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자연산보다 두 배 빨리 자라는 ‘슈퍼연어’를 식품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칼로 잘랐을 때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과를 곧 시중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변형생명체(GMO)가 점점 다양한 형태의 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다 GMO가 아닌 재료로 만든 음식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첨단기술로 만든 상품이라 해도 시장에서 성공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소비자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때 상품은 설 자리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슈퍼연어는 1989년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 벤처회사인 아쿠아바운티가 개발했다. 보통의 연어는 3년 정도 자란 후 시장에서 판매된다. 이에 비해 슈퍼연어는 1년6개월이면 비슷한 크기로 성장한다고 한다. 소비자가 이렇게 빨리 자라는 연어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양식업자는 귀가 솔깃해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은 슈퍼연어를 사람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상업적 이용을 승인했다. 식용 GMO 가운데 동물로서는 처음으로 승인된 사례였다. 이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달 캐나다 보건부 역시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슈퍼연어의 앞길은 평탄치 않아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의 많은 소비자 단체들과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이 이들 정부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이유는 사람의 건강문제에서 생태계 교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다. 물론 아쿠아바운티는 세간의 우려를 없앨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 왔고, 양국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개발사가 제시한 과학적 증거의 취약성을 다시 과학적으로 지적하며 승인을 무효화하려는 소송도 제기한 상태이다. 거대 식품 체인점들은 정부의 승인 전부터 슈퍼연어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연도별 유전자변형식품(GM0)수입량, 수입 곡물 중 GMO 비중, GMO가 주재료인 가공식품 생산량_경향DB
이 과정에서 나타난 미국 정부의 반응은 매우 이례적이다. 승인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는 슈퍼연어를 시장에 당장은 내놓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소비자가 가게에서 연어를 접할 때 GMO인지 아닌지 겉모습으로 알 길이 없다. 표시제도가 유일한 확인 방안이다. 이에 미국 의회는 슈퍼연어에 대한 표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까지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까지 연방정부 차원에서 GMO 표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1996년 이후 최근까지 GMO 생산과 수출에서 최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면서도 자국민에게는 어떤 식품에 GMO 재료가 섞여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랬던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표시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슈퍼연어의 승인 결정에 대한 반대여론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과연 언제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지, 그리고 표시가 된 슈퍼연어에 대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때때로 GMO와 관련된 소비자의 입장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적으로 관철되기도 한다. 2007년 설립된 이후 온라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평가받는 아바즈(avaaz.org)의 활동이 대표 사례이다. 아바즈에 따르면 현재 194개국에서 약 3억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 지구촌의 현안에 대한 청원서를 작성하면 이에 동의하는 회원들이 서명을 하고, 이를 청원의 대상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요 활동방식이다.
최근 아바즈는 GMO를 재배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분석결과를 회원들에게 보고했다. 지난해 초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가 높은 등급의 발암성 물질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미국 환경청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고, 논란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 분위기는 달랐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글리포세이트의 사용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바즈는 200만명 이상의 회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유럽의회에 제출했다. 청원의 내용은 글리포세이트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독립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이달 초 유럽의회는 글리포세이트의 사용 중단 결정을 내렸다. 어쩌면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아바즈의 청원서가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알려졌다. 2013년 아바즈는 슈퍼연어를 반대하는 청원서에 96만여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GMO에 대한 일반인의 입장 표명이 국가를 넘어 세계 수준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김훈기 | 홍익대 교양과 교수
Read mor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192103015&code=990100#csidxc8747b0c6e05a39aec553aabdebc6d7

Copyright © LinkBack
Read mor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192103015&code=990100#csidxc8747b0c6e05a39aec553aabdebc6d7

Copyright © LinkBack
'과학오디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과 말라리아 (0) | 2016.07.04 |
---|---|
브렉시트가 폴란드 빵집 때문? (0) | 2016.06.27 |
마시멜로와 폴라로이드 (0) | 2016.06.06 |
같은 이야기, 달리 듣지 않기 위해 (0) | 2016.05.30 |
국산 GMO 승인 과정 ‘깜깜’ (0) | 2016.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