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이명현의 스타홀릭

화성에 살어리랏다

화성은 지구인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1976년 바이킹 탐사선이 화성 표면에 첫발을 디딘 이후 숱한 화성탐사선을 보내서 화성을 탐색했다. 우리는 정밀한 화성지도를 갖고 있고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화성에 가 본 사람은 없다. 여전히 인류가 직접 가 본 천체는 달이 유일하다.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내는 작업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너무 멀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때를 골라서 우주선을 보내도 아홉 달은 족히 걸린다. 2~3일이면 도착하는 달까지 유인우주선을 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화성에 도착해서도 한 달 정도밖에 체류할 수가 없다. 화성과 지구가 너무 멀어지면 돌아오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두 천체가 다시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구로 돌아오려면 2년을 더 화성에서 지내야만 한다. 최적의 거리 조건에서 최단 시간 내에 화성에 갔다가 작업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데 520일 정도가 걸린다.

 

사람이 타고 오랜 시간 우주여행을 해야 하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비행사들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다. 생명을 유지할 공기와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긴 시간 동안 고립된 우주선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심리적, 생리적 문제를 조절할 수 있어야만 한다.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야 하니 연료도 많이 싣고 가야 한다. 그만큼 우주선도 커져야 한다. 기술적으로나 비용 면에서나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따라서 화성유인우주선 계획의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유럽우주국과 러시아는 ‘마스500’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화성탐사선과 화성 표면에서의 거주공간 모형을 만들어 놓고 실제로 우주비행사 후보들이 그 속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유인우주선 프로젝트를 위한 데이터를 모으는 중이다.

 

왜 프로젝트 이름에 숫자 ‘500’이 붙었는지는 짐작을 하리라 생각한다. 미국 나사에서는 2035년쯤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화성유인탐사선의 프로토타입인 오리온 우주선의 시험비행을 막 끝낸 상태다.

 

우주비행과 착륙 후 우주비행사들의 활동까지 필요한 모든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우주비행사들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유인우주선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나사의 기본 입장이다. 당연히 프로젝트의 진행은 더딜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올바른 태도다.

 

2012년 네덜란드 청년 바스 란스도르프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화성으로 편도 유인우주선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우주선이 화성에 갔다 돌아와야 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미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화성여행을 앞당길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돌아오지 못하는 화성여행에 참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예상을 깨고 ‘마스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화성 편도여행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 의사를 표명했다. 얼마 전 몇 차례의 선발 과정을 거쳐서 남녀 각 50명씩 100명의 후보를 선발했다. 교육과 선발 과정을 더 거쳐서 화성행 편도 우주선을 탈 최종 후보를 선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4명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해서 2025년 화성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찍겠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인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화성에 도착할 첫 4명이 생활할 공간을 로봇로버들이 미리 건설하고 그들이 소비할 식량을 미리 보내 놓은 후 유인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2024년 이후 2년 마다 4명씩을 화성으로 보내는 마스원의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2035년에는 화성거주자가 20명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마스원 프로젝트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스원 측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있지만 갈 길이 먼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질문이 던져진 만큼 답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즐겨 듣던 노래 중에 ‘Ticket to the Moon’이라는 것이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달나라로 날아가는 달콤한 공상에 빠지곤 했었다. ‘One Way Ticket’도 즐겨 듣던 노래다.

 

가수 방미가 번안해서 부른 ‘나를 보러 와요’도 좋아했었다. 이제는 ‘One Way Ticket to Mars’라는 노래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브루너 마스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는 평소 자신이 ‘화성에서 온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곤 했으니까.

 

이명현 | 과학저술가

'=====지난 칼럼===== > 이명현의 스타홀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도 고정 모드  (0) 2015.05.06
천문학자 Q & A  (0) 2015.04.07
소행성 이름 붙이기  (0) 2015.01.28
어두운 밤하늘도 인류의 문화유산  (0) 2014.12.03
가을 밤하늘의 별자리 가족  (0) 201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