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비타민A 섭취도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황금쌀이 다시 논란이다. 2012년 8월 ‘미국임상영양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 한 편이 윤리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철회된 데 대해 최근 과학계의 일각에서 철회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실험절차상 규범적인 면에 다소 하자가 있다 해도 연구결과가 과학적으로 틀리지 않았다면 논문 철회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결과가 맞다고 해도 황금쌀이 과연 인체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17일 미국 매사추세츠 고등법원은 2012년 논문을 제출한 터프츠대학 연구진이 학술지의 철회를 취소시켜달라며 제기한 청원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연구진은 사람이 황금쌀을 먹었을 때 비타민A가 얼마나 많이 생성되는지 알고 싶어 중국 어린이 68명을 대상으로 5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실험은 성공이었다. 문제는 부모들에게 실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임상시험을 허가한 중국 관료가 면직 처분을 받았고, 학술지는 논문 게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연구진은 이에 불복, 지난해 고등법원에 청원을 냈다.
황금쌀 개발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논문의 데이터와 결론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략 밥 한 공기 분량인 황금쌀 100~150g이면 하루에 섭취해야 할 비타민A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기아와 비타민A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황금쌀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터프츠대학 연구진의 논문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담고 있기에 철회 결정이 내려진 지 2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연구진은 다른 학술지에 해당 논문을 그대로 게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의 데이터만으로 황금쌀의 섭취가 비타민A 결핍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논문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다. 비타민A 성분을 가진 유전자변형 쌀이 개발됐다는 점, 이 쌀을 섭취하면 인체에서 비타민A의 함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늘어난 비타민A가 과연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황금쌀 지지자들은 비타민A의 결핍으로 인한 심각성을 설명할 때 어린이의 실명과 면역시스템 손상을 곧잘 언급한다. 예를 들어 현재 2억5000만명의 미취학 아동에게 비타민A가 결핍돼 있고, 이들 중 25만~50만명이 매년 시력을 잃고 있으며, 이들의 절반은 시력을 잃은 지 12개월 안에 설사병이나 홍역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인용한다. 황금쌀을 섭취하면 실명과 면역시스템 손상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체의 생리작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GMO를 둘러싼 원론적인 안전성 논란을 제외하고라도 황금쌀의 체내 효능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어쩌면 증명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황금쌀은 의약품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특정 영양성분이 강화된 일종의 기능성 식품에 속할 듯하다. 영양가 있는 음식의 섭취가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영양성분 간 비율, 소화기관의 특성, 장내 미생물의 분포 등 복잡하고 다양한 체내 요건들에 따라 음식을 먹었을 때 영양분의 흡수와 대사 양상이 달라진다. 가령 철분은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이상 몸에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거나, 같은 당분이라도 과일을 통째로 섭취할 때와 갈아서 주스로 먹을 때 유용성이 달라진다거나, 비타민B12가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한다 해도 결핍증에 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등의 사례가 몸의 영양학적 복잡성을 알려주고 있다.
필리핀의 국제쌀연구소(IRRI)는 황금쌀의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다면 장차 ‘헬렌 켈러 인터내셔널’ 같은 단체에서 황금쌀과 실명 예방 간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가 언제 실현될지, 그 결과가 어떻게 제시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지난달 17일 미국 매사추세츠 고등법원은 2012년 논문을 제출한 터프츠대학 연구진이 학술지의 철회를 취소시켜달라며 제기한 청원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연구진은 사람이 황금쌀을 먹었을 때 비타민A가 얼마나 많이 생성되는지 알고 싶어 중국 어린이 68명을 대상으로 5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실험은 성공이었다. 문제는 부모들에게 실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임상시험을 허가한 중국 관료가 면직 처분을 받았고, 학술지는 논문 게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연구진은 이에 불복, 지난해 고등법원에 청원을 냈다.
황금쌀 개발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논문의 데이터와 결론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략 밥 한 공기 분량인 황금쌀 100~150g이면 하루에 섭취해야 할 비타민A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기아와 비타민A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황금쌀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터프츠대학 연구진의 논문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담고 있기에 철회 결정이 내려진 지 2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연구진은 다른 학술지에 해당 논문을 그대로 게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의 데이터만으로 황금쌀의 섭취가 비타민A 결핍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논문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다. 비타민A 성분을 가진 유전자변형 쌀이 개발됐다는 점, 이 쌀을 섭취하면 인체에서 비타민A의 함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늘어난 비타민A가 과연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황금쌀 지지자들은 비타민A의 결핍으로 인한 심각성을 설명할 때 어린이의 실명과 면역시스템 손상을 곧잘 언급한다. 예를 들어 현재 2억5000만명의 미취학 아동에게 비타민A가 결핍돼 있고, 이들 중 25만~50만명이 매년 시력을 잃고 있으며, 이들의 절반은 시력을 잃은 지 12개월 안에 설사병이나 홍역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인용한다. 황금쌀을 섭취하면 실명과 면역시스템 손상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연도별 유전자변형식품(GM0)수입량, 수입 곡물 중 GMO 비중, GMO가 주재료인 가공식품 생산량_경향DB
하지만 인체의 생리작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GMO를 둘러싼 원론적인 안전성 논란을 제외하고라도 황금쌀의 체내 효능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어쩌면 증명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황금쌀은 의약품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특정 영양성분이 강화된 일종의 기능성 식품에 속할 듯하다. 영양가 있는 음식의 섭취가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영양성분 간 비율, 소화기관의 특성, 장내 미생물의 분포 등 복잡하고 다양한 체내 요건들에 따라 음식을 먹었을 때 영양분의 흡수와 대사 양상이 달라진다. 가령 철분은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이상 몸에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거나, 같은 당분이라도 과일을 통째로 섭취할 때와 갈아서 주스로 먹을 때 유용성이 달라진다거나, 비타민B12가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한다 해도 결핍증에 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등의 사례가 몸의 영양학적 복잡성을 알려주고 있다.
필리핀의 국제쌀연구소(IRRI)는 황금쌀의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다면 장차 ‘헬렌 켈러 인터내셔널’ 같은 단체에서 황금쌀과 실명 예방 간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가 언제 실현될지, 그 결과가 어떻게 제시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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