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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승환의 '물리 쳐볼까'

'꿈의 연구소' 막스 플랑크 과학진흥협회를 아시나요 - 물리학자가 꿈꾸는 과학벨트의 미래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과학자들의 꿈은 자신 주위의 자연과 세상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탐구, 이해하는 것이다. 프론티어를 추구하는 과학자의 정신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지만 자연의 신비는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창조적 전통은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을 열어왔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첨단과학기술문명의 혁명을 선도하였다.

이들 창의적 과학자들은 소수이나, 매우 유연하고 세계 어느 곳이나 이동성이 강한 ‘노마드’ 그룹을 이루며 국제적으로 저명한 연구 거점으로 모여든다. 과학자들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정적 연구몰입환경이다. 과학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꿈의 연구소’ 설립 경쟁은 지난 백년간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이런 ‘꿈의 연구소’가 현실화되려면, 연구소에 참여하는 과학자의 수월성과 이들의 파이어니어 정신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매년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노벨과학대전에서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기초과학은 해마다 초대받지 못하고 부러움 속에 지켜만 봐야했던 노벨 잔치로의 지름길이자 미래를 위한 핵심투자이다. 이 노벨상을 가장 많이(17번) 배출한 꿈의 기초과학 연구소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협회 (Max Planck Gesellshaft)이다. 막스 플랑크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양자역학의 창시자“이자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이다. 그러나 그의 노벨상보다 더 의미가 있는 업적은 “미래를 위한 연구”를 목표로 하는 막스플랑크연구협회를 만든 것이다. 이 연구협회는 세계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가진 기초과학연구소 네트워크로 독일 전역에 고루 퍼져있는 80개의 막스 플랑크 단위 연구소에서는 자연, 생명 더 나아가 사회 과학을 망라하는 대중적 관심 분야에서 '하낙의 원리'에 따라 수월성을 지향하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독일 뮌헨 소재 막스플랑크연구협회 본부 앞에 모인 노벨상 수상자들. 뒤의 조각상은 막스플랑크의 상징인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 두상이다.

막스 플랑크


막스플랑크 연구협회는 '과학자의, 과학자에 의한, 과학자를 위한'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핵심은 일종의 '야전사단장' 역할을 수행하는 250여명의 소장들이다. 이들 탁월한 과학 리더들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그룹을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이들 과학자들은 연구협회의 주요 과학적 정책 결정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연구협회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특정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를 찾아 리더로 모셔오는 것이다.

막스 플랑크 연구협회와 연구소 시스템은 독일의 과학기술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왔다. 독일이 통일된 이후 막스 플랑크 연구협회는 구 동독지역의 부흥을 위하여 동진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통독 이후 기초 연구 분야의 3개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필두로 프라운호프, 라이프니쯔 등 여러 연구소들을 유치한 드레스덴은 국가적 재건 작업을 통해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독일의 실리콘 밸리'이자 독일연방의 동부 과학, 문화, 정치, 경제 거점으로서 다시 태어났다. 이제 드레스덴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과대학인 드레스덴 공대, 수많은 컴퓨터 칩 및 첨단 벤처기업의 창업 및 이전, 그리고 지멘스의 테크노파크 설립 등으로 이상적인 연구소, 대학, 기업, 테크노파크의 클러스터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전경

드레스덴에 있는 막스플랑크복잡계물리 연구소.

막스플랑크와 드레스덴 시스템의 성공은 기초과학에서 시작하여 응용 연구소 설립, 사이언스파크와 연계된 첨단벤처와 기업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에 대한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려면 '미래를 위한 연구'를 위한 선진 기초과학지원시스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철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을 포함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과학에는 국경과 경계가 없다. '과학의 노마드'들은 자신의 창의역량을 최대한 계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모인다. 국가백년대계로 추진되는 과학 벨트는 이들을 위한 꿈의 무대이다. 이제 과학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이 과학벨트와 꿈의 연구소의 성공신화를 어떻게 써나갈 지 중지를 모아나가길 기대한다.


필자 김승환 교수(트위터 @swanworld)는


포스텍 물리학과에 재직하며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겸 엣지이론과학연구소 IES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하였다. 미국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 연구원, 코넬대학교 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 캠브리지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냈다. 카오스, 프랙탈로 시작하여 복잡계 및 뇌과학을 연구하며, 세상과 사회와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