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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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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과학자, 제임스 캐머런 온다던 지구 종말이 오지 않은 2012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아마 정치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우리나라 대선을 마지막으로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6자회담 국가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바뀐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빠져 있는 가운데도 지구는 돌고 여러 가지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계속됐다. 보통 한 해의 끝은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저문다. 각종 분야에서 10대 뉴스를 선정해서 한 해를 마감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가수도 10대 가수를 뽑아 시상을 하곤 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의 유명 과학 저널이나 대중 과학 잡지들도 한 해의 주요 뉴스나 성과를 10가지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10대 가수 중에서 가수왕을 뽑듯이 보통 올해의 인물을 선..
디지털 노마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되었든 아니든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IT 분야 종사자 중의 한 사람으로 새 정부에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이전 정부에 있었던 정보통신부와 같이 IT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를 부활해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IT 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투자대비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에 대한 통계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2007년말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IT 분야 중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30%가 넘는 ROI를 보이고..
비만의 과학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세상엔 제도 하나 바꾸거나 법 하나 만들면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교육 문제를 풀려면 이거 하나 고치면 된다”거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법만 만들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사람의 신뢰성 여부를 판단하는 나만의 방식은 문제를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를 보는 것이다.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풀 수 있다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비만도 그런 문제 중 하나다. 못 먹고 살던 시절 비만은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성인병의 상징이다. 통계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발병 비율이 2배 ..
기술 혁명과 애플의 위기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이 쓴 라는 책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의 발전이라는 것은 지식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서 위기가 생기고 이러한 위기가 혁명을 통해 패러다임이 바뀌는 불연속적인 것이라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플로지스톤에서 산소로,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 뉴턴 역학에서 상대성이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은 지식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위대한 천재에 의해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산소를 발견한 라부아지에,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 상대성이론을 주..
생명공학 입시 가이드 지난주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관심 있는 학생들만 모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의외로 열기가 뜨거웠다. 많지 않은 경험이지만 청소년들 대상으로 과학 이야기를 하면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된 과학자들의 재능기부 행사인 ‘10월의 하늘’도 지난주 전국에서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정작 필드에선 주로 이공계 기피에 대한 이야기만 듣다가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내가 주로 이야기하는 분야는 주로 생명공학과 그 언저리에 대한 것이다. 최근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가 소위 차세대 기술 혁명 분야라고까지 일컬어지면서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중·고등학생들에게 가..
디지털 삼국지 작금의 디지털 세상은 세 개의 디지털 왕국으로 분할되어 있다. 이 디지털 왕국의 이름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그리고 구글이다. 이 글을 쓰면서 디지털 삼국에 삼성전자를 넣을까 말까 무척 고민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삼성전자를 디지털 왕국으로 부르기에는 이른 것 같다. 디지털 왕국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운영체제이다. 운영체제는 디지털 왕국의 옥새와도 같은 것으로 삼국 모두 세계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윈도를 가지고 있고, 애플은 PC에서 사용되는 맥 OS와 모바일 단말기에서 사용되는 iOS를 가지고 있으며, 구글은 모바일 단말기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모바일 단말기용 운영체제인 ..
“돈이 되는 연구냐”고 묻지 말자 얼마 전 어떤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 책의 대표저자가 책은 무사히 서점까지 잘 나가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팔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유는 책 이름을 너무 평범하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좀 더 ‘섹시한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선정적인 정보를 비판하는 책의 내용에 맞춰 책 이름을 무난하게 지었더니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타당한 분석이다. 첫 눈에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면 헛수고가 되어버리기 쉬운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선정적으로 되어 간다. 책 제목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걸리는 언론 기사 제목만 그런 게 아니고 과학도 그렇다. 최근 쥐의 단백질에 관한 한 편의 논문이 뉴스에 소개되었다.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
금메달과 김치의 힘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우리나라 여자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 양궁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다. 전 세계가 한국 양궁의 비결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 로이터통신은 그 이유로 김치와 젓가락을 꼽았다. 한국 여성들은 예로부터 손으로 김치를 담그고 미끄러운 쇠젓가락을 쓰면서 손의 민감성을 키워왔고 이런 것이 양궁이나 골프와 같은 운동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젊은 양궁 선수들이나 골프 선수들이 김치를 담가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선조들의 그러한 습성이 유전된 것이라면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생물학의 기본 원리를 뛰어넘는 엄청난 발견이거나 후성유전학의 증거일 수도 있다. 아무튼 김치에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먹어서 힘을 줄 뿐만 아니라 김치를 담그는 것만으로..
알고리즘과 여친 이름 컴퓨터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와 절차를 기술해 놓은 것을 알고리즘(algorithm)이라고 부른다. 알고리즘이란 용어는 9세기에 활약한 아랍의 수학자인 무하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Muhammad ibn Musa Al’Khwarizmi)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랍인과 유럽인에게 인도의 기수법을 소개했다고 전해지는 이 수학자의 마지막 이름인 ‘알콰리즈미’에서 ‘알고리즘’이 된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네덜란드의 컴퓨터과학자인 에스커 다익스트라(Edsger W. Dijkstra)이다. 다익스트라는 1930년생으로 29살이 되던 1959년 ‘Numerische Mathematik’이라는 학술지에 ‘A note on two problems in..
‘점수 공화국’ 꺼내면 싸움 나는 주제들이 있다. 선동열이냐 박찬호냐, 차범근이냐 박지성이냐, 뭐 이런 것들이다. 그래도 동일 종목은 통계 지표라도 있지, 야구냐 축구냐, 김연아냐 박태환이냐, 뭐 이렇게 붙여놓으면 이건 그냥 싸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한정된 연구비를 항암제 개발에 줄 것인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줄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재화는 유한하고 경쟁은 무한하다. 평가는 어렵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평가는 불가피하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평가의 전쟁터다. 연구자 개인의 업적 평가부터 연구 과제의 평가까지, 평가받고 평가하는 것은 연구자의 일상이다. 선정평가, 중간평가, 연차평가, 최종평가 등등 연구자의 달력은 평가 일정표라고 해도 과언..
스마트폰으로부터의 도피 영국인들은 지금까지 물 쓰듯이 물을 쓰면서 살아 왔다. 2009년 영국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150ℓ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웃인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120ℓ에 비하면 많은 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독특한 수도요금 체계 때문에 영국인들 중에 물을 아껴 써야 할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에서 수도 계량기가 설치된 가정은 전체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계량기가 없는 가정의 경우 계량기가 설치된 가구의 평균 사용량을 산출한 다음 부동산 시세에 비례하여 수도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에는 굳이 물을 아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물 쓰듯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
뿌리 깊은 나무 채진석|인천대 교수·컴퓨터공학 요즘 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여기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목요일에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다음주 수요일까지 기다리기가 힘들 정도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세종대왕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조명하고 있다. 정치가로서 세종대왕은 백성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를 하는 권력자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권력자는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정치 외에 다른 곳에 관심을 쏟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5공화국 시절의 3S로 대표되는 우민화 정책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쉬운 문자를 만들어 자신과 사대부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를 하..
괴담 딱지치기 간단한 건강 상식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중 잘못된 정보는 모두 몇 개인가? 1)하루에 물 8잔을 마시면 건강해진다. 2)사람은 두뇌의 10%만 사용한다. 3)죽은 뒤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자란다. 4)면도 후 털이 더 굵고 짙게 자란다. 5)침침한 불빛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나빠진다. 6)병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위험을 초래한다. 7)설탕은 과잉행동장애를 일으킨다. 8)밤에 음식을 먹으면 살찐다. 9)숙취는 해소될 수 있다. 영국의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라는 의학저널이 있다. 저런 곳에 논문 한번 내봤으면 싶은 역사 깊고 유명한 저널이다. 이 저널은 연말이 되면 재미있는 기사를 싣곤 한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의학 상식, 이른바 의학 미신에 관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 부른다. 보편적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1급 소아마비 중증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 교수가 처음으로 소개했는데, ‘특별한 개조나 특수설계 없이 가능한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획한 제품이나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보편적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는 건물이나 역 등에 설치된 경사로이다. 경사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미는..
이거 몸에 좋은가요? 며칠 전 또 그 질문을 받았다. “누가 이거 먹으면 몸에 좋다던데 그런가요?” 까다로운 질문에는 반문이 가장 좋은 대답인 법. 그런 질문엔 이렇게 되묻는다. “몸에 좋은 것이 뭘까요?” 그 질문을 던진 분은 고민에 빠졌다. 몸에 좋은 것이란 대체 뭘까? 과거엔 그냥 고른 영양과 충분한 열량을 의미했다. 쌀밥에 고깃국이 대표적이다. 잘 먹지 못하던 시절엔 쌀밥 속의 탄수화물과 고깃국 속의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성장 발육이 뛰어나고 건강해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기아와 영양부족에 허덕이는 나라에서는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이 진리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생산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신문기사를 찾다가 재미난 기사를 보았다. 그 옛 기사는 라면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
황의 법칙 ‘황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박사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황의 법칙’은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으로, 이것은 전자공학의 고전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가 18개월에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이 예측은 거의 들어맞아서 오늘날 ‘무어의 법칙’으로 부르고 있는데, 황 박사는 2002년 미국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메모리의 경우 18개월이 아니라 12개월에 2배씩 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1999년에 256메가비트 ..
과학기술자들의 ‘꿈의 콘서트’ 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콜우드라는 탄광촌이 배경이고, 글자 그대로 막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광산의 중간관리자로 나름 성공한 한 광부의 아들이, 1957년 10월 하늘을 날아가는 소련의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보고 로켓에 관심을 갖는다. 극히 일부가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대학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두 땅 밑의 갱도로 내려가 광부가 되어야 하는 동네에서 이 소년은 계속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막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극적인 대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호머 히컴은 광부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쉽고 좋은 길이라고 모두가 생각할 때 로켓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갖는다. 하지만 아무도 가보..
데이터 통신의 진화와 고민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고 나서 3개월이 조금 더 지난 1969년 10월29일. 달 착륙 못지않게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UCLA의 한 연구실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반경 UCLA 컴퓨터과학과의 한 연구실에서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이라는 통신망을 통해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실(SRI)로 ‘login’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역사적인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자 ‘l’과 ‘o’는 제대로 전송이 되었지만 갑자기 시스템이 엉키면서 나머지 문자는 전송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컴퓨터 통신의 첫 번째 메시지는 ‘lo’로 남게 된다. 필자가 올해 초 UCLA 컴퓨터과학과를 방문했을 때, 안내를 해 주던 연구원으로..
장모님에게 사랑받는 과학자가 되고 싶으십니까 이한승 교수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 장모님은 건강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 분야의 언저리에서 20년을 공부한 나도 모르는 건강 상식을 알려주실 때가 있다. 지극한 사위 사랑의 방법이건만 이 못된 사위는 태생이 의심 많은 과학자인지라 그런 상식이 과연 일리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는 일이 잦다. 그리고 간혹 장모님께서 알려주신 정보가 별로 근거 없는 것일 때 과학자로서의 나와 사위로서의 나의 갈등은 시작된다. 모르는 것이 약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약인지 잘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항간에 떠도는 의심스러운 건강 상식들의 근거를 과학적 문헌에서 발견한 경험은 많지 않다. 과학적 문헌은 고사하고 인터뷰,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 방송 프로그램, 하다못해 기업 광고 등의 출처..
인간을 지키겠다는 무인시스템이 부른 '인간성 없는' 전쟁의 시대 그는 전문가였다. 이라크 반군의 사제 폭발물을 추적하고 해체하는 팀 내에서 가장 용감하고 실력이 뛰어난 병사였다. 늘 선두에서 위험한 업무를 도맡으면서 불평 한마디 없었다. 허나 그날은 운이 좋지 않았다. 그의 바로 아래에서 폭발물이 화염을 내며 터졌다. 다른 병사들의 목숨을 수도 없이 구했던 그였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최고의 동료를 잃은 부대원들은 울컥하는 심정으로 그의 흔적을 수습해 헬리콥터에 실었다. 그날 밤 해군 하사관 팀장이 정성껏 작성한 부음 서신이 바다 건너 미국 보스턴에 도착했다. “그래도 모친에게 전사통지서를 보낼 필요가 없어 다행입니다.” 그 병사의 정체는 아이로봇(iRobot) 사의 팩봇(PackBot). 미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의 요청으로 1998년 개발된..
CNN 머니가 꼽은 미국 최고의 직업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채진석(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코더(coder), 프로그래머(programmer), 소프트웨어 아키텍트(software architect), 구루(guru). 이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구분하는 용어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이라는 작업을 하지만, 각각의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코더는 다른 사람이 설계해 놓은 설계서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을 말하고, 프로그래머는 자신만의 신념이나 철학을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소프트웨어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여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구루는 인도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소프트웨어 업..
파워블로거의 홍보에 속았다? 홍보성 과학 기사에는 속지 않으셨나요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 소위 파워 블로거들의 행태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 뿐만이 아니라 TV의 9시 뉴스에도 나온다. 국세청은 세무조사까지 하겠다는 기세다. 맛집 블로거로 활동하는 친구를 둔 덕에 나도 일부 맛집 블로거들의 진상 짓거리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잘못된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뉴스를 보다 보니 갑자기 얼마전 재미있게 본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내게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많은 웃음을 준 영화는 였다. 맛집관련 방송의 이면을 재치있게 고발한 이 다큐멘터리를 생각해보면 작금의 일부 파워 블로거들의 문제와 좀 닮아 보인다. 주류 언론과 인터넷 블로그라는 매체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
종이와 디지털 문서, 누가 더 오래 살아남을까 채진석 교수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1959년 2월 1일 시카고 선데이 트리뷴(Chicago Sunday Tribune)지의 10면에 다음과 같은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의 내용은 미래의 전자 가정 도서관(electronic home library)의 모습을 상상해본 것인데, 거실에서 천정에 비쳐지는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책의 내용을 읽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부터 50여년 전인 1950년대 말 무렵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미국에서는 1954년부터 컬러 TV가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이 그림에 대한 설명문의 내용으로 볼 때, 이 무렵부터 TV의 내용을 녹화해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레코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58년 LG 전자의..
"나는 과학자다" - 노래도 과학도 숫자로 평가하는 세상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인기다. 덕분에 나도 TV 예능을 돈 내고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TV를 보지 않던 몇몇 지인들도 나가수는 챙겨본다고 한다. 같은 시간대의 정통 라이브 음악프로인 가 못 누린 호사를 나가수가 누리는 이유는 뭘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말대로 나가수는 좋은 음악을 감상하게할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심판이자 평가자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평가를 남과 나누고 싶어지게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때론 나가수가 조금 피곤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나가수도 매번 경연의 순위를 가지고 왈가왈부가 있다. 순번은 뒤가 좋고, 고음을 좀 질러줘야 하고, 이런 장르는 안좋고, 조용한 편곡은 안되고 등..
디지털 죽음(digital death), 준비 되셨습니까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010년 12월 1일, 2400만명의 페이스북 친구와 7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기며 디지털 죽음(digital death)을 선언하였다. 레이디 가가는 죽었다. 나는 에이즈와 싸우기 위해 나의 ‘디지털 생활’을 희생할 것이다. 생명을 구할 돈을 모을 때까지 팬들을 위한 업데이트는 없다. (Lady Gaga is dead. I will sacrifice my digital life to fight HIV/AIDS. No more updates little monsters until we buy life.) 레이디 가가가 선택한 디지털 죽음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에이즈에 감염된 가족들을 ..
'꿈의 연구소' 막스 플랑크 과학진흥협회를 아시나요 - 물리학자가 꿈꾸는 과학벨트의 미래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과학자들의 꿈은 자신 주위의 자연과 세상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탐구, 이해하는 것이다. 프론티어를 추구하는 과학자의 정신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지만 자연의 신비는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창조적 전통은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을 열어왔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첨단과학기술문명의 혁명을 선도하였다. 이들 창의적 과학자들은 소수이나, 매우 유연하고 세계 어느 곳이나 이동성이 강한 ‘노마드’ 그룹을 이루며 국제적으로 저명한 연구 거점으로 모여든다. 과학자들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정적 연구몰입환경이다. 과학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꿈의 연구소’ 설립 경쟁은 지난 백년간 세계 곳곳..
애플과 삼성전자의 맞짱 뜨기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IT 업계의 두 공룡 애플과 삼성전자가 맞짱 뜰 모양이다. 얼마 전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따라 했다고 고소하자, 삼성전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애플이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통신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고소하면서 사태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고소 건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고소 이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집무실을 찾은 이건희 회장은 기자들로부터 애플 소송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겠지”라며 “애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경쟁자로 생각..
막걸리, 잘 걸러 들어야 한다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다시 막걸리가 난리다. 물론 막걸리 인기가 이제 한 풀 꺾였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 속의 항암물질(?) 발견 뉴스가 나오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방송인 손석희 씨도 그 뉴스가 나온 날 막걸리를 마셨단다. 이런 뉴스가 전통주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자, 그렇다면 지금쯤 막걸리에 대해 정리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듯싶다. 막걸리는 좋은 술이다. 그런데 '좋은 술'이라는 말은 형용모순 아닌가?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음주는 매우 많은 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 IARC의 1급 발암물질(발암요인) 리스트에도 당당히 들어있다. 게다가 알코올이 대사되어 만들어지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도 2급(2B) 발암(가능)물질이다. 그러므로 술은 단언컨..
당신의 '친구'는 몇 명인가요 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있는 친구 수를 세어 보니 166명이다. 현재 필자의 친구 수인 166명은 적당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것일까? 166명이라는 친구 수는 어떻게 보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적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적당한 친구 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있는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는 1990년대 초 침팬지와 원숭이 등의 영장류 30여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新皮質)이 클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 ..
앞치마와 과학의 상관관계 이한승 교수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어제 우리 대학교에 소셜 디자이너인 박원순 선생님이 오셔서 학생들 대상의 특강을 하셨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창의적인 직업을 무려 1,000가지 가까이 소개하셨는데 여러 가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강연 마지막에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의 십계명을 소개하셨는데 그 10가지 항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과학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도 있을까? 가끔 우리 학과에 입학한 저학년 학생들 중에 이런 소리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수님 저는 요리에 흥미가 있어서 이 과에 왔는데 와 보니 제 적성에 잘 안맞는 것 같아요.” 하긴, TV 드라마에서 파티쉐니 바리스타니 폼나는(?)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