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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과학 칼럼

[기고]톈궁 1호 추락이 주는 시사점

지난 주말 중국 최초의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의 추락은 세계 각국의 이목을 끌었다. 통제 불능 상태가 된 톈궁 1호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톈궁 1호 잔해는 우리 시간으로 4월2일 오전 9시16분경 남태평양 해상에 아무 피해 없이 흩어져 떨어졌다.

 

톈궁 1호는 지난 2년 동안 지구 저궤도에서 마하 20이 넘는 속도로 선회하며 지구 중력에 이끌려 고도를 서서히 낮추었다. 고도 80~100㎞의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톈궁 1호는 엄청난 대기 마찰열과 충격으로 인해 불에 타 분해되며 흩어졌다. 불에 타지 않은 일부 잔해물은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 대기권 진입부터 해상으로 낙하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잔해물의 무게에 따라 몇 분에서 몇십 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중국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1호’

 

1990년대 말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사업 참여를 희망했으나 군사적 활용을 우려한 미국에 의해 배제되었다. 이후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결정하고 우주 강대국으로의 야심 찬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9월 발사된 톈궁 1호는 실제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기술 검증용이다. 톈궁 1호는 무게 8.5t, 길이 10.5m, 그리고 본체 모듈의 직경은 3.4m에 불과하다. 발사 이후 선저우 유인우주선과 세 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도킹을 수행했다. 우주인이 실험용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해 우주실험도 수행한 바 있다.

 

이번 톈궁 1호의 추락은 두 가지 측면에서 국제적 관심사였다. 첫 번째는 톈궁 1호가 임무 수행 후 고장으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2011년 2월 남태평양에 수장된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는 통신 및 제어가 가능해 대기권 재진입을 포함한 추락 일정과 시간을 정확히 예측했다. 추락 시간 및 장소의 추정이 어려웠던 톈궁 1호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톈궁 1호 추락에 따른 위험을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톈궁 1호가 계속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추락 시간 및 장소를 예측할 수 없었던 톈궁 1호는 통신, 제어 및 추진장치 등에 고장이 발생해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중국의 ‘우주굴기’에 상처를 입힌 사건이다.

 

 

두 번째는 우주궤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다. 고도 1000㎞ 이하의 지구 저궤도에는 수많은 우주쓰레기가 부유하고 있다. 2018년 초 현재 약 2만9000개의 직경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를 식별 및 추적하고 있다. 톈궁 1호도 지구로 추락하기 이전까지 수많은 우주쓰레기 중 하나였다. 다만, 초기 운용고도가 35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지구 중력 및 대기항력에 의해 추락한 것이다.

 

이들 우주쓰레기는 임무수행 중인 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비행체와 충돌하면 수천에서 수만 개의 우주쓰레기를 생성할 수 있다. 2007년 초에 중국은 859㎞ 고도에서 선회 중인 수명이 종료된 자국의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여 수천 개의 파편을 양산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세계 최초로 우주공간에서 미국의 이리듐 위성과 러시아 위성이 충돌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우주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우주쓰레기는 작동하는 위성을 위협하고 크기에 따라 대기권으로 진입해 지상으로 떨어지면 인명이나 재산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이들 우주쓰레기 생성을 최소화하고 제거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항공 우주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