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오디세이 (250) 썸네일형 리스트형 유전정보 공유와 사유 헬스케어가 사회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요즘 첨단 생명공학을 동원해 무병장수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미국의 한 기업이 화제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된 인간장수주식회사(HLI·Human Longevity Inc.)가 이달 초 세계 언론에 자신의 출범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인간의 유전정보는 물론 몸에 사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세포의 대사물질 정보, 그리고 줄기세포 기술을 모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일반인에게 익숙한 용어들이어서 새롭지 않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를 갖추고 있고, 설립자가 생명공학계의 세계적인 스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인간의 유전정보에 대한 소유권이 기업에 주어지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가 새삼 의문스럽다. HLI의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이 크레이그 벤터이다. 벤터는.. 한국 아이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 하나는 참 잘하지. 특히 수학 실력은 세계 최고야.”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학업성취도는 세계 1~2위로 최상위권이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수학 2위, 과학 1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수학 1위, 과학 3위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국제적인 검증으로 객관화된 이 수치가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말해주는 자료로 인용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결과에 들뜬 나머지 원래부터 우리가 우수한 민족이라 아이들의 머리가 뛰어나다는 식으로 부풀려 한국 교육의 신화 만들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불온한가? 인간과학, 인간에 대한 경험과학적 탐구는 왠지 불온해 보인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인간을 동물이나 사물과 같은 지위로 격하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일한 경험적 방법으로 연구하기에 인간과 동물은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물론이다. 하지만 인간의 특별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위험하다. 최근 칼레도니아 까마귀가 조약돌을 활용해 물이 얕게 담긴 유리병 밑에 놓인 먹이를 둥둥 뜨게 해서 꺼내 먹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도구 사용을 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가공해 흰개미를 잡아먹는 침팬지만이 아니라 멍청한 동물의 대명사인 새도 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를 공유한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은 차이도 많지만 중요한 특징도 수없이 공유한다는 점을.. 빅데이터의 딜레마 빅데이터 열풍이 대단하다. 창조경제의 원투펀치로 등장한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는 좋지만 성공한 사례, 또는 그 결과의 달콤함에만 매몰되어 전체를 보지 못하면 안될 것이다.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빅데이터 정보에는 묘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의 운행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든 기가 막힌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전 국민이 그 시스템이 알려주는 최적의 길을 따라가면 그 길은 도리어 최악의 정체도로가 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모두에게 공개하여 공공의 이익을 꾀하는 문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수자 게임의 과정과 유사하다. 따라서 경쟁을 신앙으로 삼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빅데이터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공공의 빅데이터에서 찾아낸.. 표류하는 GMO 표시제 국내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표시제도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다시 한 번 무산됐다. 2월 임시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는 GMO 표시제도의 확대 시행을 위해 발의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전문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찬반양론 진영 간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찬성 측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소비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반대 측은 표시 범위를 확대하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지불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월 국회에서는 소비자의 권리가 경제논리에 밀리는 양상이다. 소비자는 왜 GMO 표시제도에 관심을 가질까. 표시가 없으면 식품에 GMO가 포함돼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부분은 전체와 같다 때로는 정답을 구하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가 있다. 기발하고 독창적인 질문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인류 지성의 거대한 흐름에 전환점을 마련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수학적 질문도 그 중 하나의 예이다. “자연수의 개수는 몇 개일까, 그리고 정수의 개수는?” 보통 사람에게는 정말 엉뚱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래의 개수나 사람들의 머리카락 개수를 세어보라. 그 헤아림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한이다. 그런데 무한인 자연수의 개수를 세어보겠다니 얼마나 무모하고 엉뚱한 시도인가. 하지만 이는 지구를 벗어나 달 표면에 내디딘 인류의 첫발자국에 못지않은 과감하고 위대한 질문이었다. 유한한 존재에 지나지 않은 인.. 구글 인턴이 된 한물간 아저씨들과 집단 지성 최근 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사회적으로 별 볼일 없던 중년의 두 세일즈맨이 구글 인턴이 되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국에는 정식 직원이 된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커피나 도넛을 공짜로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집에 가져가면 안된다!) 자유분방하고 쾌적한 구글의 근무환경이나 세계적 기업이 어떻게 인재를 선발하는지에 대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해피엔딩 코미디 영화답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도입한 우연적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 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을 기업 구글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문제해결을 위해 창의성과 집단 지성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턴들은 팀을 이뤄 경쟁하게 된다. 주인공은 프로그램.. 혼자 연구하기, 같이 연구하기 작년 노벨과학상은 모두 공동수상자에게 돌아갔다. 1950년대 노벨상의 공동수상 비율은 50%를 넘지 않았으나, 2000년 이후에는 90%를 상회하고 있다. 이제 노벨상 독식은 꿈도 못 꿀 세상이다. 몇 달에 걸쳐 편지로 의견을 주고받았던 뉴턴 시대와 달리 수백 편의 자료가 e메일로 순식간에 전달되는 지금은 공동연구에 편한 환경이다. 또한 엄청나게 커진 실험 규모는 더욱 공동연구를 요구하고 있어 이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치열한 경쟁은 공동연구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선점하는 것이 과학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런 속도의 문제에서 공동작업은 개인보다 훨씬 유리하다. 미국의 경우 공동저자 수는 20년 사이에 평균 2.7명에서 4.3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논.. 현실화된 발광식물 마침내 스스로 빛을 내는 식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미국 미주리주 소재 생명공학 벤처회사 바이오글로(Bioglow)는 세계 최초로 빛을 발하는 식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는 홈페이지에 빛나는 식물의 실물 사진을 공개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구매 신청을 받고 있다. 화제의 식물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알라타 꽃담배. 다 자랐을 때 길이가 80~150㎝이며, 주로 온실에서 재배돼 관상용으로 판매되는 종류이다. 바이오글로는 이 식물의 엽록체에 발광 유전자를 삽입해 일명 ‘별빛 아바타’(Starlight Avatar)를 개발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인 유전자변형생명체(GMO)의 한 종류이다. 여기서 별빛은 식물이 발하는 빛의 세기가 별빛의 세기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붙.. ‘집합’이 사라진 수학 40년 동안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워왔던 수학이 느닷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1973년부터 교육과정에 포함돼 중학교에 입학하면 첫 수학시간에 배우던 집합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학교에서는 더 이상 집합을 접할 수 없게 됐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이라는 개념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분야가 집합론이다. 이 아이디어는 게오르크 칸토어라는 독일의 천재가 제시하고 나서 20세기에 접어들기 직전 수학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근본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중학생들은 교과서에서나마 칸토어의 천재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마저 상실하게 됐다. 이유가 뭘까. 지금까지 교육과정과 관련된 교육부의 행태로 볼 때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학교육의 선진화’라는 구호와 학.. 챌린저호 사고의 현재적 의미 1986년 1월28일,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이륙 후 73초 만에 폭파됐다. 당시 이 광경을 TV를 통해 지켜본 사람이라면 똬리 모양의 흰 연기를 내뿜는 챌린저호가 7명의 승무원과 함께 공중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끔찍한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사고 후 이루어진 진상조사에서는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서 로켓 부스터의 부품 중 하나인 오링이 파손된 것이 폭발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자연스럽게 사고의 책임은 오링의 문제점을 간과하고 발사를 강행한 미 항공우주국(NASA)과 제조사인 ‘머튼티오콜’에 돌려졌다. 특히 일부 엔지니어가 오링의 오작동 가능성을 사고 전 이미 지적했음이 알려지면서, 이후 챌린저호 사고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무시했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발생한 기술적 재난의.. ‘암호화폐’ 비트코인 조가비나 소금과 같은 물품에서 시작한 화폐 시스템은 금본위 제도를 거쳐 지금의 화폐 시스템으로 정착되었다. 최근 정보기술의 발달로 돈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선불카드, 신용카드, 게임머니가 그 예이지만 중앙통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화폐 시스템에 반기를 든 새로운 암호화폐가 등장했는데, 그 대표주자는 비트코인(BitCoin)이다. 작년 1월 1만원에 불과했던 1비트코인이 지금은 80만원이 되었으니 광풍이 일어날 만도 하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고안한 새로운 암호화폐 시스템이다. 일본인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개인이 아니라 연구그룹이라는 설도 있다. 이 암호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통제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관련된 컴퓨터가 일대일로 연결되는 .. 개인 유전자 정보 해독 논란 미국에서 개인에게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1월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앤드미(23andMe)라는 ‘잘나가는’ 바이오기업에 경고 서한을 보냈다. 회사가 당장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제품을 압수하고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23앤드미는 이 경고를 받아들여 12월 초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한편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 정보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FDA의 조치에 반감을 표했다. 하지만 FDA의 제동은 일반인이 ‘제대로’ 알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당해 보인다. 23앤드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검사하고 온라인을 통해 그 결과를 제공하는 업체다. 2007년 설립됐을 때 서비스 비용은 1000.. 올해의 책, 인류의 책 굳이 의식하지 말고 담담하자고 거듭 다짐했지만, 또 한 해가 저물어 감을 알려주는 연례행사들의 친절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그 중 하나인 ‘올해의 책’ 선정에 눈이 간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선정한다고 하니 십중팔구는 소위 베스트셀러가 선정될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우리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 책이라면 이 또한 올해의 책에 선정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문득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 ‘인류의 책’을 꼽는다면 어떤 책일지 궁금해졌다. 그리 어렵지 않게 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을 제외한 다른 책을 선정한다면? 답은 수학책이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책 이다. 성경보다 더 오래 전인 고대 그리스 시대에 집필됐지만, 오늘날과 같.. 중국 금고 비밀번호 찾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갖는 직관은 학생시절 수학문제를 풀던 경험에 근거하기 쉽다. 초·중·고 과정에서 푸는 수학 문제의 특징은 정답과 그 답을 얻는 표준적 방식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수학 문제를 풀거나 자신이 못 푼 문제를 다른 사람이 푸는 과정을 보며 배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경험을 과학기술 일반의 특징으로 간주하게 된다. 과학기술은 답이 확실하고 풀이가 주어지면 그 답이 왜 답인지가 누구에게나 자명하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특징이 소위 문과적 학문과 이과적 학문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생각은 대학의 과학기술 교육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수학을 많이 사용하는 공학 교육에서는 무엇.. 전자책과 종이책, 그리고 교육 시간이 글자로 표시되는 디지털 손목시계는 거의 사라졌다. 정확한 숫자로 찍어주는 디지털 시계보다 구식 바늘 시계를 사람들은 왜 선호할까.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시각 그 자체가 아니라 앞뒤를 고려한 상대적인 위치다. 12시에 끝나는 시험에서 11:39라는 글자보다 분침의 위치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며, 얼마나 남아있는지, 즉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단박에 보여준다. 그래서 시곗바늘의 각도는 숫자보다 더 직관적으로 인식된다. 수정 진동자와 시침, 분침이 결합된 요즘의 시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제대로 융합된 좋은 사례다. 책도 시계의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다. 종이책의 장점은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4만년 전 원시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 뇌에는 글과 같은 추상.. ‘슈퍼 연어’의 경고 올해 초부터 미국에서 유전자변형(GM) 연어가 식용으로 조만간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GM 연어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보통의 연어에 비해 다르지 않다는 과학적 판단이 이미 이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승인을 미루고 있다. 반대 여론이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승인이 이뤄지는 일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11월25일 캐나다 환경부는 GM 연어의 안전성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세간에서는 캐나다의 이번 결정이 미국의 최종 승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인에게 익숙해진 GM 식물(농산물)이 아니라 GM 동물로 만든 낯선 식품의 등장이 임박했다. GM 연어는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회사인 아쿠아바운티가 .. 피타고라스의 독선 그리스 에게해의 사모스 섬. 코발트 색깔의 하늘과 푸른 빛 지중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여러 섬 중의 하나로 이솝과 피타고라스가 태어난 곳이다. 약 2500년 전인 BC 580년경 보석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이집트 등 이웃나라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고 귀향하여 당시 그 섬을 통치하던 폴리크라테스의 아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위정자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감행하는 것이 주요 통치 행위 중의 하나인가보다. 이 작은 섬에 길이가 1350미터에 달하는 터널을 뚫어 헤로도토스의 에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기록되어 전해내려 오고 있으니 말이다. 붉은색 전함을 이끌고 이오니아 해안에 접근하는 모든 배를 약탈하였으니 해적이나 다름없는 사모스의 왕이 어떤 정치.. 이타성 유전자의 ‘이기적’ 행동 우리는 과학적 개념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물론 일상적 개념을 사용해서 세계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과학적 개념을 사용할 때에 비해 좀 덜 정확하고 일관성이 부족하기 쉽다. 우리는 아침에 해가 뜬다고 말하지만 실은 우리에게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일 뿐이고 정말로 돌고 있는 것은 지구다. 북극 바로 위에 떠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누구나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적 개념은 일상적 개념을 가다듬은 좀 더 올바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으로 유명해졌다. 도킨스에 따르면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의 ‘생존기계’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생물..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과신과 미신 세상에서 여성 호신술만큼 한심한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치한이 손을 뻗어서 가슴을 만지려 하면, 한 걸음 물러남과 동시에 치한의 손목을 잡아 비튼 후, 기우뚱거리는 치한의 낭심을 강하게 차는 호신술이 있다. 여인이 손을 비틀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낭심을 찰 동안 마네킹같이 서 있을 치한은 없을 것이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 특히 초등교육에서 첨단 IT 활용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보면 여성 호신술이 떠오른다. 그런 분들은 한 학기 정도 주장한 방법으로 직접 가르쳐본 뒤 그런 주장을 하시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고급 IT기기를 쥐여주고 수업을 하면 그것은 더할 수 없이 좋은 장난감이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신기기나 복잡한 프로그램의 경우, 기계를 손봐주고 프로그램 사용.. 발광식물 프로젝트 스스로 빛을 내는 나무가 거리에서 자라고 있다면 어떨까.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 밤 은은하게 반짝이는 가로수 사이를 걷다보면 추위를 잠시 잊을 정도로 흠뻑 낭만에 젖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재 지구에 이런 나무는 없다. 하지만 조만간 미국의 마을 곳곳에 빛나는 나무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일명 ‘발광(發光) 식물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는 소식이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반딧불이같이 빛을 내는 생물에서 발광 유전자를 추출해 식물 종자에 삽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빛나는 장미꽃을 개발하는 일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유전자변형생명체(GMO)가 농산물의 범주를 넘어 꽃과 나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의 주제뿐 아니라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방식이 독특해.. 수학이 바라보는 대한민국 “2-5는 얼마인가?” 단순한 뺄셈 문제이지만, 아직 음수를 배우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그런 이상한 뺄셈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자연수 이외의 수 세계를 상상할 수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도형과 관련된 다음 진술은 참일까, 거짓일까?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도넛과 손잡이가 달린 머그잔은 같은 입체이다.” 중학교 수학, 특히 기하학을 제대로 배웠다면 절대로 같은 도형이라 할 수 없다. 두 도형이 같다고 하면 모양뿐만 아니라 길이와 각도 즉 크기 까지도 같아야 한다. 삼각형의 합동조건이 어렴풋이 기억날 것이다. 그런데 도넛과 머그잔이 어떻게 같은 입체란 말인가? 하지만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 토폴로지(위상수학)라는 전혀 다른 수학의 세계에서 바라보면 이 두 입체는 같다.. 값싼 전기의 달콤함 지난 13일 한국의 장기적 에너지 활용계획을 연구한 민·관 합동 워킹그룹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원전 비중을 22~29%로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전 정부가 내세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41%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어서, 정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곧바로 국회에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하자. 권고안에서 ‘원전’이라 표현한 것은 물론 ‘원자력발전’을 뜻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다 더 올바른 표현은 ‘핵발전’이다. 여기서 말하는 발전은 원자 ‘핵’을 분열시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구미의 대중 매체나 정부 문서에서도 핵발전(nuclear power)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우리가 사실은 머리카락을 자르.. 캘리포니아식 ‘노(No)’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언명은 문화전쟁, 과학전쟁이 벌어지는 현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심령과학이나 창조과학류의 단어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하이데거의 위대한 통찰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인간 사유의 단위입자인 언어를 점령하면 그 사유 과정 자체를 지배할 수 있다. 남자에게만 전해진다는 가문의 씨앗이라는 단어가 내장된 사람에게 최신의 유전자 이론은 달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여 개그맨들은 자신이 만든 유행어 띄우기에 애를 쓰고, 정치인들은 자기편을 단합시키고 반대편을 조롱하기 위한 자극적인 정치적 수사 개발에 분투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과학계에서도 존재의 집을 선점하기 위한 용어 쟁탈이 중요한 경쟁 중 하나가 된다. 기업의 기준으로 볼 때 업체가 .. 절차 무시한 ‘황금쌀’ 개발 황금쌀(golden rice). 보통의 쌀과 달리 색깔이 누렇고, 황금처럼 큰 가치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쌀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먼저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차세대 대표 주자이다. 자연산 쌀에 외래유전자를 삽입, 밥을 먹을 때 비타민A의 섭취량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개발되고 있다. 개발자 측은 황금쌀이 질병과 기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주식을 연구하는 과정인 만큼 어느 때보다 면밀하고 공정한 실험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황금쌀의 개발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 즉 사회적 수용 절차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외국에서 전해진 두 가지 소식은 황금쌀의 개발 과정이 그다지 순.. 다수의 독재에 저항하는 수학자들 법과 정치의 영역에 수학이 끼어들 수 있을까? 1993년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빌 클린턴은 법무부의 시민권 담당 책임자에 라니 귀니에르라는 한 흑인 여성 법학자를 지명하지만, 발표 즉시 “급진주의자”, “광적인 여자” 등의 인신 공격성 비난까지 퍼붓는 보수 진영의 격렬한 여론몰이식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그녀의 예일대 법대 동창생이며 오랜 친구였던 클린턴도 어쩔 수 없이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보수 세력은 귀니에르의 어떤 주장과 행동에 극심한 적대감을 보였던 것일까? 인종이나 성차별 등에 관한 개혁적인 입장은 물론 스스로 급진적인 진보주의자로 자처한 귀니에르는 ‘다수에 의한 통치’가 실제로는 공정하지도 않으며 결코 민주적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다수의 독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타.. 경계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올해 추석은 유난히 더웠다. 그러다보니 정성껏 준비한 차례음식이 상하고, 부산 해운대에서는 수천명이 해수욕을 즐겼다는 뉴스까지 들려온다. 막연하게나마 우리가 비정상적인 기후 상황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당장 무슨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 권위 있는 보고서를 발표해 온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최근 기후변화의 속도나 강도에 대해 완화된 예측을 내놓았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과 정책을 취해야 할까?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런 불확실성하에서 우리의 행동이나 정부의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적절한 원칙은 무엇일까? 일단 ‘사전예방’을 우선시하는 것을 고.. 슈퍼컴퓨터 전쟁 한 국가의 과학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에는 노벨상이 있다. 노벨상 외 또 다른 과학 지표로는 슈퍼컴퓨터 수준을 들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개인용 PC나 기업에서 쓰는 중대형 컴퓨터와는 데이터 규모면이나 그 속도 면에서 질적인 차이를 가진 계산 장치이다. 특히 기상예측, 항공기 설계, 충돌 평가와 같이 엄청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경우에 슈퍼컴을 이용한 모의실험은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슈퍼컴이 없으면 자동차 생산부터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속도와 규모면에서 슈퍼컴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1등만이 모든 것을 가지고, 2등에게는 국물마저 허용되지 않는 가혹한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슈퍼컴은 가장 기본적인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는 수천대의 슈퍼컴이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복제 소고기’ 괜찮을까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이어 복제 소고기라는 낯선 생명공학 식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이 복제 한우 고기의 안전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제적인 저명 학술지에 발표했다. 한국의 생명공학이 세계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제 한우가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해 우려감이 앞선다. 복제 동물은 과연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연구진은 쥐에게 보통의 한우, 그리고 복제 한우가 포함된 사료를 26주 동안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복제 한우를 먹은 쥐의 건강 상태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연구진은 인간 역시 복제 한우를 먹어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학.. 수학적 사고의 시초 ‘수 세기’ 산수가 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산수가 아니라 수학이라고 한다. 계산 능력보다 수학적 사고력이 중요하며, 수학적으로 사고해야만 수학을 제대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수학적 사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분류하는 것이 직업인 학자들이야 수학적 사고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늘어놓겠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벌어지는 현학적인 문구를 여기에 들이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 모두는 언제나 수학적 사고를 하고 있는데, 수 세기라는 가장 단순한 활동조차 수학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단지 자신이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수 세기를 해보자. ☆☆☆☆ ☆☆☆☆ 그림에 나타난 별은 모두 몇 개인가..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