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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오디세이

지카 바이러스 쫓는 두 과학

유전자변형 모기가 다시 화제다.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창궐한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집트숲모기를 매개로 인간에게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등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손이 자멸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모기를 대거 방출함으로써 지카 바이러스의 인간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한편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모기에게 일종의 면역기능을 부여함으로써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집트숲모기가 완전히 박멸된다면 향후 생태계에서 새로운 재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유전자변형 기법을 사용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유전자변형 모기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대안이 아니라 주범으로 일부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이른바 음모론적 해석이었다.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사례 보고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브라질은 2014년 유전자변형 모기를 상업적으로 세계에서 처음 방출했다. 뎅기열 퇴치를 위해 영국의 옥시테크가 개발한 모기였다. 수컷의 유전자를 변형해 후손이 애벌레 상태에서 죽게 만듦으로써 이집트숲모기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였다. 옥시테크에 따르면 방출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이집트숲모기가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들은 브라질이라는 지역에 주목했다. 유전자변형 모기가 대량으로 살포된 곳도, 지카 바이러스가 최근 발생한 곳도 브라질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계에서 받아들일 만한 근거가 없었다.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 바이러스는 물론 지카 바이러스도 매개하는 곤충이다. 유전자변형을 통해 이집트숲모기의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감소해야 한다.

음모론 자체는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이다. 반면 유전자변형 모기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옥시테크는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유전자변형 이집트숲모기의 방출을 여러 나라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서구의 일부 언론매체들이 유전자변형 이집트숲모기를 지카 바이러스 퇴치의 주요 대안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음모론을 살짝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옥시테크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이 상대적으로 훨씬 타당한 것처럼 대비되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모기의 유전자변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특정 종이 사라지면 이 ‘생태계의 구멍’에 다른 종이 들어와 차지하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집트숲모기와 같은 지역에서 종종 발견되는 흰줄숲모기(아시아타이거모기)가 대표 사례이다. 역시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종류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를 변형해 이집트숲모기를 박멸한다 해도 인간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수년 전부터 호주 퀸즐랜드 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뎅기열 방지 프로그램’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집트숲모기에 월바키아라는 특정 박테리아를 감염시킨다는 계획이다. 특이하게도 뎅기열 바이러스는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 체내에 침투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월바키아는 모기의 알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한번 모기가 감염되면 인간에게 뎅기열을 퍼뜨릴 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게다가 모기의 수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모기와 먹이사슬로 얽힌 생태계의 균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인간에게 위험한 요소를 제거한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이달 초 연구진은 퀸즐랜드 주민들에게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 알 100여개를 담은 상자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없애기 위한 과학자들의 요청에 3000여명의 주민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과 모기에 병균을 감염시키는 방법. 치명적 질환을 없애려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시도와 그 효과를 신중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