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숲, 장석봉 옮김, 1만6000원
1970년 가을, 근대과학혁명을 불러온 코페르니쿠스의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참여하게 된 저자는 문제의 논문이 출간 당시보다 20세기 이후에 더 많이 읽혔을 것이라 추정한다. 태양중심 우주론을 다룬 첫 5%는 “지적으로 즐길 수 있게” 쓰였지만 나머지 95%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전문적”이었기 때문이다. “구입해서 읽고 활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선전문구가 무색하게도, 당시의 독자로 추정할 수 있는 사람은 케플러·튀코 브라헤·갈릴레이 등 천문학자와 출판업자 9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이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 확실했다.
그러던 중 저자는 에든버러 왕립천문대에서 충격적인 책 한권을 만난다. 희귀도서들을 둘러보던 중 그가 발견한 ‘회전…’ 초판본에는 여백 가득히 그림과 글이 적혀있었다.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가장 전문적인 뒷부분에 집중적으로 적힌 주석의 주인공은 1540년대 유명 천문학자 에라스무스 라인홀트로 밝혀진다.
이 특별한 책 한권에 홀린 그는 오르후스에서 베이징, 코임브라에서 더블린, 멜버른에서 모스크바, 장크트갈렌에서 샌디에이고까지 수십만 ㎞를 여행하며 도서관을 뒤진다. 성인, 이단자, 불량배, 음악가, 영화배우, 의사, 장서광들이 소유했던 수백권의 초판·재판본들 속의 필체와 제본방식은 그를 미궁에 빠지게도 하고 불타는 연구경쟁 속에 던져넣기도 한다. 결국 그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아서 케스틀러는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었다. 피에르 가상디가 쓴 전기(1654년)에 실린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모습. 이 초상화는 전통적으로 그의 자화상이라고 여겨지는 그림을 토대로 그려졌다.
'=====지난 칼럼===== > 둥둥 Book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도가 들려주는 '멸종의 노래' (0) | 2010.10.12 |
---|---|
"우주야, 너 왜 태어났니" (0) | 2010.10.09 |
기분이 들쭉날쭉 하십니까? '호선생'을 의심하십시오 (0) | 2010.10.05 |
당신의 뇌를 믿지마세요 (0) | 2010.10.05 |
모르는 게 약인 '일상의 비밀' (3) | 2010.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