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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오디세이

로또의 심리학

2015년의 로또 판매량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먹고사는 게 팍팍해지니 로또를 통해 잠시 위안을 찾는 서민의 애환이 반영된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로또(lotto)는 행운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어원으로 하는데 실제 로또로부터 행운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수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소수가 독식하는 로또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몇 천원의 소액으로 한시적인 기대감을 갖는 건전한 심리 게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로또는 복잡한 숫자의 조합이 만들어낸 최고의 확률 게임으로, 나눔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수에서 6개를 선택하는 6/45 방식이다.

로또의 확률을 계산하려면 조합(Combination)의 개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①②③④의 4개 중에서 2개를 순서와 상관없이 선택하는 경우는 ①②, ①③, ①④, ②③, ②④, ③④의 6가지다.

나눔로또에서 1등의 확률은 45개 중에서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6개를 선택하는 경우의 수를 분모로 하고, 당첨 번호를 선택하는 경우의 수 1을 분자로 하는 814만5060분의 1이다. 약 1만6000년 동안 빠지지 않고 매주 10장씩 구입해야 1등에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이다. 이처럼 가능성이 낮다 보니 당첨 번호를 선택하는 비법이 횡행하기도 한다.

미국 파워볼의 경우 1부터 69가 적힌 흰색 공에서 5개 그리고 1부터 26이 적힌 붉은색 공에서 1개를 선택하는데, 이를 모두 맞히면 1등인 잭팟이 된다. 파워볼의 잭팟 당첨 확률은 2억9220만1338분의 1이므로, 미국 국민 3억명이 한 장씩 사야 한 명의 당첨자가 나오는 값이다. 파워볼의 당첨은 나눔로또보다 약 36배나 어렵다 보니 당첨자가 없어 상금이 이월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2015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당첨금이 계속 이월되면서 약 1조9000억원(16억달러)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2016년 1월13일 추첨에서 3명의 당첨자가 나오면서 파워볼 광풍은 잦아들었다. 나눔로또의 경우 2002년 시작될 당시는 당첨금 이월에 제약이 없었으나 로또 7, 8, 9회의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치솟게 되자 이월을 2회로 제한했다. 미국의 파워볼이 화끈하게 당첨금을 몰아주는 방식이라면, 나눔로또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온건하게 조정한 방식이다.



미국 편의점에서 파워볼 티켓 구입_연합뉴스



나눔로또에서 4등과 5등의 당첨금은 고정되어 있지만 1등부터 3등까지는 당첨자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로또 546회는 1등 당첨자가 30명이나 나와 당첨금이 약 4억원에 불과했고, 19회는 약 407억원에 달해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로또 546회는 당첨 번호가 비교적 평이하게 분포되어 있고, 19회는 38, 39, 40의 연속된 수가 당첨 번호에 포함되어 분포가 특이해지면서 당첨자 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각각의 분포가 나타날 확률은 동일하다.

1회부터 지난주 토요일 추첨한 689회까지 당첨 번호를 보면, 가장 빈도가 높은 수는 40으로 113회 나왔고, 그 다음은 20으로 111회 나왔다. 그에 반해 가장 빈도가 낮은 수는 9인데 71회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행의 횟수를 늘리면 통계적 확률이 수학적 확률에 가까워진다는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당첨 번호의 확률 역시 수학적 확률에 가까워져야 한다. 따라서 희박하게 나왔던 번호는 앞으로 빈번하게 나오고 역으로 자주 나왔던 번호는 드물게 나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로또 추첨은 이전 결과와 무관한 독립 시행이므로 1부터 45까지의 수가 선택될 확률은 45분의 1로 동일하다. 프랑스의 수학자 조제프 베르트랑은 확률의 무작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룰렛의 바퀴는 양심도 기억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기댓값이란 어떤 사건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값으로,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그 사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금액을 곱해 계산한다. 4등의 당첨금이 5만원으로 조정된 401회 이후의 통계를 기초로 기댓값을 구하면 약 558.7원이 된다. 1000원짜리 복권의 기댓값이 절반 정도이고 세금을 고려하면 더 낮아진다. 복권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은 공익을 위해 사용되므로,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복권 추첨 후의 실망이 가벼워지려면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한쪽에 두고, 다른 한쪽에는 의무가 아닌 선택적인 세금을 낸다고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박경미 |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