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이래, 나 카대 다닌 여자야
카이스트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고 이은주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아님 가수 서인영?
그것도 아니라면 슈스케(슈퍼스타K)2의 김소정?
불행히도 저는 카이스트 하면 퀴즈와 간식이 떠오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덕분입니다.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은 올 2월에 첫 문을 열어 현재 1기 24명의 원생들로 꾸려져 있습니다.
기자/PD 등 언론계 사람이 3분의2 이상이지만 금융계와 포스코 등 기업에서 오신분들도 있죠.
봄학기 넉달, 여름학기 석달, 가을학기 넉달 도합 11달을 줄창 내달리면 1월에 방학이 오는데요.
격주 토요일에 서울수업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공부를 시작한 많은 학우들이
거의 매주 대전 Kaist 캠퍼스를 오가다
봄학기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수족냉증 등 각종 질병을 호소하며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전간 버스에서까지 수업 전에 볼 퀴즈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학우들은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and Sustainability), IT, 오픈이노베이션, 과학사 등
훌륭한 수업시간 중에 늘 유체이탈과 주화입마의 경지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때때로 배달오는 기름진 간식도 상태를 호전시키지는 못했지요.
제가 본 게 카이스트인지 앞사람 뒤통수였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빡센' 봄을 보내고나니 책임교수이신 교무처장님과 학생들 사이에
전투같은 메일이 오고갔습니다.
그 덕분인지 한결 수월했던 여름학기를 넘어
다시 대전 1박2일 워크숍 두차례로 가을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현재 카이스트 뇌공학과에 계신데 원래 전산학과 교수였지만 새로운 전공을 만든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과학저널리즘 과정도 마찬가지이고요.
이광형 교수의 연구실에는 위아래를 뒤집어놓은 TV가 걸려있다고 해요. 카이스트 창의관 휴게실벽에 붙어있는 뒤집힌 TV도 그분의 작품이죠. 생각을 뒤집어보라는 뜻인가본데, 직접 TV를 보자면 목만 뒤집게 되더군요.영 짜증나는 게 아닙니다. ㅎㅎ
참고로 아드님이 꽃미남이에요. >ㅇ<
저의 애초 계획은 필수과목 세개만 듣고 편한한 가을을 만끽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글쎄
BT, 과학기술정책, 환경정책, 브랜드디자인경영, 금융공학 수업을 다 수강하고 있더군요.
습관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2기 원서접수가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사내경쟁에 함께 도전했던 선수들이 저에게 다시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경제부의 모 선배가 2기 지원을 하게 결정이 되어
제게 학업계획서에 대해 간단히 물어보시더군요.
그런데 원서 마감 하루 전 좀 황당한 일이 있었답니다.
점심식사 후 후배 옆에서 잠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자리로 전화가 걸려온 겁니다.
1기생 명단에서 보고 연락했다면서,
다짜고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겁니다.
자기가 누군지는 밝히지도 않기에 이름과 소속부터 밝히라한 뒤 (적어두지 않아 기억도 안납니다만)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고 보는 오지랖원칙에 따라 면접에 관해 일반적인 조언을 해주었더니
급기야는 작년에 제가 제출한 서류를 자기가 볼 수는 없겠냐고 합니다.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가 무슨 족보도 아니고...
파일도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잘 다독인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진 저장본은 최종 버전이 아니라는... ㅡㅜ 어디갔니 내 주옥같은 자기소개서)
어쨌건 혹여 제 덕에 후배로 들어오시면 더 잘 (주먹으로) 다독여드리자 생각하면서 문득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 떠오르더군요.
(원작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죠.)
드라마를 보다보니
성균관 선진들이 신입들에게 어려운 시험을 내놓고 각자 해결하게 하는 신방례라는 것이 있더군요.
말하자면 신입생 환영회인 셈입니다.
2기생들이 들어오면 신방례 한번 쎄게 해야겠습니다.
기대가 되네요. 냐하하~
p.s. 김소정씨와 안면은 없습니다만,,, (더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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