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6년 2월 27일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 사망 임소정 기자
1936년 2월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80대 중반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어날 시간이군. 옷을 입게 도와주게.” 폐렴으로 투병 중이던 그가 숨을 거두는 순간, 제자 한 명이 그의 세세한 변화를 기록하고 있었다. 파블로프의 마지막 실험이었다.
1890년대 러시아 실험의학연구소에서 그의 소화액 분비 연구는 꽃을 피운다. 그는 사람의 소화계를 닮은 포유동물 중에서도 개를 주로 활용했다. 동물을 정교하게 수술하고 나서 회복기간을 주며 긴 시간동안 관찰하는 실험에서, 토끼는 쉽게 죽고 돼지는 예민하고 고양이는 심술궂었다. 그는 위장을 둘로 나눠 음식이 위에 들어갔을 때 소화액 분비와 소화과정을 동시에 관찰하는 정교한 실험에 성공했다.
파블로프가 침샘연구 과정에서 만들어낸 ‘고전적 조건화’라는 개념은 그의 연구 지평을 뇌신경학과 행동과학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 침을 흘리던 개가(무조건 반사) 먹이 주는 사람의 발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게 되는(조건 반사) 이 실험은 ‘파블로프의 개’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흔히 종소리와 침 흘리는 개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전기자극과 호루라기, 메트로놈 등도 사용됐다. 그는 소화액 분비에 관한 연구로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볼셰비키당은 상금을 압류해버린다. 파블로프는 국외로 망명하겠다는 편지로 레닌을 자극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낸다. 1924년에는 홍수로 실험용 개들이 단체로 익사할 뻔한 사고가 있었고 생사를 오간 개들은 미리 학습된 조건자극을 잊기도 했다. 파블로프의 명성 뒤에는 동물 학대에 대한 비난이 늘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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