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아빠, 왜 북두칠성야?/ 별이 일곱 개니까/ 그럼 내가 별이 되면?/ 그야 북두팔성이지”. 정호승 시인의 ‘북두칠성’ 전문이다. 북두칠성이 속한 큰곰자리는 낯설지만 북두칠성은 왠지 친근하다. 북쪽 밤하늘에서 늘 우리와 함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별들이다.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축을 중심으로 돈다. 북극성은 우연히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에 위치한 별이다. 그래서 사시사철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루 한 바퀴씩 돌고 있으니 늘 보일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지구는 자전을 하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을 한다. 그래서 다른 날 같은 시간에 보이는 북두칠성의 위치가 달라진다. 매일 밤 8시에 북두칠성을 보는 수고를 한다면 그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경향DB)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봄과 여름에는 북두칠성이 밤하늘 높이 솟아 있어서 잘 볼 수 있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거의 보기 힘들다. 밤에는 낮은 위치에 있어서 보기 힘들고 낮에는 높이 뜨지만 태양빛 때문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때든 북두칠성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만원짜리 지폐를 갖고 있다면 꺼내서 세종대왕 얼굴이 보이는 면 말고 다른 면을 펼쳐보라. 혼천의가 또렷이 보일 것이다. 그 오른쪽에 있는 것이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광학망원경이다. 혼천의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별자리를 새겨놓은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일부가 그려져 있다. 혼천의에는 불쑥 튀어나와 손잡이처럼 생긴 것이 있다. 바로 그 옆에, 뭔가 보이는가.
보현산 천문대 전경 (출처 :경향DB)
북두칠성이다. 국자를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국자의 손잡이 부분 끝에서 두 번째 별을 자세히 살펴보자. 북두칠성 일곱 별 중 하나인 별 옆에 또 다른 작은 별이 하나 더 그려져 있다. 크게 그려져 있는 별을 미자르, 작게 그려져 있는 별을 알코르라고 부른다. 로마시대에는 군인을 뽑을 때 미자르와 알코르를 사용해서 시력 검사를 했다고 한다. 별이 두 개로 보이면 합격, 하나로 보이면 불합격. 미자르와 알코르는 진짜로 붙어 있는 별이 아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별들이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에 우연히 그렇게 정렬한 것뿐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우연이다. 그나저나 정호승 시인은 어떻게 북두칠성이 원래는 북두팔성인 것을 알아냈을까. 시인으로 위장 취업한 천문학자라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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