 IT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를 부활해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IT 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투자대비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에 대한 통계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2007년말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IT 분야 중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30%가 넘는 ROI를 보이고..
기술 혁명과 애플의 위기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이 쓴 라는 책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의 발전이라는 것은 지식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서 위기가 생기고 이러한 위기가 혁명을 통해 패러다임이 바뀌는 불연속적인 것이라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플로지스톤에서 산소로,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 뉴턴 역학에서 상대성이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은 지식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위대한 천재에 의해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산소를 발견한 라부아지에,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 상대성이론을 주..
디지털 삼국지 작금의 디지털 세상은 세 개의 디지털 왕국으로 분할되어 있다. 이 디지털 왕국의 이름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그리고 구글이다. 이 글을 쓰면서 디지털 삼국에 삼성전자를 넣을까 말까 무척 고민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삼성전자를 디지털 왕국으로 부르기에는 이른 것 같다. 디지털 왕국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운영체제이다. 운영체제는 디지털 왕국의 옥새와도 같은 것으로 삼국 모두 세계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윈도를 가지고 있고, 애플은 PC에서 사용되는 맥 OS와 모바일 단말기에서 사용되는 iOS를 가지고 있으며, 구글은 모바일 단말기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모바일 단말기용 운영체제인 ..
알고리즘과 여친 이름 컴퓨터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와 절차를 기술해 놓은 것을 알고리즘(algorithm)이라고 부른다. 알고리즘이란 용어는 9세기에 활약한 아랍의 수학자인 무하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Muhammad ibn Musa Al’Khwarizmi)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랍인과 유럽인에게 인도의 기수법을 소개했다고 전해지는 이 수학자의 마지막 이름인 ‘알콰리즈미’에서 ‘알고리즘’이 된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네덜란드의 컴퓨터과학자인 에스커 다익스트라(Edsger W. Dijkstra)이다. 다익스트라는 1930년생으로 29살이 되던 1959년 ‘Numerische Mathematik’이라는 학술지에 ‘A note on two problems in..
스마트폰으로부터의 도피 영국인들은 지금까지 물 쓰듯이 물을 쓰면서 살아 왔다. 2009년 영국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150ℓ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웃인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120ℓ에 비하면 많은 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독특한 수도요금 체계 때문에 영국인들 중에 물을 아껴 써야 할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에서 수도 계량기가 설치된 가정은 전체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계량기가 없는 가정의 경우 계량기가 설치된 가구의 평균 사용량을 산출한 다음 부동산 시세에 비례하여 수도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에는 굳이 물을 아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물 쓰듯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
뿌리 깊은 나무 채진석|인천대 교수·컴퓨터공학 요즘 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여기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목요일에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다음주 수요일까지 기다리기가 힘들 정도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세종대왕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조명하고 있다. 정치가로서 세종대왕은 백성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를 하는 권력자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권력자는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정치 외에 다른 곳에 관심을 쏟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5공화국 시절의 3S로 대표되는 우민화 정책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쉬운 문자를 만들어 자신과 사대부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를 하..
모두를 위한 디자인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 부른다. 보편적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1급 소아마비 중증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 교수가 처음으로 소개했는데, ‘특별한 개조나 특수설계 없이 가능한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획한 제품이나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보편적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는 건물이나 역 등에 설치된 경사로이다. 경사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미는..
황의 법칙 ‘황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박사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황의 법칙’은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으로, 이것은 전자공학의 고전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가 18개월에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이 예측은 거의 들어맞아서 오늘날 ‘무어의 법칙’으로 부르고 있는데, 황 박사는 2002년 미국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메모리의 경우 18개월이 아니라 12개월에 2배씩 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1999년에 256메가비트 ..
데이터 통신의 진화와 고민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고 나서 3개월이 조금 더 지난 1969년 10월29일. 달 착륙 못지않게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UCLA의 한 연구실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반경 UCLA 컴퓨터과학과의 한 연구실에서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이라는 통신망을 통해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실(SRI)로 ‘login’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역사적인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자 ‘l’과 ‘o’는 제대로 전송이 되었지만 갑자기 시스템이 엉키면서 나머지 문자는 전송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컴퓨터 통신의 첫 번째 메시지는 ‘lo’로 남게 된다. 필자가 올해 초 UCLA 컴퓨터과학과를 방문했을 때, 안내를 해 주던 연구원으로..
CNN 머니가 꼽은 미국 최고의 직업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채진석(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코더(coder), 프로그래머(programmer), 소프트웨어 아키텍트(software architect), 구루(guru). 이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구분하는 용어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이라는 작업을 하지만, 각각의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코더는 다른 사람이 설계해 놓은 설계서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을 말하고, 프로그래머는 자신만의 신념이나 철학을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소프트웨어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여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구루는 인도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소프트웨어 업..
종이와 디지털 문서, 누가 더 오래 살아남을까 채진석 교수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1959년 2월 1일 시카고 선데이 트리뷴(Chicago Sunday Tribune)지의 10면에 다음과 같은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의 내용은 미래의 전자 가정 도서관(electronic home library)의 모습을 상상해본 것인데, 거실에서 천정에 비쳐지는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책의 내용을 읽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부터 50여년 전인 1950년대 말 무렵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미국에서는 1954년부터 컬러 TV가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이 그림에 대한 설명문의 내용으로 볼 때, 이 무렵부터 TV의 내용을 녹화해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레코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58년 LG 전자의..
디지털 죽음(digital death), 준비 되셨습니까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010년 12월 1일, 2400만명의 페이스북 친구와 7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기며 디지털 죽음(digital death)을 선언하였다. 레이디 가가는 죽었다. 나는 에이즈와 싸우기 위해 나의 ‘디지털 생활’을 희생할 것이다. 생명을 구할 돈을 모을 때까지 팬들을 위한 업데이트는 없다. (Lady Gaga is dead. I will sacrifice my digital life to fight HIV/AIDS. No more updates little monsters until we buy life.) 레이디 가가가 선택한 디지털 죽음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에이즈에 감염된 가족들을 ..
애플과 삼성전자의 맞짱 뜨기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IT 업계의 두 공룡 애플과 삼성전자가 맞짱 뜰 모양이다. 얼마 전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따라 했다고 고소하자, 삼성전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애플이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통신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고소하면서 사태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고소 건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고소 이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집무실을 찾은 이건희 회장은 기자들로부터 애플 소송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겠지”라며 “애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경쟁자로 생각..
당신의 '친구'는 몇 명인가요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있는 친구 수를 세어 보니 166명이다. 현재 필자의 친구 수인 166명은 적당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것일까? 166명이라는 친구 수는 어떻게 보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적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적당한 친구 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있는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는 1990년대 초 침팬지와 원숭이 등의 영장류 30여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新皮質)이 클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 ..
그때 당신이 '윈도우95'를 95번 재설치해야 했던 이유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인류 역사상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라고 할 만한 것은 1977년 애플사에서 만든 애플 II(Apple II, ‘애플 투’라고 읽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8 비트 컴퓨터로 64 킬로바이트의 메모리를 내장하고 있었으며, Apple DOS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애플 II가 8 비트이고 메모리의 개수가 적다고 해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도 별 볼일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한 착각이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80년대 중반, 애플 II에서 동작하는 로드 러너라는 게임에 너무 빠져서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낙제점을 받았던 친구들이 꽤 있었을 정도로 괜찮은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었다. 로드 러너와 같은 게임 프로그램 외에도 엑셀과 비슷한 비지칼크(VisiC..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베어먹은 독사과는 매킨토시였다 -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채진석 교수 2011년도 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그림은 애플사의 로고이다.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가? ① 아담의 사과(Adam's apple) ② 뉴턴의 사과(Newton's apple) ③ 튜링의 사과(Turing's apple) ④ 보기 중에 답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문제가 수능에 나온다면 복수정답 시비에 휘말릴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위키백과에서는 애플사의 로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애플의 한 입 베어 먹은 듯한 모습의 사과 로고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평소에 존경하던 앨런 튜링이 독이 든 사..
"보물을 찾고 싶으면 암호를 풀어라" 쫓고 쫓기는 암호학의 세계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우리는 음지(陰地)에서 일하며 양지(陽地)를 지향한다.” 이 말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의 부훈이라고 한다. 컴퓨터과학에서도 이렇게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암호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지에서 일하기 때문에 누가 새로운 암호 기법을 발견했는지, 또 누가 암호 해독에 성공했는지 등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얼마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박물관의 '암호문 조각'을 만든 조각가가 20년 동안 풀리지 않은 마지막 암호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공개했다. '크립토스(Kryptos·그리스어로 '감춰진'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두루마리 모양의 이 암호문 조각은 1990년에 만들어..
소수, 그 치명적인 유혹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소수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지금까지 소수의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가 인생을 낭비하고 결국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일생을 마친 이들이 즐비하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요정들이 부르는 노래에 도취되어 넋을 잃고 요정들을 바라보다가 암초에 부딪혀서 목숨을 잃은 선원들처럼 말이다. 비록 소설 속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리스의 천재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토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수학자는 젊은 시절 애인에게 버림 받은 후 세계 최고의 지적인 위업을 달성하여 자신을 버린 애인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소수와 관련된 세계적인 난제 중의 하나를 증명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은 가족과 친척들에게 ‘인생의 실패자’로 외면당하게 되고, 끝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한 인물..
브라우저 WAR? 워워~ 웹 브라우저는 지금 전쟁 중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채진석 필자가 박사과정 학생이던 1994년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라는 웹 브라우저가 출시되었다. 넷스케이프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1989년부터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의 제안으로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1992년에는 웹을 항해할 수 있는 도구로 모자이크(Mosaic)라는 최초의 웹 브라우저가 나왔지만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넷스케이프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웹이라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웹의 성공은 상당 부분 넷스케이프에 힘입은 바 크..
스마트폰과 삼신할매의 결투 스마트폰이 인류를 멸망시킨다?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는 몇 명일까?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3천만 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40여년 만에 2천만 명이 늘어서 2010년 9월말 기준으로 5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휴대폰은 몇 대일까? 최신 자료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4천 7백만 대라고 한다. 물론 이 중에는 휴대폰을 2개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구 5천만 명에 휴대폰이 4천 7백만 대라니 이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인구 중에서 갓 태어나 말을 할 줄 모르는 영유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3사의 예측에 따르면 4천 7백만 대의 휴대폰 ..
억(!!!!!)소리 나는 훈민정음의 위력 세종대왕과 한글코드 : 두번째 이야기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有天地自然之聲 則必有天地自然之文(유천지자연지성 즉필유천지자연지문) 위의 글은 1446년 9월 상한에 정인지 선생님이 쓰신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 첫 구절이다. 세상에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다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글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64년 전 세종대왕이 꿈꾸었던 한글 창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세종대왕은 천지자연의 모든 소리를 받아 적을 수 있는 문자를 꿈꾸며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것이다. 그러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글자를 조합하는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초성의 경우 자음을 1자에서 3자까지 합해서 쓸 수 있었다. 이것은 중세에 발간된 문헌에 나오는 ‘ㅴ’와 같은 경우에서 찾아..
휴대폰에 '똠방각하'를 입력해봅시다, 잘 되십니까? 세종대왕과 한글코드 : 첫번째 이야기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564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고1인 딸아이가 중간시험 공부에 한창이다. 딸아이의 공부방에 들어가서 요즘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훑어보다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보게 되었다. 딸아이 앞에서 책을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훈민정음을 외웠더니 딸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고등학교 시절 시험공부를 하면서 열심히 외워 둔 보람이 있어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외우는 훈민정음은 고등학교 시절 시험 때문에 외웠던 훈민정음과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 온다. 564년 전 세종대왕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것일까? 훈민정음 창제를 통해 세종대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