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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앞얘기, 뒷얘기/임소정의 '사이언스 톡톡'

'나노입자는 위험하다?' 나노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언제부턴가 ‘나노’라는 단어가 참 유행입니다. 나노기술을 활용한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요. 이 중에는 은나노 세탁기처럼 실제 은 나노입자를 활용했다고 선전하는 경우도 있었고, 인도의 저가 자동차 '타타 나노'처럼 작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큰 상관이 없어보이는 엠피쓰리 플레이어나 신용카드, 심지어 학습지 이름에도 나노가 들어갑니다. (‘나만의 노하우’라나요). 아마도 나노라는 말의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했거나, 첨단기술의 이미지를 덧입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 히트를 쳤던 은나노 세탁기

인도차 타타 나노

그러나 몇해 전부터 해외에서 은나노 세탁기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노기술제품의 안전성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에 대해서도 위험성 논란이 있었고요.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나노제품 안전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국과위(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에 상정한 것도 이런 논란 덕분입니다. 

과연 나노입자는 모두 몸에 유해한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최근 카이스트 교수님들에게서 주워들은 나노기술 이야기들을 토대로,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1. 나노가 작긴 얼마나 작다는 걸까

1㎜(밀리미터) = 10-3m   1㎛(마이크로미터) = 10-6m   1㎚(나노미터) = 10-9m   1pm(피코미터) = 10-12m

이거 외우신 분들 있을 겁니다. 흔히 나노입자라고 말하면 1~100㎚까지입니다. 마이크로 단위 밑으로 내려가면 별로 와닿지가 않기 때문에 가장 쉽게 비유하는 것이 머리카락입니다.

우리 인체에서 가장 얇은 축에 속하는 머리카락의 굵기는 보통 0.1㎜입니다. 마이크로미터로 표현하면 100㎛이죠. 세포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머리카락의 10분의 1인 10㎛정도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노 단위로 더 내려가려면 머리카락을 10만개로 쪼개고, 세포를 1만개로 쪼개야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자주 쓰던 단위는 원자의 크기와 관련된 Å(옴스트롱)이었습니다. 처음에 10-8㎝로 외웠더니 나노 단위와 크기가 헷갈리기도 했는데요. 미터 단위로 계산해보면 10-10m이니까 1㎚=10Å, 즉 옴스트롱이 더 작은 단위가 맞더군요.



2. 나노 기술의 기원은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1959년 12월 칼텍에서 강연할 때 “백과사전의 모든 정보를 쌀알보다 작은 장치에 다 넣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죠. 덕분에 파인만은 ‘나노의 아버지’로 불린다 합니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모르는 게 없으신가요?


이후 1980년대에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ng microscope)의 개발이 나노기술의 본격화를 알린 신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920년대부터 나노기술 연구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

나노기술은 IT분야에서 더 작은 메모리를 만드는 것, 또 BT분야를 통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3.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뭐하러 작게 만드나

우리 눈에 보이는 도구들은 작게 만들수록 비싸집니다. 벽시계와 손목시계의 예를 들면 이해가 잘 가실 겁니다. 하지만 나노사이즈로 내려가면, 특히 반도체 공정 같은 경우에는 같은 기판에 작은 것들을 새길수록 더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작게 많이 만들어야 남는 장사라는 겁니다.
 
질병의 치료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작게 만들려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인체 속에서 원하는 기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체내의 나노장벽들을 통과할 만큼 작아야하니까요. 아시모프 원작의 <마이크로 결사대(1966, 원제 fantastic voyage)>나 맥라이언이 나왔던 <이너스페이스> 같은 영화에서 보면 아주 작은 우주선이 인체를 탐험하는데요. 나노로봇 연구도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작디 작은 나노로봇이 인체 내에서 큰 일을 할 거라는 기대에는 아직 부응 못하는 크기의 나노로봇.




4. 은나노, 정말 몸에 안 좋나

은나노의 살균효과 자체도 논란이 되긴 했지만 대체로 그 효과는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이 언급하시기를, 은은 확실히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은수저 써왔는데 무슨 소리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은은 반응성이 좋기 때문에 살균력이 있는 거고, 몸 속에서도 산화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은반지나 은수저 색이 잘 변하는 것처럼요.



5. 그럼 금도 몸에 안 좋을까

금은 비싸기도 하고 왠지 몸에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죠. 투자용으로도 변치않는 가치를 자랑하고요. 한때 금가루 술, 금가루 초밥도 유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옆사람 분량까지 낼롬 먹어치우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만, 까놓고 말해 굳이 뺏어드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금이 몸에 나쁘지는 않지만, 창자의 벽은 500㎚ 이하의 입자만 흡수하기 때문에 입으로 먹은 금은 흡수가 안된다는군요.

하지만 몸에 투입한 금이 빛을 발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금은 10㎚정도의 입자로 만들면 붉은 빛을 띄는 식으로 광학적 성질이 완전히 변한다고 합니다.

이게 금가루라니, 깜짝이야


입자의 모양을 다르게 하여 막대모양으로 만들면, 가시광선이 아닌 근적외선을 흡수하고요, 이 근적외선을 활용해 쥐의 종양을 없애는 연구가 성공한 바 있습니다. 종양 부위에 금 나노입자가 있으면, 햇빛만 받아도 근적외선을 흡수해서, 전자들의 충돌로 인해 국부적으로 열이 나고, 암을 태워버린답니다. 다만 이 경우 금 나노입자가 몸 밖으로 배출도 안 되고 분해도 안된다네요. 아마도 간에 남아있을 거랍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할 때, 금가루 화장품의 경우는 어쩌면 혈액순환을 돕는 효과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네요. (역시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를... 응?)



6. 탄소나노튜브가 나쁘다한들 내가 먹을 일이 있나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직경 수나노미터의 관모양을 이루는 신소재입니다. 1991년 일본의 이지마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했죠. 전기전도도, 열전도도, 기계적 강도 등이 우수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는데요.

굳이 먹을 일도 없는데 발암성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죠. 알고보니 주부들이 저도 모르게 탄소 나노튜브를 만들어내고 있었더군요. 후라이팬 탄 부분을 긁어보면 탄소나노튜브가 있다네요. 탄 거 먹으면 안 좋다더니... 

이 안에 너 있다.

탄소나노튜브



탄소나노튜브를 쥐에게 먹였더니 폐가 안 좋아졌다, 종양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유해성 자체는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모 교수님께서는 “쥐가 탄소나노튜브를 한달간 먹고 죽었는데, 콜라를 먹이면 보름 만에 죽는다”고 물타기(?)를 하시더군요.

탄소나노튜브로 종양을 치료했다는 뉴스도 검색이 됩니다. 찾아보니 위의 금나노막대의 경우와 비슷하게 그 부위에 빛을 쪼이면 근적외선을 흡수해 암을 태웠다는 연구결과로 보이더군요.




7. 이랬거나 저랬거나 나노 덕분에 니나노하면 좋고

생각해보니 제 학부 졸업논문 주제도 나노복합체였습니다.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지도교수님의 “요즘 나노 유행이잖냐” 라는 말씀에 놀아났죠. (마감까지 '니나노'만 하다 결국 이름만 논문이지 보고서 수준으로 제출했습니다만.)

어쨌건 그 작고 작은 나노와 관련된 세계는 넓고도 넓습니다. 긍정적 성과 뒤에 부작용이 터져나오는 일이 없도록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져서, 나노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는 시대가 어서 왔으면 합니다.

임소정 기자(트위@sowhat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