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면 올해의 인물, 올해의 사건을 뽑는 움직임으로 분주해집니다. 과학계도 예외는 아닌데요. 지난 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는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1위는 노벨물리학상을 안은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 분야에 관련한 뉴스가 차지했네요. 2주 동안 진행된 네티즌·과학기술인 투표에서 무려 80%(1,511표 중 1,211표)를 얻었습니다.
그래핀
사실 그래핀 자체보다는 ‘한국인 과학자가 아쉽게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관심이 집중됐죠. <경향 사이언스 톡톡>에서도 포스텍 김승환 교수님의 칼럼으로 그래핀과 한국인 과학자에 대해 한번 짚은 적이 있었는데, 사이트 오픈 이래 최대 클릭수를 기록했습니다.
과총 선정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 목록
1 꿈의 신소재 ‘그래핀’ 분야 한국 연구성과 두각
2 과학계 숙원인 ‘국과위 상설화ㆍ과학비즈니스벨트’ 법안 통과
3 나로호 2차 발사 또 실패
4 KIST, 전기로 가는 무인 자동차 첫 개발
5 KAIST 김은성 교수, ‘초고체’ 존재 현상 세계 첫 규명… 노벨상 근접
6 가천의대 조장희 박사, 0.3mm 핏줄까지 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사람 뇌지도 발간
7 KSTAR 중수소 핵융합에 성공
8 KAIST 윤덕용, 송태호 교수를 비롯해, 과학계 천안함 원인 규명 주도
9 한국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 남극 출항… 평탄빙 쇄빙시험 첫 성공
10 KAIST 박찬범 교수, 나노 소재로 인공 광합성 성공
3위는 ‘나로호 2차 발사 실패’인데요. 1위와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뉴스였습니다. 이륙한지 137초 만에 폭발해버렸죠. 비싼 돈 들여 불꽃놀이를 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3차 발사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도 8위에 올랐군요. KAIST 윤덕용 명예교수가 민군합동조사단장을 맡았었죠. 그러나 어뢰추진체에서 나온 ‘1번’이라는 글씨와 절단면, 선체에 흡착된 산화알루미늄 분석 결과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 발견들을 올해의 과학뉴스로 뽑았을까요?
호주의 COSMOS 매거진에서는 선정한 10대뉴스는 이렇습니다. (시상식처럼 10위부터 발표하네요.)
10위. 피부세포에서 분화한 신경세포 (역분화줄기세포 즉 유도만능줄기세포)
9위. 자폐와 백신 연관성 논문 철회(그래도 엄마들은 기피)
8위. 생각보다 작은 양성자 크기(반지름이 4% 정도 작다고)
7위. NIF의 핵융합 무한에너지 생성 시도(2035년께 실현 기대)
6위. NASA의 외계생물체(찾은 건 아니지만)
5위. 달은 물바다? (아니 얼음이)
4위. 바다 생태계 통계(90%는 미생물)
3위. 인류 상당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보유(니 안에 나 있다?)
2위. 소행성 미립자 들고 돌아온 우주탐사선 하야부사(수고했다 토닥토닥)
1위. 크레이그 벤터의 인공생명체(누군가는 자연산을 부르짓지 않을까)
크레이그 벤터가 만든 Synthia". 외부 DNA를 주입해 푸른색이라나. (Credit: Craig Venter Institute)
그런데 미국과학진흥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AAS)에서 운영하는 Science Now에서 꼽은 내용은 다소 생소한데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조금 자세히 적어봤습니다. 저의 영어실력이 착하지 않아 부정확한 부분이 많을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10위는 거북섬의 비밀(The Secret of Turtle Island)입니다. 리비아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지중해에 현지 어부들이 ‘거북섬’이라고 부르는 섬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움직인댑니다. 알고보니 바다거북이가 등짝만 내놓고 헤엄치고 있는 건데요. 이 거북이는 주로 물 속에서 생활하고 물 밖엔 아주 잠깐 콧바람 쐬러 나오는 독특한 종이라는군요.
섬의 실체는... (scienceNOW)
9위는 ‘머리털이 발톱보다 빨리 늙는다는 걸 초정밀시계로 확인‘한 연구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바닥에 있는 시계는 중력장에 가깝기 때문에 계단 위에 있는 시계보다 살짝 느려야 하는데요. 연구자들이 초정밀시계 2개로 배꼽보다 코의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걸 확인했다고 하네요.
8위는 ‘러닝화의 충격적인 진실’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맨발로 달릴 때는 발의 앞과 중간을 디뎌 몸의 충격을 줄이는데,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부터 땅을 딛게 된다는군요. 운동화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걸음을 변화시키고 부상을 늘린다는 겁니다. (혹시 러닝화가 싫어지셨다면 저 주세요!)
왼쪽은 신발, 오른쪽은 맨발입니다. 발바닥이 닫는 모양의 차이 보이시죠? (scienceNOW)
7위는 ‘로봇에게 거짓말 가르치기’입니다. 적들에게 공격당한 기지에서 일급비밀을 들고 탈출해야하는 로봇이 자신이 마치 다른 길로 지나간 것처럼 적들의 신경을 돌릴 수 있을까의 문제인데요. 동영상을 보니 로봇끼리 숨바꼭질을 하긴 하는군요. (저희집 로봇 청소기는 한번 안 간 길은 절대 안가는 줏대 있는 분이더군요. 흑흑 로보킹님이 오셔도 드러운 우리집)
(기사 내 동영상 참고.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0/09/how-to-train-your-robot-to-lie.html)
6위는 ‘뾰족한 남자(?)가 미녀를 얻는다’ 입니다. 찰스 다윈이 곤충의 갈고리같은 생식기가 공작의 꼬리같은 작용을 할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는데요. 이번 연구는 레이저로 생식기에 있는 갈고리를 자른 파리와 보통 파리에게 각각 ‘즉석만남’을 주선했을 때 갈고리가 없으면 짝짓기가 더 힘들다는 걸 확인한 것이었다네요.
갈고리가 많은 파리는 매일밤 파리~파리~ (scienceNOW)
5위는 ‘비행접시가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다’입니다. 작은 금속 조각들을 성층권에 띄워서 지구표면을 가려 온난화를 막자는 내용인 것 같은데요.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를 제한하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나 시도해볼 소설같은 지구공학이라고 말한다는군요. 그러고 보니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을 냈던 스티븐 레빗도 싼 값에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이산화황 가스를 성층권에 뿌려 햇빛을 차단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저번에 한번 썼던 ‘글로벌 디밍(Global dimming)’과 비슷한 원리인데 대기오염은 걱정 안해도 되는 걸까요?
4위는 ‘그집 개는 비관적입니까’인데요. 주인이 집을 나갈 때 구슬프게 울고, 마루에 쉬를 하거나 리모콘을 물어뜯는 경우 그 개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아서일 수 있다는군요. 보호소에 맡겨진 개들은 입양된 다음에 심한 분리장애를 겪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서 출발한 실험인데요. 개들의 복지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내용인가 봅니다.
"주인님 저 오늘 한가해요" (scienceNOW)
3위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는 기름방울’입니다. 동영상을 봤더니, 스포이드로 한방울 똑 떨어뜨리면 지름길을 찾아서 가는군요. 이 연구는 인체 내에서 복잡한 경로를 뚫고 암을 제거하는 장비를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답니다. 실험용 쥐들의 입지를 위협할 (혹은 자유를 줄)만한 일이기도 하고요.
(기사 내 동영상 참고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0/01/13-04.html)
드디어 2위입니다. ‘이 춤엔 저항할 수 없어’인데요. 무도장에서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싶다면 머리와 몸통을 창의적으로 움직이라고 합니다. 팔다리를 같은 모양으로 계속 휘젓지 말고요. 갑자기 맷돌춤 생각이 나는군요. 나쁜 예와 좋은 예가 비디오로 나와 있는데, 글쎄요 제 눈에는 뭐...
(기사 내 동영상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0/09/these-dance-moves-are-irresistib.html)
마지막으로 대망의 1위는 ‘우리의 우주는 웜홀 안에 있을까?’입니다.
우주 탄생에 대해 빅뱅이론이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큰 별이 폭발하면서 다른 우주로 통하는 웜홀이 생겼고, 그 안에서 빅뱅과 비슷한 조건으로 우리 우주가 태어났다는 주장을 했네요.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중력과 우주확장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scienceNOW)
웜홀 사진이 술잔으로 보이는 걸 보면, 송년회의 계절이 맞긴 한가봅니다. 과음하지 마시고, 강요도 하지 마시고, 알차게 한해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연말까지 아직 일주일도 넘게 남았는데 너무 일찍 인사드렸군요. 또 찾아뵙겠습니다. 호호호~
임소정 기자(트위터@sowha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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