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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올해 떠오른 ‘10대 기술’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매년 중국 톈진과 다롄에서 번갈아 가면서 개최되던 세계경제포럼의 하계 다보스포럼이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않았다. 대신 올해는 온라인으로 변화의 선구자 서밋을 개최했고, 나도 폐막 기조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세션에선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마무리 발언을 포함해 지난 10일 발표된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올해도 흥미롭고 파괴력이 상당할 기술들이 선정됐다. 나도 참여하여 해설한 내용을 요약해 본다. 첫 번째는 고통 없는 주사와 진단을 위한 마이크로니들이 선정됐다. 마이크로니들은 신경을 안 건드리고 피부 내로 들어가므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며 약물 투여뿐 아니라 피검사 등을 가능케 하여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주사와 진단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가 심각한 지금 화석원료에 의존한 화학물질 생산 대신 광촉매 및 태양광을 이용해 폐이산화탄소를 유용 화학물질로 바꾸는 태양광 화학기술이 선정됐다. 바이오 기반 화학과 함께 미래 화학산업의 주력 기술이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가상환자가 선정됐다. 사람의 장기와 전체 시스템을 이미지와 수식으로 기술해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이 가능케 한 이 기술은 많은 시간, 노력,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시험을 효율적으로 할 것이다.

 

네 번째로는 공간컴퓨팅이 선정됐는데, 이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과 사물이 시간 및 공간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게 해 줘 헬스케어, 수송, 산업 등 전 분야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기술로 예측됐다. 다섯 번째로는 휴대폰의 센서와 앱을 이용해 사람의 체온, 혈압, 심장박동, 호흡상태 등의 건강지표를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치매 등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디지털메디신이 선정됐다. 여섯 번째로는 전기 비행기가 선정됐다. 항공여행은 세계 탄소배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많은 항공기업체들은 바이오 제트연료의 사용 등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노력해 왔다. NASA나 에어버스 등은 원거리 전기 비행기를 개발해 왔으며 2030년경이면 100명 정도의 승객을 태운 전기 비행기가 실제 운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게 아직도 원거리 비행의 숙제다.

 

일곱 번째로는 저탄소 시멘트가 선정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 40억t의 시멘트가 생산되며 이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8% 정도다. 이에 거꾸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시멘트를 제조하는 기술과 저에너지 시멘트 생산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심지어 박테리아를 이용해 금이 간 곳을 자동으로 메우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여덟 번째로는 퀀텀센싱이 선정됐다. 다른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들의 차이를 기본 단위로 하여 매우 정밀하게 센싱하는 기술로서 자율주행차가 코너를 더 잘 보게 하거나, 수중 내비게이션, 사람의 뇌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등의 응용이 예상됐다. 아홉 번째로는 친환경 수소가 선정됐다. 연소 시 물만 나오는 수소는 궁극적 청정에너지다. 제로탄소사회를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적극 추진 중이며 2050년경이면 약 1.3경원의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열 번째는 전체 유전체 합성기술이 선정됐다. DNA 합성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합성 가격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으므로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전체 유전체를 합성하는 게 현실화됐으며, 윤리적 테두리 안에서 질병 정복을 위한 인간 유전체 합성연구도 진행 중이다. 내가 연구하는 대사공학과 연계해 인류에 유용한 물질이나 의약품, 백신 등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맞춤형 미생물공장 제조에 먼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며 세상을 바꾼다. 이런 기술 중심 시대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며, 그 혜택이 소외되는 사람들 없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 경주해야겠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