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경향신문 과학담당기자 목정민입니다!
과학자들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지 중 어디에 논문을 낼지 결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뜬금없이 궁금해지더라고요.ㅎ그래서 여러 과학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중 어디에 논문낼지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어떤건 <네이처>에 내고 어떤건 <사이언스>에 내고 왜 그렇죠?
실망스럽게도...결론적으로 일관된 기준이 없더군요. 어떤 분은 분량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감과 연구분야라고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감'이라고 했어요. -_-;;;
정리해봤습니다!
# 분량
<네이처>는 논문 분량이 1500단어로 제한돼있고 <사이언스>는 2000단어로 제한돼있다고해요. 서울대 공대 현택환 교수님은 "논문 분량에 따라 <네이처>냐 <사이언스>냐를 결정한다"고 말했어요. 쉽게 말해 명쾌하게 간단하게 쓴 논문은 <네이처>에 내고, 연구배경 등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한 논문이면 <사이언스>에 투고한답니다.
네이처 홈페이지 http://www.nature.com/
실제로 현택환 교수님이 '제올라이트'라는 물질로 연구한 내용을 과거엔 <네이처>에 냈는데 최근에는 <사이언스>에 내셨더라고요. <사이언스>에 낸 최근 연구결과엔 설명이 더 필요해서 도저히 1500단어에 넣지 못하겠더랍니다.ㅎ
이 기준은 두 저널의 명성과 비교하면 좀 어이없는 기준이죠? ^^ 그러나 실제로 쓰인다는 거~ㅋㅋ
전 <네이처> 논문하면 제일 먼저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밝히는 논문이 생각나요. 인류 과학발전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그 논문. 몇자였는지 아세요? 겨우 900단어였답니다. 간단명료 명쾌한 논문이었대요. 신기해요.ㅎ
(이것이 왓슨과 크릭의 역사적인 DNA 나선구조에 대한 논문...
<네이처>는 이 논문 50주년을 기념하는 아카이브까지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
# 분야
<네이처>랑 <사이언스> 두 저널은 논문의 분야도 약간 달라요. 가령 <네이처>는 80%가 생명과학 분야라고 해요.
과학에는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천문학 분야가 무지많은데 생명과학을 제외하면 나머지 20%를 가지고 나눠먹어야하죠. 이 말은 곧, <네이처>에 실린 비생명과학 논문은 치열한 경쟁을 뚫은 승자라는 것!
<사이언스>는 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전반적으로 잘 실어주는 편이라고 해요.
# 리뷰의 빡신 정도
보통 논문을 내면 저널의 에디터들이 리뷰를 해요. 가령 이 실험은 정확한거 맞냐. 이런 조건을 추가해서 한번 더 해보고 결과 알려달라. 이 자료 출처는 뭐냐. 확실하냐 등등...
저널에 논문 한번 실으려면 이런 독설리뷰들을 통과해야해요 ^^ 논문을 낸다고해서 모든 논문이 리뷰를 받는건 아니라고해요. 리뷰조차 못받는 논문도 수두룩하답니다.
물론 리뷰를 받는다고 저널에 다 실리는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네이처>의 경우 일단 리뷰라도 한번 보내주는 확률이 <사이언스>보다 높다고해요.
바꿔말하면 <네이처>는 리뷰를 받긴 쉽지만 그렇다고해서 저널에 반드시 실리는 건 아니라는 점. 과학자들은 좀 불안하죠. <사이언스>는 리뷰를 받기는 어렵지만, 일단 리뷰를 받으면 저널에 실릴 확률이 비교적 높아요.
그래서 과학자는 리뷰가 오겠다 싶으면 <사이언스>에 자신있게 내고. 그렇지않다 싶으면 일단 리뷰라도 받아보겠단 생각으로 <네이처>에 낸다고해요. <네이처>에 못 실으면 자매지들도 많으니까요. <네이처 케미스트리>나 <네이처 바이올로지> 등등등.
# 창의성
생명과학분야 박사과정인 한 선배의 말에 따르면 "<사이언스>는 아이디어가 좋은 것, <네이처>는 성실하게 상상 범위안의 것을 fantastic하게 증명하는 것을 싣는다"고 하시네요.
출발 자체가 획기적인 건 <사이언스>로.....증명 과정이 획기적인 건 <네이처>로..이런 뜻인 거 같아요~
(선배 코멘트 고맙습니다 ^^)
두 저널에 대해 옛날에 썼던 글을 덧붙이면.
# 경쟁.
두 저널은 역사도 오래되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해온 역사깊은 저널인만큼 명예도 얻을 수 있습니다.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은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황의 연구에 쓰인 난자의 일부가 연구원의 것이었다는 윤리적 의혹을 제기한 것은 <네이처>였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이언스>는 황우석 논문이 거짓으로 판명난 뒤(2005년) 줄기세포 논문을 한동안 잘 안 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 한동안 적극적인(도전적인) 연구결과는 <네이처>가 주로 실었다고 합니다.
두 저널은 과학발전의 쌍두마차이자 경쟁관계이기 때문이죠. 특히 한국인 줄기세포 과학자들은 황우석 사건 이후 외국 저널 특히 <사이언스>에 논문을 내는게 너무 어렵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둘의 또다른 차이라면 <사이언스>는 미국 저널, <네이처>는 영국 저널이라는 것.
<네이처>는 1869년 영국 맥밀런 출판사가, <사이언스>는 1880년 미국 언론인 존 미첼스가 발명왕 에디슨의 투자금 1만 달러를 받아 창간했습니다. <사이언스>는 발행 중단을 거듭하다 19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가 인수해 협회의 공식 저널로 탈바꿈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네이처>가 분자생물학, 핵물리학 등 굵직한 발견 논문을 실었던 데 비하면 <사이언스>는 거대과학(빅사이언스)을 이끌었습니다.
# 논문 작성법 강의도
교수들 박사들은 두 저널에 논문 실으려고 <네이처>, <사이언스>에 논문 싣는 방법이란 강의도 듣는다고 합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주로 논문 싣는 유명 교수들이 강사 요청을 받습니다. 이들은 대개 마다않고 강의에 나서서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멋진 모습도 보여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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