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고리 없음 [공지] 사이언스 톡톡 (Science Talk Talk) 블로그 운영 중단 안내 안녕하세요. 사이언스 톡톡 (Science Talk Talk) 블로그 관리자입니다. '경향신문 오피니언 섹션 페이지'의 활성화를 위해 2022년 12월 19일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사이언스 톡톡 (Science Talk Talk) 블로그' 운영을 중단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사이언스 톡톡 (Science Talk Talk) 블로그에 게재되었던 글은 '경향신문 오피니언 섹션페이지' 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과학블로그 사이언스 톡톡 (Science Talk Talk)에 찾아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더 향상된 서비스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피니언 섹션 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khan.co.kr/opinion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암세포 굶겨 죽이기 모든 세포의 꿈은 두 개가 되는 것이다. 대장균이 유전자를 어떻게 켜고 끄는지 밝혀 노벨상을 탄 프랑수아 자코브가 한 말이다. 인간은 모두 단 한 개의 수정란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갓 태어난 아기도 무려 1조2500억개가 넘는 세포를 갖는다. 다 큰 어른은 그보다 30배 많은 약 37조개의 세포로 한평생 살아간다. 그게 다가 아니다. 두 근 반 무게의 간은 1년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새것으로 바뀐다. 정상 간세포도 분열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올해의 간은 작년의 그것과 다르다. 빠르게 분열하는 피부와 소화기관 상피세포는 더 자주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어려서는 대개 세포의 수를 늘리느라, 커서는 그 수를 지키느라 인간은 쉴 새 없이 먹어야 한다. 하나의 세포가 둘이 되려면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할..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때로는 막고 때로는 돕는, 물리학의 간섭 내 일에 간섭하지 마! 무언가를 하려는데 다른 이가 막아설 때 우리가 하는 말이다. 우리 삶에서 간섭은 이처럼 방해나 훼방의 뜻을 가질 때가 많다. 하지만 물리학의 간섭은 이와 달라, 서로 만나 줄어드는 소멸(destructive)간섭도, 만나서 커지는 보강(constructive)간섭도 있다. 물리학의 간섭은 때로는 막고 때로는 돕는다. 빛과 소리를 포함한 모든 파동은 진행하며 서로 간섭한다. 긴 줄의 양 끝을 두 사람이 나눠 잡고 시간을 맞춰 동시에 위아래로 휙 움직이자. 양 끝에서 만들어진 두 파동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 한가운데에서 만나고, 그곳에서 줄은 위아래로 큰 폭으로 떨린다. 이처럼 결이 맞은 두 파동이 더해져 진폭이 늘어나는 것이 보강간섭이다. 두 파동이 만나 이루는 합성 파동의 진폭이 ..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흙 다시 만져보자 고층 아파트와 빵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루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건축물의 주재료는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골재인 모래와 자갈을 섞어 만든 것으로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 줄지어 선 레미콘 트럭 안에 든 회색빛 물질이다. 모래와 자갈을 결합하는 접착제인 시멘트는 점토나 석회, 광물을 27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 빻은 가루다. 시멘트 10, 물 15에 골재 75 비율로 잘 섞으면 콘크리트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콘크리트의 주성분인 모래는 무엇일까? 너무 흔해서 오히려 정의하기 어려운 사정을 살펴 지질학자들은 지름이 0.0625~2㎜ 크기의 알갱이를 따로 모래라고 부른다. 머리카락 지름이 대략 0.08㎜라면 모래알 크기를 얼추 가늠할 것이다. 사막이나 해변에 깔린 모래의 70%는 석영..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빛의 여행엔 시간 낭비가 없다 빛은 출발한 곳에서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직선을 따라 직진한다. 평평한 거울에 닿은 빛은 입사한 각도와 같은 각도로 반사하고, 맑은 연못 바닥은 실제보다 얕아 보인다. 기하광학의 여러 성질을 고전 물리학은 딱 하나의 원리, 가장 시간이 짧은 경로를 따라 빛이 움직인다는 페르마(Fermat)의 최소 시간의 원리로 설명한다. 우주에서 가장 급히 움직이는 빛은,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정할 때도 시간이 기준이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따라 가장 빠른 속도로 간다. 빛의 여행에는 시간 낭비가 없다. 두 점을 연결하는 무한히 많은 경로 중 길이가 가장 짧아 특별한 경로가 바로 직선이다. 빛의 속도는 어디에서나 같아서 직선은 또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로이기도 하다.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를 생각하면 ..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우는 아기 재우기 태어나서 나는 석 달 열흘을 꼬박 울었다 한다. 물론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다. 젖을 물려도, 기저귀가 젖지 않았는데도 자지러지게 울었다고 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번갈아 업어 재우던 어느 날 울음을 뚝 그쳤는데 그게 마침 100일째였다는 것이다. 살아생전 어머니는 상가에 다녀온 일꾼이 괭이 가지러 금줄을 제치고 집 안에 들어온 탓에 부정을 탔노라고 굳게 믿었다. 젖먹이가 우는 일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5~19%에 달하는 영아는 그 울음이 좀 별나다. 3주에서 석 달에 걸쳐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시간 넘게 울기 때문이다. 소아과 의사들은 이들이 영아 산통 혹은 배앓이(baby colic)를 한다고 진단한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오래 울면 허기진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에너지를 스무 배나 더 쓴..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절대성을 반영하는 시공간의 상대성 앞에서 본 내 모습은 뒤에서 본 모습과 다르다. 나는 나라서 변하지 않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내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누가 어디서 보는지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이 상대(相對)라면, 절대(絶對)는 보이는 겉모습은 달라도 늘 변함없이 유지되는 동일성이다. 물리학의 상대성이론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시공간의 상대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찰 결과의 상대성이 아니라 자연법칙의 절대성이다. 움직이는 시계가 더 느리게 간다는 시간의 상대성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누구에게나 빛의 속도가 같다는 더 근본적인 절대성의 결과다.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 근간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햇빛은 막대 그림자를 땅에 드리운다. 우리는 막대의 길이가 정해져 있지만 해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가 ..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부모 모습이 내 얼굴에 비친다 두어달 전 초여름 삼촌 문상 갔을 때 일이다. 먼저 와 계시던 이모가 내가 가까이 오길 기다려 대뜸 “형부가 들어오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운을 떼었다. 나도 외할머니를 소환하며 가볍게 응수했지만 나이 들어가는 처남이나 처고모 얼굴에서 장인어른의 모습을 찾아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내 또래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으리라.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하나 가족 이력을 잘 아는 사람의 인식 체계에 쉽사리 포착되는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2018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영장류 친족 선택을 연구하는 카젬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 자식의 얼굴이 닮아가는 경향이 높다’는 논문을 영국왕립학회지에 실었다. 사람이 붉은털원숭이 사진을 보고 부모 자식을 짝짓는 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이해할 수 있든 없든 복잡계는 복잡계다 우리 사는 세상은 정말 복잡해 보인다. 사전에는 ‘복잡하다’의 풀이가 ‘일이나 감정 따위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로 적혀 있다. 서로 다른 두 측면이 ‘복잡함’의 의미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는 것은 대상의 속성인 한편,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것은 인식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복잡함의 의미를 대상과 인식의 속성으로 나눠 생각해보면 네 조합이 가능하다. 대상이 단순해서 이해도 단순한 경우, 대상은 단순한데 보여주는 현상은 갈피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경우, 대상은 여러 가지가 얽혀 있어 복잡한데 그래도 단순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 그리고 대상도 인식도 모두 복잡한 경우다. 대상이 단순해 이해도 단순한 것이 있다. 한쪽 끝..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원하지 않았지만 이웃이 돼버린 모기 풀은 인류의 친구다. 양과 사슴 같은 초식동물의 먹이도 풀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본격적으로 인간 집단에 들어온 밀과 귀리도 역시 풀의 한 종류다. 태양을 향해 높이 오른 나무와 달리 빠르게 멀리 퍼지는 습성을 지닌 풀은 거침없이 땅을 파헤치는 인간을 특히 좋아하고 따른다. 자못 비장한 차전자(車前子)라는 별명이 있는 질경이는 사람이나 소가 끄는 수레바퀴에 깔릴 때 씨앗이 튀어 나가 새싹을 틔운다. 놀랍다.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고 아름드리나무를 잘라 개간하는 인간을 쫓아 자신의 영역을 넓힌 모기도 인간을 따른다. 호젓한 산길을 걸을 때 윙윙 날갯짓하며 동행을 청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때 우리는 거부하는 몸짓으로 팔을 휘젓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이런 동작은 열과 몸 냄새를 더 멀리..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우리는 ‘원자들의 모임’만은 아니다 재앙이 닥쳐 대부분의 인간이 사라지기 바로 직전, 후손을 위해 딱 하나의 과학 이론을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일까? 에서 리처드 파인만은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원자론을 후손에 남길 딱 하나의 이론으로 꼽았다. 물리학은 일석이조를 훌쩍 넘어 일석백조를 꿈꾼다. 하나로 여럿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적은 수의 단순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물리학자는 등골이 오싹한 경이감을 느낀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고, 원자론의 과학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떠올리면, 파인만의 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인력이 두 원자 사이에 작용하지만, 거리가 아주 짧아지면 서로를 미는 반발력이 작용한다는..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땀은 송골송골 땀의 계절이다. 점심 먹을 때마다 손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에어컨 없던 시절에는 바람 잘 통하는 나무 그늘을 찾거나 땀띠를 추스르려 산밑 바위틈 샘골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땀띠는 땀 두드러기에서 ‘땀때기’를 거쳐 온 말이다. 두드러기라니 일종의 피부 질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땀 때문에 두드러기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니 그렇다면 땀에 어떤 독성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지는 않다. 화학적으로 땀은 혈구를 뺀 혈액 성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혈액에 든 독성 성분이 땀으로 배출된다고 해서 괴이쩍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기 전에 틀림없이 콩팥 감시망에 걸려 오줌으로 배설될 것이다. 땀이나 오줌은 몸 안의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역할은 서로 다르다. 오줌은 주로..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세상의 ‘마찰’ 보며, 떠올리는 미래의 폭주 자연에는 딱 네 종류의 상호작용이 있다. 해 주위를 도는 지구의 운동은 중력이 만들고, 겨울날 차문 손잡이의 짜릿함은 전자기력 때문이다. 서로를 강하게 밀치는 전자기력을 이기고 양성자 여럿이 오밀조밀 원자핵 안에 모여 있을 수 있는 것은 강한 핵력 덕분이다. 강한 핵력이 없다면 원자핵도, 원자도, 세상의 온갖 물질도, 그리고 나도 없다. 한편, 약한 핵력은 원자핵을 다른 원자핵으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한다. 수소가 만나 헬륨으로 바뀌는 태양의 핵융합도 약한 핵력으로 가능하다. 초여름 따가운 햇볕은 약한 핵력이 만든다.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내 작은 팔심이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있다. 넷 중 가장 약한 것이 중력이고 그다음 약한 것이 약한 핵력이다. 중력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지구를 태양으로..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불멸의 꿈 혈액 도핑을 아는가? 이 행위는 승리를 바라는 운동선수가 자신의 혈관에서 일정량의 피를 뽑았다가 몇 주 뒤 수혈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줄어든 혈구를 벌충하고자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가 부지런히 소임을 다하면 혈구의 수는 머잖아 정상으로 회복된다. 이때 자가 수혈로 적혈구 수가 늘면 운동 능력이 최대 20%까지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사이클 영웅 루이 암스트롱도 이런 수법을 썼다. 지금은 시합 전후 적혈구 수를 분석함으로써 이런 불법적인 일도 여지없이 적발해낸다. 젊은 쥐의 혈액을 늙은 생쥐에게 수혈함으로써 신경세포 재생을 촉진하여 학습과 기억력을 높이고 간의 재생을 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곤 한다. 그렇다면 경기에서 이기거나 아프지 않은 채 오래..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경험, 겪고 나면 달라진다 듣고 읽어 알기는 어려워도 직접 겪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가 겪은 과거의 경험은 머릿속 어딘가에 각인되어 나를 바꾼다. 우리 각자뿐 아니다.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도 그렇다. 함께 겪은 모두의 경험은 우리 사회를 바꾼다. 1980년 광주, 2014년 세월호 등이 그렇다. 겪고 나서 마주한 세상은 겪기 전과 달라진다. 여럿이 공유한 시공간의 한곳에서 함께 겪은 것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빚어낸다. 나나 우리나 겪고 나면 달라진다. 과학에도 경험이 중요하다. 뉴턴의 운동법칙 F=ma 수식을 외우고 있다 해서 고전역학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론을 먼저 설명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이를 적용해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경험을 꼭 갖도록 하는 것이 대학교 물리학 수업의 기본이다. 다양한..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우리 엄마 젖을 다오 북한강 중간께의 청평에는 안전 유원지가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만나는 집은, 낮에는 음식점이고 밤에는 사이키 조명 아래 춤을 출 만한 공간도 있었다. 그러니 종업원 중에는 덩치 큰 친구도 있었는데, 듣기로는 씨름 선수 출신이라고 했다. 오가는 손조차 뜸한, 비 오는 어느 날 나는 그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참외 줄랴 참외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애잔한 기타 선율과 함께 오래전에 들었던 낮은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아마도 그는 수유(lactation)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애착 또는 접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눈을 마주하며 정온동물끼리 체온을 나누는 일이 사회적 결속력을 다지는 강력한 수단이었음은 우리 유전자에도 새겨져 있다. 해마다 오월이 돌아오는 걸 보면..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질량 작을수록 쉽게 움직이고 쉽게 멈춘다 같은 힘으로 밀어도 쉽게 움직이는 물체와 잘 움직이지 않는 물체가 있다. 커다란 바위는 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 않지만, 크기가 작은 바위는 조금은 움직일 수 있고, 이보다 더 작은 돌멩이는 슬쩍 밀어도 쉬이 움직인다. 힘으로 밀 때 물체가 안 움직이려고 뻗대는 정도가 물리학의 질량이다. 물질의 양이 많으면 질량도 크다. 작은 당구공이 커다란 볼링공보다 쉽게 움직이는 이유다. 질량이 큰 물체가 가만히 정지해 있으면 밀어도 잘 움직이지 않고,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기도 어렵다. 멈춰 있다 움직이거나, 움직이다 멈추거나, 물체의 운동 상태가 변한다. 물체가 현재의 운동 상태를 지속하려는 경향을 관성이라고 한다. 질량이 바로 관성의 척도다. 질량이 클수록 관성이 크고, 운동 상태의 변화에 더 강하게 저항한..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지표면의 유일한 생산자, 잎 봄인가 싶어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사위가 어둡다. 나무 잔가지 사이의 빈틈이 하루가 다르게 채워진다. 그에 따라 화려한 사치재인 꽃은 사위어 가거나 어둠 속에 잠긴다. 한 이십 년도 더 된 어느 봄날, 성산동 굴다리 지나 수색, 화전을 향해 가다 서오릉 표지판을 보고 샛길로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나는 내 인생의 또 다른 봄을 보았다. 봄은 채워짐이었다. 야트막한 산에는 가을이면 떨어질 운명인 이파리들이 그야말로 만개한 상태였다. 새로 돋은 활엽수 이파리들은 꿈처럼 눈부셨다. 그 뒤로 나의 봄은 늘 저리 어둡고 밝았다. 한 해가 시작되고 100여일 지날 무렵이면 한반도에도 잎 소식이 들려온다. 그 뒤로 200일 남짓 잎들은 대기와 식물이 만나는 접촉면 노릇을 오롯이 해낼 것이다. 바늘잎 식물도..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아이 그네를 밀어주던 때가 생각난다. 그네는 앞으로 갔다가 내가 있는 뒤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앞으로 막 움직일 때 그네를 미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반복하면 그네는 점점 더 높이 오르고 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시간이다. 이렇게 그네를 밀어주는 것은 물리학의 ‘공명’과 관계가 있다. 함께 울린다는 뜻이어서 우리말로 ‘껴울림’이라 한다. 그네 밀기의 원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초에 한 번 그네가 다시 다가오면 3초에 한 번 밀면 된다. 3초보다 짧은 간격이면 그네가 다가올 때 밀게 되어 팔이 아프고 그네의 속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3초보다 긴 간격으로 밀면 그네가 이미 저 앞에 있어 허공에 대고 헛수고를 하게 된다. 그..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무심한 질소 기다림은 인간의 일이고 행성의 움직임은 우주의 일이라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계절은 바뀔 게고 그렇게 봄은 왔다. 봄이 오니 서둘러 산수유가 노랗게 꽃을 틔웠고 벚꽃도 곧 필 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뜻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그 소임을 다한 꽃이 지면 열매를 키우는 몫은 잎이 전담한다. 하늘 높이 태양이 떠오르면 식물은 일제히 기공(氣孔)을 열고 이산화탄소를 흠뻑 들이켠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액체로 환골탈태한 뒤 설탕으로 흐르다 저장 기관에서 고체로 안착한다. 쌀알이나 옥수수, 알밤이 그런 것이다. 이런 모든 일은 빠르고 실수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재료와 에너지 모두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너무 느리면 전자 전달계 고압선을 흐르는 전자가 밖으로 튀어 나가거나 에너지가 헛..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물리학의 단열, 세상 속 단절 어릴 때 사용한 유리 보온병을 기억한다. 안쪽 유리병을 바깥 유리병이 둘러싸고 있는데 둘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었다. 둘 사이의 안쪽 면은 거울처럼 도금해놓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지면 잘 깨져 낭패를 본 적도 많았다. 왜 유리 보온병은 잘 깨졌을까? 얼굴을 비춰 볼 수도 없는데 왜 거울처럼 도금을 했을까?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딱 붙여 놓으면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열이 전달된다. 높은 쪽의 온도는 내려가고 낮은 쪽의 온도는 올라간다. 결국 둘의 온도가 같아지는 열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붙여 놓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아니, 온도가 더 높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모든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이 허락한 가장 낮은 온도인 절대영도가 아니라면 분자..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당신의 간은 밤새 안녕하십니까 간은 붉다. 들고 나는 피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쉴 때 간은 우리 몸에 필요한 전체 산소의 약 20%를 쓴다. 유난히 붉은 색조를 띠는 기관은 산소와 피의 요구량이 크다고 보면 대체로 틀림이 없다. 콩팥과 심장도 그런 곳이다. 이들 두 기관과 달리 간에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혈관이 연결된다. 산소를 듬뿍 담고 심장에서 출발한 신선한 피는 간에 들어오는 피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혈액은 소장과 대장에서 온다. 이렇듯 우리 몸의 가운데를 관통하는 소화기관에서 소화하고 흡수한 영양소가 일차로 결집하는 곳이 간이다. 그렇기에 간은 몸의 안과 밖을 잇는 경계에 선 관문이다. 음식을 많이 먹어 영양소의 양이 늘면 간은 커질까? 그렇다. 2017년 스위스 제네바 대학 쉬블러 연구팀은 생쥐의 간이 24시..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질까? 영화 속 유령처럼 사람이 스르륵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 을까?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걸까? 내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걸까? 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런데 100%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주선 안이라면 제자리에 둥둥 떠 있을 수 있으니,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도 상황이 달라지면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에너지 장벽을 입자가 스르륵 통과하는 양자터널효과를 생각하면 어쨌든 입자로 이루어진 사람이 벽을 통과할 확률이 정확히 0인 것은 아니고, 엔트로피도 항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앞으로 계속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입자의 수가 어떻고, 고립계가 어떻고, 엔트로피 증가를 설명하면, ..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밤 긴 겨울엔 나우 자자 소나무는 양지바른 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나무가 이 추운 겨울날 푸른 잎을 매달 까닭이 전혀 없는 것이다. 동지 지나 아직 짧은 햇살일망정 광합성에 쓰려는 사철 푸른 나무의 시도가 사뭇 애처롭다. 하지만 광합성 작업에는 햇볕 말고 물도 필요하므로 땅 아래 소나무 뿌리로 흐르는 물이 얼어 있으면 안 된다. 누런 솔가리로 아랫도리를 감싼 소나무는 태양으로부터 광속으로 8분이나 걸려 찾아온 빛 에너지를 애면글면 보존한다. 이제 소나무 잎 안에 든 엽록체는 이산화탄소를 고정하여 적은 양이나마 포도당을 만들 수 있다. 이와 달리 일찌감치 잎을 떨군 활엽수들은 지난해 저장해둔 탄수화물을 쓰면서 삼동을 난다. 그렇기에 겨울 활엽수는 동물과 하등 다를 바 없이 호흡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이것이 여름..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상식도 바뀌지만 ‘방향’은 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지식이 ‘상식’이다. 손에서 가만히 놓은 돌멩이는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 지구가 둥글다는 것, 그리고 백신이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상식이다. 이런 상식에 많은 이가 동의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가 동의하는 것은 또 아니다. 돌멩이가 저절로 하늘로 치솟는다고 믿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은 지금도 간혹 있고, 다양한 생명이 진화의 과정 없이 한순간 등장했다고 믿는 사람,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이 거짓이라고 믿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나의 상식이 세상의 상식과 다르면 먼저 나의 상식을 의심해 볼 일이다. 과학 지식이 아닌 상식도 많다. 식탁에서 코 푸는 사람을 예의 없다 생각하며 후루룩 국물을 들이켜는 나를 그 외국인은 거꾸로..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지구에는 배설기관이 없다 바다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원시 지구 안 마그마에서 분출한 수증기가 지표면 온도 하강에 따라 비로 떨어져 내리며 바다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명과 상상력의 원천인 바다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아주 오래전 오랜 기간에 걸쳐 벌어진 사건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리는 지구를 달걀에 빗대 지표면과 맨틀 및 핵으로 구분한다. 짐작하듯 맨틀은 흰자, 핵은 노른자에 해당한다. 지각 아래 맨틀이 차지하는 공간은 지구 부피의 약 80%이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바다와 빙하 및 지하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무려 25배가 많은 양의 물이 들어 있다. 활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 물질의 83%가 수증기라는 점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양과 남극의 빙..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신경기술을 통한 신경과학 발전 필자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경향신문 지면에 칼럼을 써왔다. 시의성이 있거나,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소재(예: 동물 사이의 공감 등)를 연구한 논문 중에서도 ‘네이처’나 ‘사이언스’급 저널에 실린 논문을 주로 소개해왔다. 하필이면 이들 저널에 실린 논문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역사가 깊고 피인용지수가 높은 이 저널들의 엄격한 동료 평가제도와 책임감을 신뢰하고 있기도 하고, 이 저널들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에 기대는 측면도 있었다. 지금이야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필자는 학위를 마치기도 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직위의 원로 연구자도 아닌 데다 드문 여성과학자로서 이야기하자니 공연히 위축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원래 건전한 과학 소통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이런 염려 때문에라도..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까마귀 온다 수원에 까마귀 떼가 나타났다. 2016년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에 첫 모습을 드러냈던 까마귀가 벌써 몇 년째 찾아든다. 울산이나 김제처럼 사방으로 너른 들녘에서 나락이나 지렁이를 먹던 까마귀는 밤이면 근처 나무숲에 잠자리를 마련하곤 했다. 울산 태화강변 대나무숲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숲과 논을 오가며 겨울을 지낸 까마귀는 다음해 3월이면 어김없이 날개를 틀어 번식 장소인 북으로 향한다. 수원 까마귀도 그럴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는 삼월삼짇날쯤에 한반도를 찾는다. 붉은 목에 배가 흰 어미 제비는 부산히 벌레를 날라 서너 마리의 새끼를 먹여 살린다. 봄에 한국을 찾는 제비는 여름 철새이다. 겨울 철새인 까마귀는 시베리아나 만주에서 여름을 나고 한반도나 일본에서 월동한다. 사실 모든 생명체는 먹을 것이 풍부..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앞사람이 쌓은 것을 딛고 진전하는 세상 자신의 연구를 동료 연구자에게 소개하는 역량과 대중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소개하는 역량은 다르다. 그래서 뇌과학 연구를 하면서 대중을 위한 저술도 활발히 하는 과학자는 많지 않다. BBC 다큐멘터리 을 제작한 데이비드 이글먼,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들, 오랫동안 공포와 불안을 연구해 온 조지프 르두 정도다. 얼마 전 조지프 르두를 줌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EBS에서 교육부와 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에 흩어진 각 분야 대가들의 강연을 이라는 시리즈로 방영하고 있는데, 그중 조지프 르두 편의 감수를 맡았기 때문이다. 나는 신경과학 연구를 처음 시작하던 2000년대 중반에 르두 교수의 논문을 읽었다. 당시 나는 감정에 관심이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뇌과학에서 ..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2021년 떠오르는 10대 기술 세계경제포럼이 ‘2021년 떠오르는 10대 기술’을 16일 발표했다. 올해로 10번째를 맞이한 이 리스트에는 예년과 같이 흥미로운 기술들이 포함되었다. 첫 번째는 탈탄소 기술이다.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잘 알려진 것 이외에도 탄소중립 에어컨디셔너, 저탄소 시멘트, 신재생에너지, 고기 없는 단백질 등이 총체적으로 빠르게 개발돼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시되었다. 두 번째는 자체 영양 제공 식용작물 재배 기술이다. 콩과 식물은 질소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데 그 이유는 뿌리에 박테리아들이 자리 잡아 노듈이라는 것을 형성하고, 그 박테리아들이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방하여 노듈을 형성하지 못하는 식용작물들도 노듈을 형성하게 엔지니어링하거나, 아니면 질소를 고정하지 못하는 토..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잘 섞음의 원리 요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섞음’일 것입니다. 여러 식재료들을 알맞게 준비하고 잘 섞어주면서 최상의 맛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식재료가 고체라면 서로 섞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액체 상태인 경우라면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학에서는 ‘Likes dissolve lik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역해보면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 정도가 되겠네요. 액체에 다른 어떤 것을 녹일 때 서로 비슷한 성질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잘 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이 서로 비슷한 것들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친수성과 친유성입니다. 친수성이란 물과 친한 성질, 친유성은 기름과 친한 성질인데요. 다시 말해..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낙엽, 비워서 채우려는 나무의 안간힘 가을이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 캠퍼스는 가을 풍경이 정말 멋지다. 교목인 은행나무가 환한 노란빛으로 온통 꽃핀 듯 변하고 교내 여러 나무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색색이 물든다. 가을에 접어들어 단풍으로 물든 나무는 오래지 않아 낙엽을 떨군다. 더운 날씨가 일년 365일 이어지는 열대의 나무는 잎을 떨굴 필요 없고, 추운 날씨만 이어지는 고위도 지역 상록수는 약한 햇빛을 일 년 내내 이용하려 사시사철 푸르다.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멋진 가을 단풍은 우리나라의 적당한 위도 덕분이다. 가을날 단풍 들어 낙엽 진 나무는 다음해 봄 푸른 잎을 틔워 여름날 무성한 녹음을 다시 이룬다. 나무의 푸른색은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 중 파란색과 빨간색 부분의 파장을 엽록소가 주로 이용해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파란색과 빨간..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인간은 왜 개와의 평화협정 위반할까 “개껍닥 갖다 고구마 줘라”라는 엉터리 말에도 나는 소쿠리를 들고 봉당 개밥그릇으로 향하곤 했다. 어릴 적 일이다. 두 귀가 늘어지고 반가우면 등 뒤로 말린 꼬리를 부산히 흔들며 다가서던 개와 나는 마당이 좁도록 뛰며 종일 함께 놀았다. 날이 저물어 서녘 하늘에 개밥바라기별이 뜨면 종지에 약지와 중지를 넣고 개밥이 너무 차거나 뜨겁지 않은지 혹은 간이 맞는지 확인하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교 다녀온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그 황구를 마지막으로 지금껏 개와 다시 인연을 잇지 못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가축화되었다는 개의 숫자는 계속 늘어서 현재는 10억마리가 넘는다. 인구 1000명당 약 130마리에 해당하는 값이다. 개의 분포는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크다. 남북 아메리카 사람들은 1000명당..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번역청을 세워주세요 전공인 수학·과학을 제외하면, 중·고등학교 교과목 중 살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영어다. 영어는 한글로 번역되지 않은 온갖 자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한국어를 쓰지 않는 수많은 이들에게 나를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작은 나라 한국에 태어났으면서도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고, 내 성과를 인정받게 해준 것은 영어였다. 그래서인지 상당수 직장에서 영어 실력을 요구하고, 많은 사람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마다 한글날이면 세종대왕께 감사하지만, 그러면서도 영어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영어 따윈 필요 없을 거라며 위안도 해보지만, 우리말의 번역은 유난히도 더디다. 구글 번역기조차도 문화와 어순이 다른 한국어를 제대로 번역해내지 못한다..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의학과 공학 융합의 꽃, 디지털치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구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대변되는 엄청난 속도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의료와 제약업계도 변혁을 불러오고 있으며 디지털치료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는 심각한 공중보건위기가 언제든지 올 수 있으며 이동 및 접촉이 용이치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진단과 치료가 정보통신기술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타당성을 더욱 높였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고 증거에 기반하여 예방,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부른다. 영어로 Software as Medical Device(SaMD)라고 한다. SaMD 중에서 실질적으로 치료 유효성..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천연 주스가 더 맛없는 이유 화장실 가기가 힘들다는 아내를 위해 직접 과일 주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렌지, 자몽, 키위 등 신선한 과일을 준비하고 물을 조금 첨가한 후 믹서기로 가는 단순한 방식인데요. 즙만 짜내는 것보다는 변비에 효과가 더 좋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아들 것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시중에 파는 주스처럼 건더기는 걸러내고 즙만 담았죠. 그런데 아들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과일 주스맛이 아니라고 하네요. 좋은 과일만 엄선한 아빠표 주스보다 편의점 주스가 더 주스답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사실 가공 주스가 더 진짜 같은 것은 바로 향 때문인데요, 보통은 천연 과일을 연상케 하는 합성 착향료를 사용합니다. 산성 물질과 알코올을 반응시키면 에스터라 불리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가운데 과일 향을 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투명’한 세상을 기다리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깊은 물과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기 어려운 사람의 속마음을 비교한 속담이다. 사람의 몸은 물과 달라 가시광선을 투과하지 못하니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물론 사람 몸이 투명해도 그 안 속마음이 눈에 보일 리 없지만. 한 길 사람 속을 보는 방법이 있다. 파장이 짧은 엑스선을 이용하면 조직마다 다른 투과율 차이를 이용해 몸 안을 흑백사진으로 볼 수 있다. 유리가 투명하다 하지만 이것도 보는 방법에 따라 다르다. 차 안에서 앞 유리를 통해 맨눈으로 원자폭탄 실험을 바라보았다는 리처드 파인먼의 일화가 기억난다. 우리가 눈으로 볼 때 이용하는 가시광선에 투명한 유리도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는 잘 투과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물도 그렇다. 가..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RNA 세상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딱 세 집단으로 나뉜다. 세균, 고세균 그리고 진핵세포이다. 세균과 고세균을 뭉뚱그려 원핵세포라고 하면 이제 생명체는 둘 중 하나에 속한다. 대장균은 원핵세포이고 그보다 덩치가 훨씬 큰 데다 뒷발로 걷는 인간은 진핵세포 소속이다. 문자 그대로 진핵(眞核)세포는 핵이 있는 생명체를 일컫는다. 술 빚는 효모와 남산 위 소나무에는 핵이 있는 반면 원핵세포에는 핵이라 부를 만한 구조가 없다. 흔히 ‘씨 도둑질은 못한다’고 말할 때 씨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바로 핵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원핵세포에는 유전자가 없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대장균도 자식 대장균에게 물려줄 유전자를 갖지만 이를 둘러쌀 강보 같은 핵이 없을 뿐이다. 어떤 세포든 무슨 일을 하려면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움직이려면..
- 과학오디세이 몸과 생각의 에너지 조율 한낮이면 35도를 넘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다. 일교차가 10도 가까이 벌어졌고 한두 달만 더 지나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이다. 환경이 크게 변하는 데 반해 신체의 내부는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위해서는 체온, 삼투압, 혈압, 혈당 등의 조건이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뇌는 이와 같은 항상성의 유지에도 관여하고 있다. 체온, 혈압, 혈당 등은 기계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조절되어야 한다. 혈당을 생각해보자. 맹수를 마주했을 때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는 근육이 에너지를 끌어다 쓰기 쉽도록 혈당이 높아지고, 안전한 곳에서 백일몽을 꿀 때는 혈당이 낮아져야 한다. 이처럼 외부 환경에 맞게 움직이면서도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저궤도 통신위성, 별들의 전쟁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1호를 개발해 발사했다. 인공위성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인공위성 보유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우리별, 차세대 소형 위성, 다목적 실용 위성 시리즈 등 다양한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들을 개발·발사했고 위성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산 등의 한계로 통신위성 개발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2010년 천리안 1호를 발사했으나 통신 전용의 인공위성이 아닌 기상관측, 해양관측 그리고 공공통신을 위한 복합기능의 정지궤도 인공위성이었다. 또한 국내 유일하게 위성통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지궤도 무궁화위성은 총 4기로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 수요가 가장 많고 국가 기간망으로 활용이 가능하..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양념장의 또 다른 비밀 보기만 해도 얼큰한 해물탕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바지락, 꽃게, 새우, 가리비, 전복 등등, 바로 내가 해산물 대표라 자랑이라도 하듯 커다란 냄비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마늘, 생강에 주인장의 특별한 비법 몇 가지가 더해져 만들어졌을 양념장 때문인지 요리는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모든 요리가 그러하듯 탕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 또한 우선은 신선한 식재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양념도 빼놓을 수 없죠. 양념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고 때로는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장만의 맛깔난 솜씨는 대부분 여기서 결정됩니다.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해물탕이 맛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열이라 할 수 있..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순환’이 만든 혁명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elestium)’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회전 혹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환을 뜻하는 영어 revolution에 해당하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 있다. 지구중심설(천동설)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지동설)로 인간이 바라본 우주의 모습이 급변하게 된 것을 과학사에서는 코페르니쿠스 혁명(Copernican revolution)이라 한다. 태양이 중심인 행성 운동의 순환(revolution)이 만든 혁명(revolution)이다. 머리를 들어 올려본 하늘에는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것이 많다. 밤에 본 달의 모습은 약 한 달을 주기로 다시 반복한다. 우리가 한 달을 한 달이라고 하는 이유다. 유심..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호박에 줄 그어 수박 만들기 철 지난 바닷가는 황량하고 쓸쓸하다. 백로(白露) 지나 수온이 23도 아래로 떨어진 해수욕장은 폐장한 지 오래다. 체온과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 저체온증이 찾아올 수 있는 까닭에 사람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우리는 백사장 한 모퉁이에서 의외의 기쁨과 마주치기도 한다. 가녀린 수박 넝쿨에서 주먹만 한 수박을 발견했을 때다. 분명 수박 씨앗은 여름 한 철 사람 위장관의 소화액 세례를 듬뿍 받고 서둘러 모래밭에 뿌리를 내렸을 게다. 이울어 가는 태양빛은 수박을 온전히 키우지 못하겠지만 수박 껍질에는 짙은 초록빛 띠가 선명하다. 박과 사촌인 수박은 약 1500만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했다. 멜론이나 오이, 호박은 그 전에 분기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침팬지와 공통 조상에서 사람속 생명체..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위드 코로나’의 문제 설정 공학은 목표를 달성할 수단을 제공한다. 예컨대 날씨가 더울 때면 선풍기 등 체온을 낮출 수단을 제공한다. 공학 덕분에 우리는 수천년 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기적을 매일 누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공학으로 난관을 타개하려 할 때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1) 어떤 문제를 풀지, (2) 한계 조건이 무엇인지, (3)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가 목표인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너무 더워서 일하기 힘든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의 문제는, 방호복 때문에 구급대원들의 체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계 조건은 구급대원의 활동성을 보장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체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야 하며 사용법도 쉬울수록 좋다. 문제가..
- 과학오디세이 [장대익의 진화]왜 접종받고자 하는가? 양자전기역학에 대한 공헌으로 노벨 물리학상(1965년)을 받은 리처드 파인먼이 언젠가 시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 시인들은 꽃을 보고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를 쓰기도 하죠. 과학은 이 꽃을 분석할 수는 있겠지만 이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는 없어요. 과학은 인문이 주는 인생의 가치, 실존, 의미에 대해 침묵합니다.” 촌철살인의 과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우리 과학자들도 이 꽃에서 시인 여러분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비슷하게 느낍니다. 정말 아름답죠.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 경험입니다. 그런데 과학은 여기서 무언가를 더 봅니다. 가령 꽃잎이 난 위치와 순서에 주목하는 과학자는 거기서 피보나치수열을 찾아내곤 하죠. 하하.” 이것은 과학이 제공하는 ‘플러스알파’ 효과다. 과학..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미생물 식품 최근 나는 제자들과 미생물 식품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풍부히 발휘한 논문을 게재하였는데 이를 요약하여 다뤄보고자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식량위기가 큰 걱정거리다. 식량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산림 등의 경작지화는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역으로 식량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들고 있다. 특히 육류 수요 증가에 따른 축산업의 확대는 가축에 의한 곡물 소비와 이산화탄소 및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늘림으로써 식량 및 기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대체 식품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생물은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 자원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키워서 먹는 데까지 수개월에서 ..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빛으로 편리하게 익히자 오늘 요리는 햄버거 스테이크입니다. 잘 다져진 돼지고기, 소고기, 양파 그리고 계란물과 빵가루를 섞고 치대어 패티를 만듭니다. 공기를 충분히 제거해 주어야 구울 때 부서지지 않습니다. 저는 두툼한 패티를 선호합니다. 육즙이 풍부한 속살과 바삭하게 잘 구워진 표면이 조화를 이루죠. 하지만 조리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툼한 안쪽까지 열이 골고루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너무 오래 가열하다 보면 표면이 타 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안쪽이 제대로 익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으니 언제 불을 꺼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만약 안쪽을 미리 살짝 익혀놓는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표면을 바삭하게 잘 굽는 데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이 응용되는데, 오븐에 살짝 굽기도..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주체 많은 물리학자의 생각에는 공통점이 있다. 객체와 주체는 투명한 유리창으로 나뉘고, 내가 본다고 유리창 너머 객체의 상태가 변할 리 없다고 믿는다. 주체와 독립된 객체로서의 대상이 있고, 주체의 인식은 객체의 객관적인 속성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믿음이다. 내가 보나 안 보나 달은 규칙적으로 모습이 바뀌고, 뉴턴 이전에도 사과는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땅으로 떨어졌다. 세상 속 주체의 위치를 비우고 그곳에 무엇을 놓아도 우주에는 바뀌는 것이 전혀 없다. 내가 보지 않아도 달은 그곳에 있다. 주체-객체 독립성이라는 나의 오랜 확신이 요즘 줄어들고 있다. 확률의 주관성을 말하는 베이지언(Bayesian) 통계학의 부상, 시간의 흐름이 주체의 인식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할 가능성, 관찰 주체가 정보를 얻는 과정을 고..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입속의 붉은 잎 요플레 뚜껑 뒤를 핥을 때 필요한 기관은 혀다. 풍선껌을 한껏 부풀릴 때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하려고 입술에 침을 바르는 순간에도 혀가 없었다면 어찌해야 했을지 난감하다. 아이들은 겨끔내기로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는지 장난치며 논다. 혀는 약 3000개의 미뢰를 가진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이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운동기관이기도 하다. 혀가 8종류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근육의 양쪽 끝 모두가 뼈에 닿지 않는 유일한 기관이어서 우리는 자유로운 혀끝이 코에 닿게 할 수도 있다. 혀는 입속에 들어 있다. 입이 없다면 혀가 있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소화기관의 최전선에 있는 동물의 입은 턱과 이빨을 갖추고 입안으로 들어온 먹잇감을 꽉 눌러 붙잡아 초주검을 만들어서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는 ..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시도도 시작도 하지 말 것 어느새 8월이다. 2021년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연초의 다짐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연초의 다짐을 지키긴커녕 기억도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8월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그동안 수십번 새해를 맞았지만 새해의 다짐을 그 해 1월 말까지라도 지킨 경우조차 드물 것이다. 이처럼 우리 대부분은 유리 세공품처럼 섬세하고 나약한 의지의 소유자다. ‘드라마를 딱 한 편만 봐야지(혹은 게임을 딱 한 판만 해야지)’ 하고는 멈추지 못해서 늦게 잠들며,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은 종종 작심삼일에 그친다. 이렇게 실낱같은 의지를 더욱 약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아편, 코카인 같은 마약이다. 중독성 약물들은 의사결정과 관련된 뇌 부위의 작동 방식을 바꿔서 약물 섭취를 반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생체 모방 공학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앙골라 남부에 위치한 나미브 사막에는 일년에 10~20㎜ 정도밖에 비가 오지 않는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이른 아침 물기를 머금은 옅은 안개가 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동식물들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분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안개가 하도 옅어서 자체적으로는 응축되기 힘들다.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진화를 통해 등에 친수성(물과의 친화력 높음) 돌기와 소수성(물과 친화력 낮음) 흐름관을 만들었다. 친수성 돌기에 모인 2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지름의 물방울들이 점점 커지면 물을 잡아두는 힘보다 아래로 흐르는 힘이 커져서 등의 흐름관을 따라 내려가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가게 된다. 15년 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물 부으면 되살아나는 식재료 오늘은 아이에게 돈가스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돼지 등심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차례로 입혀 기름에 튀겨냅니다. 이제 연한 된장국을 만들 차례입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보관된 채소의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쓰고 남은 것을 보관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대비책은 있습니다. 동결건조된 채소를 따로 보관해 두고 있으니까요. 동결건조란 수분을 함유한 식재료를 얼린 후 건조하는 가공법을 말합니다. 원래는 혈액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으로 1930년대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식품산업에서도 응용된 것입니다. 건조 식품은 미생물에 의한 부패가 지연되어 보관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결건조는 여기에 더해 원상 회복력 또한 우수합니다. 물이 첨가되면 식..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논문 지금껏 적지 않은 수의 물리학 논문을 썼다. 그래도 여전히 무척 어렵다. 과학 논문을 펼치면 제목과 저자 목록 바로 아래에 ‘초록’이라고 불리는 논문 요약부분이 보인다. 다른 이의 논문을 살펴볼 때 나는 먼저 초록을 잠깐 읽는다. 초록이 재밌으면, 본문을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제목과 함께 논문 저자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초록일 수밖에. 지금까지 본 가장 재밌는 초록 1등은 바로 ‘Abstract’ 아래에 적힌 딱 하나의 문장이었다. “Yes, but some parts are reasonably concrete.” “네, 추상적인 것 맞아요. 그런데 논문 일부분은 그래도 어느 정도 구체적이랍니다”라고 번역할 수 있는 초록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 ‘논문 초록’이라는 뜻과 ‘추상적인’이라는 뜻..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땀 영화 의 생물학적 모티프인 냄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퀴퀴함’일 것이다. 주인공 가족이 사는 반지하방 벽지에 시커멓게 달라붙은 곰팡이 포자 냄새는 콧속 점막을 타고 올라와 뇌에서 불편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곰팡이는 습도가 60% 이하인 곳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습도는 40~60% 사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이긴 하지만 습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온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물이 끓거나 어는 온도를 가리키는 도구를 만들고 그 사이를 100개 간격으로 나눈 온도계를 사용한 역사도 5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과학자들은 열이 운동과 다르지 않음을 밝히고 상호 전환할 수 있는 이들 에너지양을 온도로 표현할 수 있었다. 점심시..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사회경제적인 지위와 뇌 발달 35억~43억년 전, 지구에 최초로 생명이 출현한 후 지구 환경은 끊임없이 변했다. 이에 따라 살아남는 데 필요한 능력 또한 변했다. 지구를 다녀간 모든 생명체가 생존과 번식이라는 성공을 위해 절실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노력’이라고 판단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다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노력을 기울이고 적합한 능력을 획득한 생물종만이 살아남았다. 생물 개체가 보유한 생존 능력의 적합성은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 같은 유전자도 환경에 따라서 장점이 되거나 단점이 되었다. 한편 유전자는 개체가 생존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반응의 범위를 제한하기는 했으나 매 순간 어떤 반응을 할지 결정하지는 않았다. 유전자의 발현은 개체가 경험하는 환경에 따라 변했고, 신경계를 가..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분야별 탄소 배출과 대응 현재 약 50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중립정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어디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살펴보고 각 분야에 맞는 감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클라이미트워치와 세계자원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가 잘 정리한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자. 산업생산, 수송, 건물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배출량의 73.2%였다. 농업, 산림과 토지 이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18.4%였으며, 산업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산업생산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5.2%였다. 또 시멘트산업에서 3%, 화학산업에서 2.2%, 매립지와 하수처..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맛있는 라면의 비밀은 ‘열 관리’ 제 아들은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을 좋아합니다. 아내도 라면만큼은 제가 한 수 위라고 인정하죠. 라면을 잘 끓이는 법에 대해 물으면, 저는 ‘중요한 것은 열관리’라고 답합니다. 특히 라면처럼 조리 시간이 짧은 경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요리는 일종의 반응입니다. 그리고 반응에는 에너지, 즉 열이 필요합니다. 라면과 수프를 물에 넣는다고 요리가 완성되지는 않죠. 열이 가해져야 물질의 확산, 호화반응, 단백질 변성 등과 같은 반응들이 시작됩니다. 각각의 요리에는 저마다 적절한 조리 온도가 있습니다. 온도가 낮으면 기대했던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엉뚱한 다른 반응들 때문에 요리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온도를 적절하게 맞춘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온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이해 “그럴 수도 있지. 다 이해해.” 실수한 사람을 위로할 때 하는 말이다. 사정을 헤아려 보니 당신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내가 당신을 이해한 순간이다. 이해했다고 해서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내가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은 또 아니다. 동의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해’의 영어 단어 ‘understand’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당신이 있는 곳 아래(under) 서는(stand) 것이 올바른 이해의 자세라는 뜻이 담겼다. 상대보다 낮은 곳에 한 번씩 번갈아 서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위아래 구별 없이 나란히 함께 서 있는 장면이 이해가 이루어진 다음의 모습이다. 어쩌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둘 사이 교감과 공감의 출발점이 될 공통의 나무 그늘을 찾았다는 뜻..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하루살이의 춤 하루살이의 군무(群舞)를 본 적이 있는가? 오랫동안 동서양 사람들의 눈에 고작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미물로 낙인찍힌 하루살이는 물 근처에 사는 까닭에 수서곤충으로 분류된다. 하루살이 애벌레는 맑고 차가운 민물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고 여러 차례 탈바꿈을 거듭하면서 몸집을 키운다. 이들 애벌레가 물을 박차고 나와 날개를 펼치는 순간은 대개 초여름날 어스름할 무렵이다. 하루살이가 날 저무는 시간을 노린 이유는 날개가 완전히 성숙하려면 하루를 더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포식자들의 눈을 피하는 한편 어둡고 적요한 틈을 타 날개 근육에 힘을 끌어모을 시간을 벌려는 의도다. 그러므로 이즈음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하루살이를 보거든 그 ‘하루’살이가 이름과 달리 험한 지상에서 간밤을 무사히 넘겼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하..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에서 2016년에 만든 4족 보행 로봇 ‘스폿’을 기억하시는가? ‘스폿’이 지잉지잉 소리를 내며 산길을 걸어가는 영상이 한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명해졌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스폿’과 비슷하게 생긴 ‘알파도그’라는 로봇을 출시했다. 이 로봇의 입문용 모델의 출시가는 약 630만원으로 8300만원 선인 ‘스폿’에 비해 무척 저렴했으며, 지금은 가격이 더 내려가 중국에서 27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알파도그’는 출시 한 달 만에 1800대 이상 팔렸다. 물론 ‘알파도그’는 여전히 고가이고, 굳이 사야 할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포드가 중산층을 위한 자동차를 내놓았을 때도, 애플이 가정용 컴퓨터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단백질 공학 DNA는 대부분 생명체의 유전물질로서 복제되어 후손에게 전해진다. DNA는 전사과정을 통해 RNA가 되고, RNA 중 mRNA는 번역을 통해 단백질이 된다. 어릴 적 생물 수업 시간에 배운 이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를 기억할 것이다. 즉 단백질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기반하여 20종류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효소(enzyme), 구조 단백질, 신호전달 단백질 등 세포 안과 밖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 중 효소와 단백질 공학을 통한 효소의 개량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효소는 세포 내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화학촉매와 비교하여 반응의 특이성과 선택성이 높고, 반응이 화학촉매반응과는 달리 상온 상압이나 체온과 같이 마일드한 조건에..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걸쭉함의 미<味>학 아내가 해물 칼국수를 끓인다고 합니다. 저는 밥이 먹고 싶지만, 아들이 좋다고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메뉴 선정은 아들에게 우선권이 있으니까요. 각종 해물을 넣고 우려낸 맑은 육수에 면을 넣어 끓이던 아내가 깊은 탄식을 내지릅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여다본 냄비 안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맑아야 할 국물은 탁해졌고 면은 퉁퉁 불어 있습니다. 평소라면 미리 면을 삶아내고 찬물에 잘 씻은 후 끓는 육수에 넣었을 덴데, 그날따라 서두르다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래도 먹을 만하다 위로하기는 했지만, 아내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밀가루가 사용되는 요리에서는 호화반응이란 것이 일어나는데, 이는 밀가루의 전분이 물을 흡수하고 가열되면서 걸쭉해지는 현상입니다. 전분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마치 그물과 같..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꼼짝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영화에서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몸을 조금만 움직이는 모양을 우리는 ‘꼼짝’이라고 한다. 용의자가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이 신분증일 수도, 권총일 수도 있다. 어떤 행동도 허락하지 않는 “꼼짝 마”로 불확실성의 여지를 아예 없애는 것이 낫다. 물리학자인 내게 ‘꼼짝’의 크기는 위치 정보의 불확실성이다. 자연이 허락한 가장 낮은 온도가 절대영도다. 섭씨온도 눈금으로 영하 273.15도에 해당하는 낮은 온도다. 유한한 온도에서 기체분자는 마구잡이 열운동을 해서 운동에너지를 가진다.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절대로 0보다 작을 수 없고, 따라서 기체의 평균 운동에너지에 비례하는 절대온도도 절대로 0보다 작을 수 없다. 온도를 점점 낮추는 과정을 ..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이백예순 날 살기 위하여 인간은 바다를 버리고 좁고 건조한 육상에 정착한 성급하고 무모한 조상의 자손이다. 2004년 시카고대학 해부학자 닐 슈빈은 북극 엘스미어 섬에서 발이 있는 물고기 화석을 찾아내 바다와 뭍을 잇는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했다. 뼈와 근육으로 구성된 물고기 지느러미는 닭의 날개, 인간의 팔과 그 기원이 같은 상동 기관이다. 재담을 즐기는 사람들은 엄마의 말을 거꾸로 듣는 자식 물고기가 뭍에 오르는 그림을 그리고 씩 웃었지만 사실 그들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바다전갈과 같은 맹폭한 포식자를 피해 또는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높이 솟아서 어쩔 수 없이 우리 물고기 조상들은 육상으로 도망쳤을지도 모르겠다. 사나운 소를 길들여 인간 집단으로 끌어들이는 데 2000년 넘게 걸렸다는 연구 결과에서..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감정에 대한 이해 마음의 온갖 현상들 중에서 정서만큼 흥미를 끄는 것도 드물다. 뇌과학에서도 오랫동안 정서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는데, 특히 공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공포는 많은 동물종에 보존되어 있고, 관측이 수월하며(예: 벌벌 떠는 시간을 통해 공포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중요하기(예: PTSD, 포비아)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뉴욕대의 조셉 르두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르두 교수는 오랫동안 공포와 불안에 대해 연구했으며, 공포 학습과 기억의 신경생리학적 기전을 밝힌 공로로 2013년 미국 국립과학원의 회원이 된 뇌과학자다. 먼저 공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두려움’이라는 불유쾌한 느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의식적인 자각은 공포 반응..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메타버스 200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싸이월드를 기억하는가? 스마트폰으로의 빠른 환경 변화와 세계화에 뒤처지며 페이스북 등 국제적인 SNS에 밀려 사라졌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 기반의 싸이월드Z로 돌아온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현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현실보다 확장되어 마치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모든 경제, 사회, 문화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초고속 네트워크에서 가상, 증강, 확장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보다 현실감 있는 가상세계의 구현과 실생활 같은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인기 있는 메타버스로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포트나이트와 전 세계 10대들이 열광하는 로블록스가 있다. 3억5000만명이 ..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잘 변해야 맛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동태찌개입니다. 먼저 동태를 물에 씻고 비늘을 제거한 후 아가미와 배에 칼집을 넣어 내장을 제거합니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저는 특히 이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참 운이 좋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알이 들어 있네요. 알을 잘 떼어내어 흐르는 물에 헹구고 찬물에 담가 놓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리입니다. 저만의 비밀 레시피 양념으로 국물을 내고 4등분한 동태, 각종 야채, 그리고 깜짝 선물인 알을 넣고 팔팔 끓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알은 소금물에 담가 뒀어야 했는데, 그만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이대로도 괜찮기는 하지만, 더 훌륭한 요리가 될 기회를 놓쳤으니 아쉽기만 합니다. 소금물에 알을 담가 두면 좀 더 탱글탱글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자연 텃밭을 가꾸며 떠오른 생각을 적은 조선시대 윤현(尹鉉)의 칠언절구가 있다. 뾰족한 마늘 싹, 가는 부추 잎, 아욱과 파의 파란 새싹이 돋는 것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본 시인은 무사자연귀유사(無事自然歸有事)라고 적었다. 정민은 에서 “일없는 자연에서 도리어 일 많으니”로 새겼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자연에서 저절로 놀라운 생장이 일어나는 것에 감탄한 글귀다. 매년 봄 목련이 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감동해 경이감을 느낀다. 봄은 늘 기적처럼 저절로 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때맞춰 변하는 자연을 보며 우리는 매번 감탄한다. 하지만 자연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 기나긴 겨울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이어갔기에 때맞춰 목련이 피어난다. 창공의 새도 저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둥..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유월을 안고 사월에 피는 꽃 모란꽃이 피었다. 이제 곡우(穀雨)를 지나 4월 하순에 접어든다. 봄비 덕에 겨울을 넘긴 보리가 푸르름을 더하고 그루터기 남은 논에 물이 찰 즈음이다. 한 열흘 더 지나면 여름에 들고(立夏) 소나무는 연둣빛 새 가지를 한 뼘 더 키울 게다. 시나브로 푸르게 어두워질 한 해의 익숙한 모습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말 것이다. 시인의 노랫말에 ‘유월을 안고’ 핀다는 모란이 4월에 꽃을 피웠다. 몇 해 전 학회 참석차 부산의 한 대학을 찾았을 때도 4월에 핀 모란꽃을 보았으니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삼수갑산 가까운 북녘 아닌 경남 마산 출신, 김용호의 시집 이 출간된 1956년 당시 6월에 피던 모란이 70년이 지나지 않아 4월에 꽃을 피운다? 그렇다면 대체 모란의 봄은 어디로 갔을까? 최근 들어 ..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변화에 대비하는 재미난 상상 세상은 코로나19로 멈춘 듯하면서도 부지런히 바뀌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고요히 계속되던 비대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코로나19로 인해 급속히 진전됐다. 카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면 만남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줌 화상회의는 일상이 되었으며,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모델도 부상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던 인공지능도 성큼성큼 발전하고 있다. 이제 SNS와 인공지능 두 가지를 합친 서비스를 상상해보자. 기왕이면 코로나19로 수요가 폭증한 분야면 좋겠다. 이를테면 정신건강 같은 분야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기분장애로 치료받은 사람이 사상 최초로 100만명을 넘었다. 기분장애란,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재활용과 새활용 전 세계가 환경 문제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려지던 제품이나 물질을 다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재활용(recycling)은 분리수거 등의 활동을 통해 익숙하다. 약 20년 전 제시된 개념인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르게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기로 ‘새활용’을 제시했다. 그러면 재활용과 새활용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우선 둘 다 이미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을 원료로 쓴다는 점은 같다. 버려지는 페트병을 예로 들어보자. 재활용의 경우에는 페트병이 수거되어 미세하게 쪼개져서 ..
- 과학오디세이 [요리에 과학 한 스푼]요리는 균형이다 먹다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습니다. “당신 과학자 맞아? 뚜껑은 덮어야지!”라고 말이죠. 사실 냉장고 안에서는 음식의 건조가 빨리 진행됩니다. 냉장고라는 밀폐된 공간은 낮은 온도로 인해 공기 부피가 줄어드는데, 그러면 내부 압력이 낮은 상태가 되고, 여기에 수분을 머금은 음식이 들어오면 증발이 쉽게 일어나게 됩니다. 압력이 낮아진 공기에는 수분이 증발해 들어갈 공간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곡식 알갱이로 만드는 뻥튀기에도 이 원리가 이용됩니다. 밀폐된 용기 안에 알갱이를 넣고 가열한다고 갑자기 밸브를 열면 뜨거운 공기가 빠지면서 순간적으로 내부 압력이 낮아집니다. 그러면 알갱이로부터 수분 증발이 매우 활발해지고, 수분이 기체가 되면 엄청난 부피 팽창이 일어나기 때문에 ‘뻥’..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음모 한스 로슬링의 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장이 운항 중 깜빡 졸아 비행기 사고가 났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꾸벅 존 바로 그 기장을 처벌해 조종간을 맡기지 않는 것만으로 장차 다른 기장이 조는 것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운항 일정이 과도해 휴식시간을 갖기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 살피고, 역할분담의 장벽이 높아 부기장이 기장을 돕지 못한 것은 아닌지를 조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책임자를 찾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책임질 누군가를 찾아 처벌하고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넘어가는 상황이 이어지면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에 나오는 다른 얘기다. 여전히 큰 문제인 말라리아에 대한 연구를 거대 제약회사가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수업 중 들려주자, ..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똥 누는 시간 12초 새에게는 이빨이 없다. 껍데기에 탄산칼슘이 풍부한 알을 낳느라 이빨을 잃었다는 가설도 있고, 만드는 데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드는 이빨에 투자하는 대신 새끼를 빠르게 부화하고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키는 일이 새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가설도 등장했다. 최근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진은 부리와 이빨을 가진 약 1억년 전 익티오르니스 공룡의 화석을 자세히 분석한 뒤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새가 턱의 근육과 이빨을 포기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무를 파고 벌레를 먹거나 껍데기를 깨고 연한 조갯살을 먹는 데 부리만으로도 충분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에게는 방광도 없다. 물통을 몸 안에 싣고 다니면 비행하는 데 에너지가 더 소모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들의 콩팥은 단백질 대사 과정의 부산물인 질..
- 말랑말랑 과학 칼럼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닮은꼴인 코로나 진단과 알츠하이머 진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을 미루다가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의미다. 미뤘을 때 문제가 가장 심각해지는 것 중 하나가 건강이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비용이 늘어나면서 병을 사전에 또는 조기에 진단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병의 진행을 사전에 막는 것을 예방의학이라고 한다. 예방의학이 가능하려면 조기진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처럼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 나중에야 증상이 뚜렷해지는 신경퇴행성 질환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까? 리 간(Li Gan) 등이 2018년 출간한 네이처 신경과학 논문에 따르면,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는 단백질들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단백질을 ..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의 미래 빨간 장미, 노란 장미, 분홍 장미, 흰 장미 등 장미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육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의 장미는 만들 수가 없었기에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염색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파란 장미들만 있던 상황에서, 1990년대 일본의 산토리사와 호주의 플로리젠사가 파란 장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피튜니아에서 파란색을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장미에 도입하고 색에 영향을 미치는 액포의 pH 등을 조정하는 조작을 통해 2004년 드디어 세계 최초로 파란 장미를 만들었다. 파란 장미의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생명체의 대사회로를 설계하고 만들고 바꾸어 원하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는 공학을 대사공학이라고 한다. 1990년대 ..
- 말랑말랑 과학 칼럼 [요리에 과학 한 스푼]때론 채움보단 비움 아내가 낙지볶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까다롭게 고르고 골랐겠지만 아무래도 해산물이다 보니 스멀스멀 퍼지는 비린내는 어쩔 수 없습니다. 낙지를 다듬던 아내가 밀가루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밀가루를 뿌리고 낙지를 다듬자 신기하게도 비린내가 사라집니다. 밀가루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 많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다공질(多孔質) 구조라 하는데, 밀을 제분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며 생긴 작은 구멍들입니다. 이 다공질 구조는 낙지 표면의 수분을 흡수하고, 이때 트리메틸아민(TMA)과 같은 비린내의 원인 성분들 또한 함께 제거됩니다. 마치 깊은 함정에 빠진 것처럼 작은 구멍 안으로 들어간 해로운 성분들은 그 안에 갇혀 버립니다. 미세한 구멍들의 존재와 그 역할에 대해 자세..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꼰대 세상에는 두 종류의 꼰대가 있다. 꼰대라는 것을 아는 꼰대와 그것도 모르는 꼰대. 두 번째가 더 문제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아무거나 다 시켜! 난, 짜장면!”을 외치는 직장 상사와 비슷하다. 훌쩍 50대 중반에 들어선 나도 물론 꼰대다. 주변 대학 교수 중 꼰대가 특히 많다. 꼰대에도 중증과 경증이 있다면, 교수는 분명한 중증 꼰대다. 법원 판사, 병원 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보 비대칭성이 커 상대가 반박하거나 토 달기 어려운 직업일수록 꼰대가 되기 쉽다. 가만히 속으로 삭이며 틀린 말을 참고 들어줄 뿐인데, 상대가 가만히 있으니 자기가 옳은 말만 한다고 믿는다. 결국 꼰대라는 안정적인 고정점(stable fixed point)에 도달한다. 꼰대가 많은 회의는 코미디 코너 ‘봉숭아 학당’을 닮았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빼앗긴 봄날의 꿈 머잖아 알알이 붉은 열매를 매단 채로 산수유꽃이 필 것이다. 꽉 닫혀 있어야 할 ‘북극 냉장고’ 문이 지구온난화로 슬쩍 열리면서 미국 텍사스주에 보기 드문 폭설이 내렸지만 그래도 꿋꿋이 봄은 온다. 봄의 출현을 알리듯 꽃봉오리가 벌고 노란 우산을 펼친 듯 20여개의 꽃잎을 일제히 드러내는 산수유의 모습은 가히 장관(壯觀)이다. 동아시아 원산인 산수유는 지구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이후 거의 7000만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꽃을 피워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잎 없이 꽃을 피운다. 산수유처럼 광합성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성질 급한 식물들은 안타깝게도 작년에 쌓아둔 식량을 덜어 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른 봄꽃을 찾는 꿀벌들은 먼 거리를 움직이며 적은 양일망정 꿀을 모은다. 곤충이..
- 과학오디세이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잠자는 뇌 꿈처럼 멀기만 했던 ‘저녁이 있는 삶’은 코로나19와 함께 갑자기 찾아왔다. 저녁 모임이 줄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가라앉으면서 고요하게 집 안에 머물다 일찍 잠드는 날이 늘었다. 잠자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앙투안 아다만티디스 등의 2019년 논문을 참고하여 수면에 대해 알아보자.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한 느낌을 주는 수면제를 만들 수만 있다면 떼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약이 조만간 등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뇌가 잠들고 깨어나는 메커니즘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 이론에서는 잠들고 깨어나는 것이 마치 스위치처럼 조절된다고 본다. 시상하부에서 수면을 촉진하는 신경세포 그룹과, 깨어남을 촉진하는 신경세포 그룹이 있는데, 이 둘이 서로 경쟁하면서 잠자..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배양육과 대체육 나는 2018년 1월 말 다보스포럼 중 저녁식사를 겸한 아주 흥미로운 세션에 토론주재자로 참여하였다. 그날 제공된 음식은 고기 파스타였는데 여기 들어간 고기는 미국 임파서블푸드사의 대체육이었다. 임파서블푸드의 CEO 패트릭 브라운이 이 식물성 단백질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체육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고 맛을 보았다. 맛과 식감이 실제 고기와 상당히 유사하였다. 예전에 맛이 없고 식감도 영 아니올시다였던 식물성고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세션 종료 후 브라운 박사에게 육류 맛을 내기 위한 핵심이 뭐냐고 물었더니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서 산소 전달에 필수적인 헴(heme)이었다고 한다. 임파서블푸드사는 대두로부터 헴을 포함한 레그헤모글로빈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효모에 도입해 생산하였다. 이렇..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역설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과정을 통해 얻은 결론이 우리의 직관과 상식에 어긋날 때, 이를 역설이라 한다. 결론은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허점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역설이 더 재미있다. 역설(逆說)의 영어 단어 paradox에서 para는 반대 혹은 비정상을 뜻하고 dox는 의견 혹은 생각이라는 뜻이다. 역(逆)은 para에, 설(說)은 dox에 일대일 대응한다. 흥미롭게도 para는 가깝다는 뜻도 있다. 역설은 참에 가까워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참은 아닌, 직관에 반하는 주장이다. 얼핏 봐서는 틀린 것을 찾기 어려운. 학생 때 들은 재미있는 역설이 떠오른다. 흰 돌, 검은 돌, 많은 바둑알이 마구 섞여 있는 통에서 내가 몇 개의 바둑알을 집어내도 이들 모두가..
- 카테고리 없음 [요리의 과학 한 스푼]미생물과 요리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화덕에 넣고 구워야 할 신선한 밀가루 반죽을 그만 밤새 방치해두었습니다.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자세히 들여다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반죽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요리사는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반죽으로 빵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그 결과는 대성공.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은 누군가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빵이라 부르는 요리는 수천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마법사의 정체는 도무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작았기 때문입니다. 17세기 현미경이 발명된 뒤 비로소 발견된 이 마법사를 우리는 미생물이라 부릅니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행복한 숨 쉬기 서해가 지척인 남도의 들녘에 어린아이가 바람을 맞고 있다. 고개를 들고 지그시 눈을 감은 아이는 이내 손바닥을 편 두 팔을 앞으로 내밀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천천히 반복한다. 약 20년 전 미국으로 이사 가느라 아버지 산소에 잠시 들렀을 때 두 돌배기 아들의 모습이다. 봄뜻이 완연했고 대도시와 사뭇 다른 시골 공기의 신선함을 어린아이도 몸소 만끽했음에 틀림없다. 행복하게 숨을 쉬는 일은 내게 바로 저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코로나19가 해를 넘기면서 유모차 비닐 덮개 안에 마스크를 쓴 젖먹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성인으로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 아직 발걸음도 채 떼지 않은 저 아이들 세대에게는 숨을 잘 쉬는 일의 절박함이 더 커질 것이다. 인간은 보통 1분에 약 17번 숨을..
- 카테고리 없음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인공지능의 윤리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윤리 문제도 잦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작년부터 ‘네이처’에는 표정 인식에 대한 논의가 자주 보인다. 표정은 감정을 나타낸다고 여기곤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으로 표정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 특정한 이슈에 대한 입장, 법정 판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표정에서 정말 감정을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다는 가정이 한때는 주류였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은 상황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난달 코웬(Cowen)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탄소중립 추진 전략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넘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온실가스 감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 70여개국이 2050년 혹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고 12월에는 정부의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선언했지만 현재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 소비와 산업 구조를 보면 이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 혹자는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말을 하나 만들자면, ‘탄소 거의 중립(almost net zero)’이라도 달성하게 되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김범준의 옆집물리학]풍경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2015년 드라마 에서 본 명대사다. 같은 사람이어도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면 세상을 보는 눈도 변한다는 의미다. 한 사람이 보는 풍경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누적된 삶의 경험이 천양지차인 두 사람이 보는 풍경의 차이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도 떠오른다. 참과 거짓을 가르는 기준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제각각 다른 기준을 갖는다는, 진리의 상대성에 대한 주장이다. 프로타고라스가 한 이 말에 등장하는 인간은 단수형이어서, 인간이라는 유(類)를 뜻하지 않는다. 각자가 주장하는 각자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하다. 서있는 곳이 달..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배추와 인간 눈 덮인 고깔 모양 움 안에서 꺼낸 통배추를 반으로 가르면 하얗고 노란 색조가 완연하다. ‘가운데 갈비’란 뜻을 담아 중륵(中肋)이라 불리는 두툼하고 흰 조직엔 수용성 탄수화물이 풍부하다. 중륵을 감싸는 조직인 내엽(blade)은 당근처럼 카로틴이 풍부해 색이 노랗다. 김치의 주재료이지만 생으로도 즐겨 먹는 통배추는 어찌 보면 과일과 닮았다. 둘 다 광합성 부산물을 인간에게 제공하는 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때문이다. 날이 서늘해지면 배추는 안으로 조직을 채우면서 엽록소가 만든 설탕을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해 당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인간은 단맛을 선택했다지만 배추는 무슨 까닭으로 중륵에 당을 저장하는 것일까? 배추는 씨를 퍼뜨리고자 단맛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한편 당은 식물이 추위를 견..
- 카테고리 없음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과학을 소통하는 더 나은 방법 내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이유는 뇌과학이 악용되기보다 선용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어려운 것 같지만, 우리말로 풀어 쓰면 그냥 ‘과학 소통’이다. 좋은 소통은 상대의 배경지식과 입장을 이해한 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양쪽의 욕구를 충족하고, 상호 간의 오해를 풀면서 이해를 늘린다. ‘과학 소통’도 마찬가지다. 과학과 대중이 서로의 오해를 풀고 이해를 높이며, 필요한 과학적 사실을 정확히 전할 수 있어야 좋은 ‘과학 소통’이다. 그래서 ‘과학 소통’은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서 대중에게 하향식으로 전하는 ‘과학 대중화’보다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다. ‘과학 소통’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가는데, 올해만큼 과학 소통의 중요성을 통감한 적이 없다. 코로나19를 치료..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올해 떠오른 ‘10대 기술’ 매년 중국 톈진과 다롄에서 번갈아 가면서 개최되던 세계경제포럼의 하계 다보스포럼이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않았다. 대신 올해는 온라인으로 변화의 선구자 서밋을 개최했고, 나도 폐막 기조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세션에선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마무리 발언을 포함해 지난 10일 발표된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올해도 흥미롭고 파괴력이 상당할 기술들이 선정됐다. 나도 참여하여 해설한 내용을 요약해 본다. 첫 번째는 고통 없는 주사와 진단을 위한 마이크로니들이 선정됐다. 마이크로니들은 신경을 안 건드리고 피부 내로 들어가므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며 약물 투여뿐 아니라 피검사 등을 가능케 하여 병원에 가지 ..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늦출 수 없는 바이오파운드리 반도체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이다. 반도체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크게 설계, 생산, 패키징 및 조립, 품질검사 그리고 판매 및 유통의 과정이 있다. 실제 웨이퍼를 생산 가공하는 설비들을 갖춘 팹(fab)은 제조설비의 약자로서 이를 갖추는 데만도 수조원의 많은 돈이 든다. 이러한 팹을 갖추고 반도체 설계는 직접 하지 않으며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의 생산만을 전담하는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르며, 반대로 설계만을 하는 기업을 팹리스라고 한다. 반도체산업에서의 파운드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바이오 분야에는 바이오파운드리가 있다. 바이오제품에는 치료제, 백신, 친환경 석유화학 대체 화학물질, 다양한 기능의 천연물질, 바이오플라스틱 등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런 제품들을 직..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있는가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병아리 새끼나 개를 어미 삼아 쫓아다니는 오리 새끼를 본 기억이 있다 해도 말이다. 왜 비둘기 새끼는 보기 어려울까? 아마 그 이유는 둥지를 잘 숨기는 데다 새끼가 자랄 때까지 한곳에 머무르는 비둘기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닭처럼 가축화되진 않았지만 비둘기는 인간 집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생명체다. 본디 절벽이나 암벽에 구멍을 내고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던 비둘기는 개구쟁이들의 눈길을 피해 아파트나 빌딩 구석에 은밀하고 안온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비둘기는 새끼에게 액상 치즈처럼 노랗고 점도가 높은 젖을 먹인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암수 비둘기 모두 젖을 공급할 수 있는 까닭에 새..
-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융합전략, 생명공학 강국의 발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오래전 유럽에서는 생명공학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색깔로 구분하였다. 의학·생명에 관련된 생명공학은 우리의 피 색을 나타내는 레드(red) 바이오텍, 농업·식품과 관련된 생명공학은 나뭇잎 색인 그린(green) 바이오텍, 산업 화학물질 및 소재 생산과 환경에 관련된 생명공학은 화이트(white) 바이오텍으로 부른다. 바이오 시장 규모는 어디까지 포함하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 세계 레드, 그린, 화이트 바이오텍 시장 규모는 약 1800조원으로 추정되고 급속히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시장 규모는 34조원 정도로 전 세계 시장의 2%가 안 되는 상황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
- 말랑말랑 과학 칼럼 [사설]한 걸음 더 나아간 우주과학기술, 한국형 시험발사체 성공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의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원은 2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 “시험발사체 엔진이 당초 목표했던 140초 이상 연소했다”고 발표했다.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은 엔진의 연소시간으로 평가하는데, 이번 발사체는 목표 연소시간을 넘어 정상 추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체에 장착된 75t급 엔진은 한국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발사체 엔진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발사 성공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1996년 우주발사체를 자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후 20여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발사체의 엔진 관련 기술은 어느 나라든 해외 이전을 꺼리는 핵심 분야다. 이에 한국 연구..
- 말랑말랑 과학 칼럼 [기고]톈궁 1호 추락이 주는 시사점 지난 주말 중국 최초의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의 추락은 세계 각국의 이목을 끌었다. 통제 불능 상태가 된 톈궁 1호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톈궁 1호 잔해는 우리 시간으로 4월2일 오전 9시16분경 남태평양 해상에 아무 피해 없이 흩어져 떨어졌다. 톈궁 1호는 지난 2년 동안 지구 저궤도에서 마하 20이 넘는 속도로 선회하며 지구 중력에 이끌려 고도를 서서히 낮추었다. 고도 80~100㎞의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톈궁 1호는 엄청난 대기 마찰열과 충격으로 인해 불에 타 분해되며 흩어졌다. 불에 타지 않은 일부 잔해물은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 대기권 진입부터 해상으로 낙하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잔해물의 무게에 따라 몇 분에서 몇십 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1..
- 말랑말랑 과학 칼럼 [기고]우주개발, 일관되게 추진해야 지난 6일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으로 쏘아올린 ‘팰컨 헤비’가 화제다. 1973년 달로 향한 새턴V 이후 가장 대규모 로켓이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초대형 발사체가 전기차를 싣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모습에 많은 외신들은 ‘대담한 도전’이라며 찬사를 보냈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한 직후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정부의 강력한 비전 제시와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1950년대부터 우주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불리는 달 탐사를 위해 수학, 과학 교육시스템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해 우주개발에 매달렸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은 우주 분야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술과 산업 전반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이후 50년 이상을 긴 호흡으로 ..
- 최희원의 IT세상 랜섬웨어와 4차 산업혁명 한순간 디지털 인류는 멈춰서야 했다. 한 어머니는 컴퓨터에 저장해둔 여덟 살 딸과의 추억이 담긴 모든 사진을 강탈당했다. 어떤 회사 직원은 랜섬웨어로 사업상 필요한 파일을 잃어버려 해고당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악랄한 범죄자들에게는 인정사정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수익성만 좋다면 그들은 변종을 거듭하는 진화된 랜섬웨어를 만들 것이다. 며칠 전 사상 최대의 랜섬웨어가 사람과 사물을 가리지 않고 150개국에서 20여만개의 프로토콜(IP)을 공격했다.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랜섬웨어는 개인보다 기업이나 병원 등을 표적으로 한다. 기업들은 데이터 몸값을 지불할 돈이 있기 때문이다. 랜섬웨어는 영국의 40여개 병원과 프랑스의 르노자동차, 미국 페덱스 등을 공격했다. 사상 최대 랜섬웨어 유포를 지켜보면..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모든 세포는 세포로부터 얼추 10만개에 달하는 우리 머리카락의 평균수명은 대략 5년이다. 이 머리카락 한 가닥을 기다란 원통이라고 해보자. 몇 올의 머리털을 세로로 나란히 세우면 폭이 1㎜가 될 수 있을까? 이는 머리카락의 직경이 얼마쯤 되겠느냐는 질문과 같다. 한국인 머리칼의 평균 직경은 80마이크로미터(㎛)다. 그러므로 약 13개의 머리카락을 일렬로 세우면 1㎜가 된다. 우리는 머리카락을 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포는 어떤가? 주먹 쥔 손등을 뚫어지게 본다한들 피부세포가 보일 리 만무하다. 인간의 눈은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보지 못한다. 인간이 가진 세포의 평균 직경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얼마나 작을까? 인간의 세포 약 다섯 개를 나란히 세워야만 머리카락 하나 정도의 폭이 된다. 세포(cell..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잎 없이 꽃을 피운다는 건 가을 잎이 봄꽃보다 붉다는 한시 구절을 들어가며 사람들은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여기서 봄꽃은 붉은 매화쯤 될 것이다. 봄의 꽃, 가을의 단풍 둘 다 ‘붉지만’ 쓰임새는 분명 다르다. 매화꽃은 벌을 불러들이지만 가을 단풍은 하릴없이 떨어질 뿐이다. 하지를 지나 낮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활엽수 잎은 푸름을 버릴 채비를 한다. 붉은 잎은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겠다는 식물의 결연한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물의 계절성을 열역학적으로 표현하면 ‘봄은 가을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정도가 될 것이다. 가을 햇빛은 화학에너지 형태(탄수화물)로 저장되지 않고 다만 잠시 단풍잎을 따뜻하게 덥힐 뿐이다. 가을은 저절로 봄이 될 수 없다. 잘린 도마뱀 꼬리가 다시 도마뱀이 ..
- 최희원의 IT세상 스티브 잡스와 이재용 삼성전자(이하 삼성)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일찌감치 4차 혁명에 나선 구글 등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걸까. 소니나 노키아, IBM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위기를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갤럭시8 판매가 시작되는 4월 이후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갤럭시8에 4차 혁명의 화두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 비서 기능을 탑재했다. 인수한 ‘빅스비’라는 인공지능회사의 기술력 등이 선보이게 되면 그 경쟁력에 대한 성적표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디지털 변혁에 적응하기 위해 구글을 비롯해 유수의 기업들이 IT 생태계를 통째로 갈아치우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생태계가 경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