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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과학 칼럼

[기고]우주개발, 일관되게 추진해야

지난 6일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으로 쏘아올린 ‘팰컨 헤비’가 화제다. 1973년 달로 향한 새턴V 이후 가장 대규모 로켓이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초대형 발사체가 전기차를 싣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모습에 많은 외신들은 ‘대담한 도전’이라며 찬사를 보냈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한 직후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정부의 강력한 비전 제시와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1950년대부터 우주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불리는 달 탐사를 위해 수학, 과학 교육시스템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해 우주개발에 매달렸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은 우주 분야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술과 산업 전반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이후 50년 이상을 긴 호흡으로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우주개발에 투자하여 오늘날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우주선진국들은 50년, 60년 전부터 우주개발에 나섰지만 우리나라는 1996년에야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개발계획을 수립하였다. 우리의 우주개발 역사는 이제 겨우 20년을 넘긴 청년기인 셈이다. 하지만 시간, 인력, 예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련 분야 연구원과 산업계 종사자들이 그동안 보여준 각고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의 위성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고, 우주개발의 가장 핵심인 발사체도 우리 독자기술로 개발 중일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한편 빠르게 선진국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일부 한계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연구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다소 무리하게 달 탐사와 발사체의 개발 일정을 당겼다가 이후 다시 현실에 맞추어 조정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대형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국민들께 주었다.

지난 5일 정부는 10개월간 9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치열한 논의 끝에 수립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확정하였다.

 

국위선양을 강조하여 국민생활과는 거리가 있고 다소 추상적이었던 과거 계획과 달리, 이번 계획은 도전적이지만 신뢰성 있는 우주개발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방향으로 설정했다. 국민들께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에 추진 중이던 장기 프로젝트는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연구현장과 산업체의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여 현실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우주분야 산학연이 장기적인 시야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완료된 이후의 계획도 단계별로 상세히 제시하였다. 한국형발사체를 완성한 이후 산업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2026년부터는 전문기업에 의한 발사서비스에 착수한다는 계획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2030년에는 발사체 양산체제를 확립한다는 목표도 제시하였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전에는 개념적으로만 선언했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의 구체적 개발 계획도 마련하였다.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세부기획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에 수립된 3차 기본계획을 구체화하는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우주개발 계획을 하나하나 현실화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인력, 기술 등에서 부족하다. 1990년 이후 누적투자액만 보아도 미국의 0.5%, 일본의 7.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현실만 탓할 수는 없다. 우주선진국들이 그러했듯이 긴 호흡으로 우주개발을 바라보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강국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유영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