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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승환의 '물리 쳐볼까'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우주의 신비를 향한 여행, 동참하시겠습니까

- 김승환 교수(포스텍 물리학과)


"창백한 푸른 점". 저명한 과학저술가이자 천체물리학자였던 칼 세이건은 60억 km 거리의 먼 우주에서 혼자만의 여정을 가고 있는 보이저 1호가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 속에 한 평범한 은하 가장자리의 태양이라는 이름모를 별의 보통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에는 약 수천억 개 정도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평균적으로 수천억 개 정도의 우리 태양과 같은 별들이 있다. 빅뱅 (big bang)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150억 년 전에 대폭발을 통해 생성되었다. 이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고
빅뱅을 지구상에서 최소한의 규모라도 탐구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는 입자가속기이다.


지난해 말 BBC가 돌아본 2010년 과학뉴스에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 (CERN)의 미니빅뱅이 선정되었다. 지난 27년간 최고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속기로 '가속기의 황금시대'를 선도했던 미국 시카고 페르미랩의 테바트론이 올해 말 퇴역할 예정이다. 그 다음으로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지대에 자리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최고 가속기의 계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유럽입자핵연구소는 8,000명의 과학자가 함께 일하고 있는 세계적 거대 기초과학 연구시설로 여기서 작년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LHC는 인류 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 무려 둘레 27km의 원형 지하 터널 속에 만들어진 길을 따라 양성자 입자들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다. 반대방향으로 달려온 두 양성자 입자의 정면 충돌로 우주 탄생의 순간인 '빅뱅' 직후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 (CERN)의 강입자가속기 (LHC)


 

'미니빅뱅'으로 양성자들이 충돌하면 1초에 1억 개 이상의 엄청나게 많은 입자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중 '신의 입자'라고 불리우는 힉스 입자는 하루에 한 개 미만 밖에 안 만들어지며, 그나마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일단의 한국과학자들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LHC에 매우 정교한 입자 검출기를 여러 대 설치하여 이 입자의 탐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 입자의 존재가 밝혀지면  '표준모형'의 물리학에 의해 우주를 지배하는 세 가지 힘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완성된다. 그 외 과학자들은 빅뱅이후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암흑물질'의 정체 등 그동안 쌓여온 우주의 미스터리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 유럽핵입자연구소의 '미니빅뱅'과 '미니블랙홀' 생성은 대중의 호기심도 많이 끌고 있어, 다빈치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납이온 충돌로 만들어진 ‘미니빅뱅’

 

유럽핵입자연구소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호킹은 "힉스입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에 100달러를 걸었다고 한다. 그가 맞다면 '표준모형'이 아닌 새로운 물리 이론을 만들어 내야 하거나, 궁극적으로 우주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창백한 푸른 점'이 현재로선 우리의 오직 하나뿐인 집, 지구이다. 그 위에서 사람들의 일상적 삶과 인류 문명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류는 우리 지구와 같은 행성이 우주에 또 있는 지, 우리 인간 외에 다른 외계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는지 근원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끝없는 탐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 별도 아닌 행성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나, 천체망원경이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어 '두 번째 지구' 탐색에 큰 진보가 만들어지고 있다. 작년 9월 미국 연구팀이 지구를 닮은 행성 글리제 581g를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에 위치한 별에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3~4배의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소위 '골디록스 권역'에서 궤도를 돌고 있다. 이 권역은 호스트 별 주위에서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춥지 않아 행성의 표면에 생명의 근원인 액체 물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20년을 가야할 정도면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제일 빠른 인공위성으로도 30만년 이상이 걸리는 먼 거리에 있어 당분간 우리 인류의 직접 탐방의 기회는 어렵다.


글리제 581g 의 상상도.


지구와 유사한 행성의 탐색은 지상 망원경 뿐 아니라 우주의 망원경에서도 수행된다. 특히 2009년 3월 지구 궤도로 올라간 미국의 케플러 망원경은 바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대량으로 탐사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망원경을 시그너스와 라이라 좌 방향으로 고정시켜놓고 밤 하늘의 1/400 정도의 작은 영역에 있는 15만개 정도의 별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하는 것이다. 외계 행성이 호스트 별 앞을 지나갈 깨 빛이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관측하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놀랍게도 단 4개월 만에 6개 행성을 가진 태양계 등 1,200여개의 행성후보를 발견했다. 행성후보 중 54개가 "거주가능한" 조건에 부합되는 데, 5개 정도가 지구 크기라고 하며, 그 중 일부는 물이 있는 위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관측된 외계 태양계 중 6개의 행성을 가진 것도 발견되는 등 우주에 산재한 행성시스템의 풍부함과 다양성에 과학자들은 놀라고 있다. 특히 밤하늘의 아주 일부만 관측하고도 그렇게 많은 행성후보를 발견한 것은 우리 은하에 태양과 같은 별들의 주위를 도는 수많은 행성들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줘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 이들 외계 행성으로 우주 여행을 바로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NASA에 따르면 다른 별로 우주여행을 하기위한 충분한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 세대에게 성간여행을 넘기고, 현 세대는 태양계 내 지구 권역과 화성으로의 여행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겠다. 태양계를 탐구하기 시작한 지 3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외계생명체의 가능성은 항상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지금까지 확인된 우주의 수많은 별들과 지구행성 후보들의 수로 미루어 확률적으로 우주 어딘가 외계생명체는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우리와 가장 가까운 화성은 태양계내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으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아 인류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색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 인류가 외계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지 이제 30여년이 넘었다. 지금 화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사의 쌍둥이 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너티'는 7년차 베테랑이다. 올해 '마스 사이언스 연구실 MSL' 미션이 시작하면 2012년까지 '큐어리서티' 로봇이 이들과 함께 화성을 배회할 것이다. MSL의 주 목적은 화성이 한때, 또는 지금까지 생명을 호스트 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것. '큐어리서티' 로봇은 지질, 대기, 환경 조건과 생명체 신호를 탐사할 수 있는 정교한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에 지적인 외계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단지 미생물이라도 생명체 또는 과거에 살았던 생명의 흔적이라는 '역사적 발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나사의 화성재단 화성정착민 모집 공식사이트


나사는 우주왕복선을 접는 대신 지난해 11월, 2030년쯤 인간을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에 정착시켜 식민지화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나사는 공식사이트를 열고 화성재단의 '밀레니움 우주선' 프로젝트에 참여할 화성정착민 지원자 4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화성정착민들에게 비행 비용과 정착에 필요한 생필품을 지원해준다고 하는 데, 문제는 이 여행이 편도(one-way)라는 것이다. 사실 지구 귀환을 위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귀환 여행의 성공을 위해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이슈가 많다. 이 화성이민은 생존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험이며, "사실상 죽음의 여행"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역사적 화성이민의 지원자가 벌써 4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인류 최초의 화성이민자라는 '선택된 자'라는 명분, 그리고  '파란색으로 해가 지는 광경' 등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화성의 묘한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올해 초 미국 슬로언 재단의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Digital Sky Survey)" 프로젝트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밤하늘 컬러사진을 공개하였다. 이 데이터의 도움으로 우주에서 이미 5억개 이상의 은하와 별들이 발견되었고, 새로 공개된 방대한 데이터는 더 많은 발견을 예고하고 있다. 이 슬로언 데이터는 구글 <Galaxy Zoo>를 통해 일반에도 공개되고 있어 이제 '시민과학자'들도 구글로 거리탐색을 하는 것처럼 우주탐색이 가능해졌다.


슬로언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 밤하늘 우주를 담은 사상 최대 크기의 컬러사진


2011년에 나사의 마지막 셔틀 발사가 끝나면 우주왕복선의 시대는 마감되지만 그 대신 민간 우주여행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올해 억만장자 리차드 브랜슨 경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의 우주선이 첫 발사된다. 2011년 새해의 '과학뉴스 미리보기'에서 BBC는 개인상업우주시대의 개막과 화성으로의 새 미션 등을 예견했다.


올해 새로운 민간 우주 시대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에 따르면 "자연은 결코 그 신비를 한 번에 다 보여주는 법이 없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우주 탐색은 '광대한 우주의 극히 일부를 아주 짧은 동안만 간헐적으로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우주를 향한 우리의 대장정은 우주적 시간 척도로 볼 때 이제 출발선에 선 것이다. 무한한 우주가 곳곳에 숨겨놓은 비밀은 우리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하고 모든 세대들의 마지막 프론티어로 남아있을 'science'인 것이다.



필자 김승환 교수는

포스텍 물리학과에 재직하며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겸 엣지이론과학연구소 IES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하였다.

미국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 연구원, 코넬대학교 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 캠브리지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냈다.

카오스, 프랙탈로 시작하여 복잡계 및 뇌과학을 연구하며, 세상과 사회와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