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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원의 IT세상

스티브 잡스와 이재용

삼성전자(이하 삼성)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일찌감치 4차 혁명에 나선 구글 등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걸까. 소니나 노키아, IBM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위기를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갤럭시8 판매가 시작되는 4월 이후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갤럭시8에 4차 혁명의 화두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 비서 기능을 탑재했다. 인수한 ‘빅스비’라는 인공지능회사의 기술력 등이 선보이게 되면 그 경쟁력에 대한 성적표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디지털 변혁에 적응하기 위해 구글을 비롯해 유수의 기업들이 IT 생태계를 통째로 갈아치우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생태계가 경쟁이 아니라 독점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보와 자본을 독점한 구글 같은 기업들이 실력 있는 기업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오히려 벤처캐피털들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4차 혁명을 준비해왔다. 1998년 설립 이후 인수한 기업만 100개가 넘는다. 삼성이 사용했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도 알고보면 구글이 인수한 업체 작품이다. 알파고로 유명한 인공지능 딥마인드나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때로는 경쟁관계에 있는 벤처기업을 사들여 고사시키는 방법도 사용한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대에 반도체와 휴대폰에 사활을 걸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하지만 삼성은 갤럭시 이후를 준비하는 먹거리를 선보이지 못했다. 가전제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스마트홈에 집중할 경우 큰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삼성이 4차 혁명에서 살아남고 선도하려면 편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과거의 경영문화와 단절해야 한다. 정경유착, 족벌경영과 이별을 고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삼성에는 독이라기보다는 약이 될 확률이 높다. 부정부패에 뿌리를 내린 성장동력은 언젠가는 썩게 된다. 그때는 뿌리째 뽑혀 버림받게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이 삼성 전체를 총괄하지 않을 경우 삼성의 경영이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바람직한 문화를 배워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해군보다는 해적이 되자”며 애플의 시작을 해적 깃발로 알렸다. 해적에게 배 밖은 당장 어두컴컴한 바다이다. 여유가 없다. 이미 싸울 준비가 돼 있다. 과거의 틀도 부술 줄 아는 창조적 파괴정신이 충만하다. 빌 게이츠는 80조원에 달하는 재산 가운데 세 자녀들에게 각각 100억원씩만 유산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의 지분 중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재벌 일가들, 특히 삼성이 돈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경영철학, 문화를 연구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 향후 10년간은 전 세계의 IT산업 구조개편이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가 세계 최초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사라진 것이 그런 경우다. 페이스북같이 뛰어난 서비스를 만들고도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글로벌화에 실패, 문을 닫았다. 이처럼 디지털 기업의 흥망성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총 77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세계시장의 17.7%를 차지했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783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점유율을 17.8%로 끌어올렸다. 전년 대비 삼성에서 5% 줄어든 양을 애플이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한때 e-삼성이라는 인터넷 업체를 맡았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오래전 일이지만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해보자. 잡스와 이재용은 다르다. 잡스는 아이폰의 창조자다. 시대문화를 읽을 줄 아는 인문학도이기도 하고 아이폰이라는 놀라운 디바이스를 상상하고, 현실화한 개발자이기도 하다. 그는 아담과 하와를 창조한 야훼처럼, 피에타를 조각하고 마무리하는 미켈란젤로처럼, 자신의 영혼이 담긴 피조물,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였다. 아이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그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게 아니다. 잡스는 천재적인 마케팅 능력과 재능도 갖추고 있다. 한 시대의 문화가 담긴 제품은 그래서 시대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것이다. e-삼성에 실패했던 이 부회장에게 굳이 승계가 넘어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다. 위대한 기업은 진실된 변화와 혁신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4차 혁명이든 5차 혁명이든, 어떤 파고가 닥쳐온다 하더라도 혹은 쓰나미가 닥쳐도 그것을 타고 넘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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