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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오디세이

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삶

‘초연결 사회’라는 것이 도래할 모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8일 열린 제1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초연결 창조한국’을 전망으로 내세운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 활성화 기본계획’(ICT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모든 사람과 사물, 기기를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과 ‘똑똑해진’ 네트워크, 즉 스마트 네트워크의 활용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네트워크에 늘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에 ‘초연결 사회’와 관련되어 언급되는 기술들은 설사 지금 당장 실현되어 있지 않더라도 매우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좀 더 꼼꼼하게 따져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최근 일련의 금융 사고를 통해 부각된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제외하면 ‘초연결 사회’에서 우려할 점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물 인터넷’ 홍보 영상에는 대도시에서 사람이 횡단보도가 따로 없이 어디서나 길을 건너는 장면이 등장한다. 길을 건너려는 사람의 위치 정보 등이 근처를 지나는 차량의 운행 정보와 연동되어 보행자가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부드럽게 교통 흐름이 조정되는 것이다. 스마트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개인이 집 안에서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설사 혼자 있다 사고를 당하더라도 몸에 부착된 센서가 실시간으로 이를 감지하여 ‘똑똑하게’ 근처 병원 응급실에 연락하여 구급차가 즉시 출동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서울시가 유비쿼터스 시스템 도입한 뚝섬 광장의 '똑똑한 야외 화장실' (출처 :경향DB)


하지만 첨단 기술에 대한 전망에는 늘 상당한 과장과 선택적 부각이 있기 마련이다. 구태여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건너고 싶을 때 언제나 길을 건널 수 있는 ‘가능성’은 무척 멋져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지나다니는 자동차나 길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에만 실현가능하다.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이런 ‘한적함’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설사 이런 ‘이상적’ 조건이 만족되더라도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인 및 차량 정보가 통합되고 이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통제를 네트워크의 중앙에서 이루어지게 할 것인지 아니면 개별 자동차에 분산된 형태로 실현할 것인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각각의 경우에 통합되는 정보의 범위와 정당한 통제의 경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똑똑한’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삶이 항상 좋은 것인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행인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그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을 비추어 주는 옷 가게의 쇼윈도를 생각해 보자. 이런 기술을 환영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좀 내버려 달라!”고 요구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이미 끊임없이 울려대는 ‘카톡!’ 소리에 익숙해졌듯,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우리 모두 ‘똑똑한’ 옷광고를 그저 익숙한 삶의 풍경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에는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 기술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지닐 기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보다는 훨씬 더 나은 이유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는 고민하고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고 필요하다면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맞게 그 결정을 지속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초연결 사회’의 도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초연결 사회’가 실현되는 수많은 방식 중 어떤 방식이 바람직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기술적, 사회적, 법적 고려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피해야 할 생각은 초고속 연결망이 좀 더 광범위하게 깔리고 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기만 하면 바람직한 ‘초연결 사회’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리라는 기대이다. 무엇보다도 ‘초연결 사회’에서 살아갈 시민들의 ‘느낌’과 ‘생각’이 충실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 ‘느낌’과 ‘생각’은 작년에 정부 스스로 실시한 ‘스마트 네트워크’ 기술대상 기술영향평가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초연결 사회’ 관련 기술 개발 과정에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상욱 | 한양대 교수·과학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