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93) 썸네일형 리스트형 갈릴레오와 ‘공감하는 바늘’ 17세기 중엽 유럽에서는 ‘공감하는 바늘’이 대유행이었다. 두 바늘을 같은 자철광으로 동시에 자석으로 만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서로 다른 바늘에 ‘공감해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주장이 그 배경에 있었다. 똑똑한 사람들은 한 바늘 주위에 알파벳으로 원을 만들고 각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만들어 보내면 다른 바늘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이 메시지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정보전달 장치의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었다. 당시 시대조류에 밝았던 영국의 문필가 토머스 브라운은 이 바늘 이야기가 사기임에는 분명해 보이지만 평소에는 잘 속지 않는 학자조차 이런 멋진 가능성을 쉽게 부정하지는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런 주장을 왜 당시 자연.. 무선중계기, 사드, 진짜 과학 아파트 동대표 때의 일이다. 전체 입주자 대표회의에 옥상에 설치된 통신사 무선중계기의 철거가 의제로 올라왔다. 일단 사안을 좀 더 알아본 뒤 다음 전체 회의 때 결정하자고 정리됐다. 당시 아파트에 무선중계기 설치를 허락하면 200여만원을 아파트 잡수입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해당 통신사에서는 중계기의 전자기파가 허용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열심히 홍보했다. 몇 주 지나 입주자 대표 전체 회의가 다시 열렸다. 다수 참석자들은 전자기파의 유무해를 떠나 이런 식의 일방적 설치 후 승인 요청에 불만을 보였다. 한편 철거에 반대 입장을 밝힌 동대표도 있었다. 요즘같이 모두가 휴대폰을 쓰는 세상에 주민 전체를 위해 무선중계기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철거를 요구한 동대표가 응답했다. .. 1776년 냉전 시기에 초·중·고 시절을 보냈고 냉전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이념 갈등이 심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심한 분란의 씨앗은 정치적 이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데올로기나 계급만큼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 종교, 인종, 문화의 차이라는 것은 유학을 가서야 깨달았다. 조그만 외교전문잡지 기고문에서 시작한 하버드대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이 책으로 출간된 해가 1996년이다. 그해 유학길에 올랐는데 이 신작을 접하고는 다소 의외였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헌팅턴 같은 학자가 문명 같은 개념을 말하는 게 우산 장수가 비가 그치니 짚신을 파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헌팅턴은 냉전 시기 이념 투쟁의 전장이었던 제3세계의 정치불안정을 정치질서의 부재로 보고 그 원인을 급속한 사회변화와 상대적으로 .. 가상·증강현실의 핵심은 상상력 영국 런던 북쪽에 자리 잡은 레전트 파크는 형형색색의 화초가 마치 잉글랜드의 초원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원을 걷다보면 기하학적 조경이 두드러진 프랑스식 정원과 달리, 제멋대로 심어놓은 식물들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는 치밀하게 계산된 ‘환상’이다. 실은 영국 정원만큼 정원사의 인위적 노력이 돋보이는 환경도 드물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초목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정원사들은 대영제국 시절부터 수집해 온 세계 곳곳의 ‘이국적’ 식물들을 영국의 풍토에 맞게 개량한 후 적당히 섞어 배치했다. 레전트 파크를 거닐며 번잡한 도시의 인공적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방문객들은 실은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결합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최근 .. 노벨상 수상자들의 의아한 발표 이달 초 노벨상 수상자 110명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상대로 작성한 편지 한 통이 화제를 모았다. 크게 두 가지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무려 110명이나 되는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뜻을 모은 일 자체가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편지에 서명한 인물들은 대부분 물리, 화학, 생리의학 등 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이었다. 생명의 설계도라 불리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공로로 1962년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88)은 최고령자로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주장이 과학기술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유전자변형농작물(GMO), 특히 황금쌀의 보급에 대해 그동안 그린피스가 펼쳐온 반대활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황금쌀이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가 마치 그린피스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오.. 위조의 기술, 감정의 과학 미켈란젤로도 위작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르네상스시대 생존 작가들의 작품은 싼값으로 거래가 됐기 때문에 생계형 위작이 만연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돈벌이 목적과 더불어 당시 주류 미술계를 놀려먹기 위한 목적으로 위작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조각품을 땅에 묻어서 시간의 흔적을 덧씌운 다음, 우연한 기회에 발굴한 것같이 꾸며 로마시대의 걸작으로 팔아먹었다. 저자 노아 차니도 이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한다. 위조범의 목적은 돈벌이에도 있지만 자신의 재능을 무시한 주류 예술계에 대한 보복적 성격도 있다고 한다. 위작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속이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엄청난 재능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림을 바로크 황금시대의 화가 페르메이르의 진품이라고 속여 나치.. 달과 말라리아 우연히 관여하게 된 개발도상국(개도국) 과학기술협력사업으로 아프리카 케냐와 나이지리아에 다녀왔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서늘한 고원이라 모기가 덜하지만,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는 덥고 습한 기후로 모기에게 안 물리면 이상한 곳이었다. 아프리카에 가려면 소위 예방접종 4종 세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황열병, 장티푸스, 파상풍, A형 간염 주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프리카 대륙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라리아는 접종 리스트에 없다. 왜냐하면 말라리아는 바이러스가 아닌 기생충이기 때문이다. 예방 주사가 아니고 예방약을 먹는데 이게 부작용이 심해 개도국 사업을 오래 한 분들은 차라리 그냥 가서 말라리아에 걸리면 현지 약을 구해먹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말라리아는 풍토병이기 때문에 그런 병이 없는 선진국보다는.. 브렉시트가 폴란드 빵집 때문? 과학이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은 종종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묘하더라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라면 유용할 때가 많다. 최근 인간의 판단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주도하며 우리는 일단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선택을 하고 나면 온갖 종류의 자기합리화를 통해 이 선택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만 이성을 활용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손쉽게 도덕적 허무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주장은 국내에서도 한때 정치인들이 대중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지난주 브렉시트 상황은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영국민들에게 유럽연합에 잔류할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 직전까지 가장 주목받았던 쟁점은 단연코 급증하는 이민.. 슈퍼연어와 소비자의 견제 캐나다 정부가 자연산보다 두 배 빨리 자라는 ‘슈퍼연어’를 식품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칼로 잘랐을 때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과를 곧 시중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변형생명체(GMO)가 점점 다양한 형태의 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다 GMO가 아닌 재료로 만든 음식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첨단기술로 만든 상품이라 해도 시장에서 성공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소비자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때 상품은 설 자리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슈퍼연어는 1989년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 벤처회사인 아쿠아바운티가 개발했다. 보통의 연어는 3년 정도 자란 후 시장에서 판매된다. 이에 비해 슈퍼연어는 1년6개월이면 비슷한 크기로 성장한다고 한다. 소비자가 이렇게 빨리.. 마시멜로와 폴라로이드 2005년 출간 직후 번역된 베스트셀러 로 유명해진 마시멜로 테스트는 1960년대 스탠퍼드대 월터 미셸 박사가 고안한 실험으로 유치원생들에게 마시멜로를 보여준 후 15분 참았다 먹으면 하나 더 주기로 하고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을 15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기다렸다가 먹은 아이들이 시험성적이나 건강지수, 행복도 등이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 한동안 대학입시라는 장기전을 치러야 하는 부모들이 집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를 하고는 희비가 갈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시멜로 실험의 요지는 즉각적인 만족보다 장기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자제력이 성공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보상이란 일종의 유인(incentive)으로서 어떤 행동이나 선택을 할 때 따르는 긍정적인 대가이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자면 마시멜로 실험의 메시.. 같은 이야기, 달리 듣지 않기 위해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는 잘 따져보지 않고 반응하는 일의 어리석음을 잘 보여준다. 어차피 얻을 수 있는 도토리의 수는 똑같은 데도 아침에 더 주겠다고 하니 만족스러워하는 원숭이의 한심함을 비웃기는 쉽다. 하지만 우리도 이런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란 쉽지 않다. 인지심리학 실험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은 똑같은 내용이라도 표현 방식을 다르게 하면 그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제시해서 사람들이 다른 측면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평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공공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처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맥락에서도 이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정책이 그 정책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사망자에 주.. 국산 GMO 승인 과정 ‘깜깜’ 국산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상업적 개발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촌진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유전자변형 벼와 고추에 대한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승인심사가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올해 7월 국산 GMO가 등장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농진청은 승인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섭취하는 주요 농산물이 GMO로 바뀌는 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여론의 동향을 의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정부가 국민의 먹거리를 새롭게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단 승인이 이뤄지면 국산 GMO가 국내에서 재배돼 시장에 유통되는 상황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떤 국산 GMO가 승인대기 상태인지, 조만간 얼마나 많.. 하이젠버그, 노약자석, 집토끼 산토끼 프로그램 오류를 찾아 고치는 디버깅 작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그 문제가 정말 ‘확실’한 것인지 반복해 확인해야 한다. 오류가 나면 보통 디버거(debugger)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메모리에 저장된 값을 추적해야 한다. 디버거는 내시경, 실시간 CT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혹 황당한 일을 당하게 되는데, 이전의 오류가 추가 장치를 이용해서 확인하려고만 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불확정성의 원리 제안자인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Heisenberg)의 이름을 비틀어 하이젠버그(Heisenbug)라고 부른다. 즉 측정하려는 그 행위 자체가 시스템을 변화시켜 오류 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여러 계산 장치를 연결한 병렬 .. 고통의 전문가 몇 년 전 운동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러닝머신에서 신나게 팔을 흔들며 뛰다가 손잡이에 왼손을 부닥쳤다. 약지랑 새끼손가락이 부드득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마치 손가락 관절을 꺾으면 뚝 하고 나는 소리랑 비슷해서 사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가니 그제야 손가락이 붓기 시작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꽤 아팠지만 손가락뼈가 부러졌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뼈가 부러지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아프지 않겠나. 마침 바쁜 일이 몰려 있어서 집에서 붕대로 고정하고 다니다가 열흘 만에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눈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 손가락뼈가 두 동강 나 있었다. 석고 깁스를 하고 3주를 보냈는데 이 작은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막연히 상상하던 고통과 실제 느끼는 고통이.. 에디슨과 양자물리학 발명왕으로 유명한 에디슨은 평소 제대로 교육받지 않고서도 수많은 발명을 해낸 자신을 무척 자랑스러워했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론에만 밝을 뿐이라고 폄하했다. 이런 에디슨이 양자물리학처럼 제대로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이론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까? 그 과정은 다소 의외지만 시사적이다. 양자물리학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흑체복사 실험이다. 밤에 이불을 덮고 자면 따듯한 이유는 몸에서 나오는 복사열이 이불에 갇혀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정한 온도를 가진 물체는 모두 특정한 방식으로 복사열을 내는데 흑체는 이런 과정을 이론적으로 엄밀하게 이해하기 위해 키르히호프가 1860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실제 존재하는 어떤 물체도 완벽하게 흑체일 수는 없지만 많은 실제 사물이 흑체에 대한 연구를.. 복제인간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외국 드라마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명의 복제인간이 나오는 미국의 한 드라마는 2013년 첫 방영된 이후 세계적 인기를 끌어오다 최근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불행하게 태어난 복제인간들의 운명을 그린 드라마가 화제다. 사실 극장가에서 등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드라마는 이들 영화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현란한 액션과 특수촬영 장비를 동원해 관객을 사로잡는데 치중하지 않는다. 먼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의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을 실감 나게 담아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새삼 복제인간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존재로 다가온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20년 전 포유동물로는 처음 복제된 .. 기계에게 잘 보여야 되는 세상 고등학생 시절, 버스에는 항상 차장이 있었다. 차장은 구겨진 회수권을 확인해 악동을 걸러내고 ‘오라이!’를 외쳤다. 지금 버스는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한다. 차장을 밀어낸 것은 지능을 가진 차장 로봇이 아니라 교통카드 시스템이다. 이같이 직업의 소멸에는 신기술도 영향을 주지만 이득과 효율을 위한 기계 중심의 제도변화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걱정은 좀 따져봐야 할 사항이다. 실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이익 추구가 목표인 자본가들이 새로운 규제를 통해 인간을 기계에 종속되도록 강제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요즘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요리사도 맘 놓을 직업이 아니라며 프라이팬과 칼을 들고 음식을 만드는 기특한 로봇 요리사도 .. 과학연구의 헤드라인 의 원작자로 유명한 노라 에프런은 영화 시나리오 외에 에세이, 소설, 칼럼, 블로그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다재다능한 저널리스트였다. 작고하기 몇 년 전 쓴 자전적인 에세이에서 에프런은 자신이 어린 시절 시를 좋아하던 전형적인 문학 소녀로 신문 기사나 에세이는 순수문학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편견이 일거에 무너진 계기가 있었다. 에프런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시카고대학 총장이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자 작문 선생님이 그 소식을 학교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표현하라는 숙제를 냈다. 에프런은 열심히 총장 방문 일정을 조사해서 방문 취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었다. 나름 심혈을 기울인 터라 선생님의 칭찬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현상의 ‘과학적’ 분석 미국 대선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후보로 급진적 개혁을 부르짖는 버니 샌더스의 약진도 대단하지만 역시 백미는 거침없는 문제발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경선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켜보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미국 유권자들이 양당 후보자들의 언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여기서 ‘과학적’ 분석이란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미 대선 후보자들의 언동을 연구, 나름의 결론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이런 분석이 과학 ‘지식’이 되려면 일정한 형식을 갖춘 ‘논문’으로 쓰인 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검토해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개별적으로 수행된 과학 연구가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과학 지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인공지능 유전자검사와 생명보험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일이 여러 관점에서 화제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간이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든 첨단 컴퓨터가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다가온다는 점이 씁쓸하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활용될 분야를 보면 조만간 우리의 삶이 상당히 혼란스러워지리라는 예감이 든다. 건강관리를 위해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헬스케어 분야에 구글을 비롯한 세계적인 정보기술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사람이 타고난 유전자의 특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유전자 차별’ 시대가 좀 더 빨리 실현될 듯하다. 유감스럽게도 유전자 차별은 부분적으로나마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36세의 한 직장여성이 생명보험 가입을 거부당한 일이 최근 미.. 인공지능, 배면뛰기, 관용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컴퓨터과학계의 초대형 입자 가속기 실험과 같았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은 알파고의 위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승패도 흥미로웠지만 필자의 흥미를 끈 것은 이 상황을 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었다. 3국까지 연속 패배 이후 1200개의 알파고 CPU 개수를 사람 두뇌와 비교한 불공정성 시비도 있었다. 하지만 두뇌 세포의 수와 세상 모든 컴퓨터의 소자 수를 비교해 볼 때, 이런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단 인간의 경우, 최고수와의 대결을 위해선 반드시 바닥부터 순서대로 이기고 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전략을 기보로 노출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알파고에 면제시켜준 것이 인간에겐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세돌 9단의 4국 승리에는 앞서 패.. 뫼비우스의 띠와 유권자의 선택 조세희의 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몰락해 가는 도시 빈민(난장이)의 삶을 다룬 사회고발적인 소설이다.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비판의식을 일깨워준 은 12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뫼비우스의 띠’이다.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를 생소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어린 시절 한번쯤은 뫼비우스의 띠를 만드는 놀이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띠를 180도 꼬아 양끝을 연결한 것으로, 일반적인 고리 모양의 띠와 달리 안팎의 구분이 없어 하나의 면을 갖는다. 일반적인 고리 모양의 띠는 안과 밖이 있기 때문에 안쪽에서 선을 긋기 시작했으면 안에만 머물고, 바깥쪽에서 긋기 시작했으면 밖에만 머.. 인간과 기계의 대결? 이번주로 예정돼 있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인간과 기계의 대결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체스와 퀴즈쇼에서 기계에 패한 전력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는 인류 자존심의 마지막 보루를 이세돌 9단이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적 오류다. 이세돌 9단이 대결하는 상대는 결코 기계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기계’ 연합팀과 대결한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알파고는 이세돌 9단처럼 바둑을 두는 과정에 집중하거나 즐길 수도 없다. 알파고가 자신이 ‘바둑’이라는 인간의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보기조차 어렵다. 알파고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문제.. 인공지능이 자의식에 눈뜨는 날,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장원의 사이언스 or 픽션!] 인공지능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 탁월한 연산능력 탓이 아니다. 우리 몰래 흑심을 품거나 딴 호주머니를 찰까 걱정하는 것이다. 인간이 명령하지 않은 바를 스스로 생각해내고, 그로 인해 뚱딴지 같은 행동을 한다면 문제 아니겠는가. 2016년 3월 중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바둑 5번기를 펼친다. 당장은 이세돌의 우위를 점치지만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정말 SF에서 상상하듯 인간보다 영민한 인공지능이 우리 위에 군림할 날이 올까? 영화 (1984~2015)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씨를 말리려 든다. (2004)과 (1999~2003)의 인공지능들은 인간들을 어린아이나 노예 취급하며 이에 맞서는 이들은 말살하려 한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반상 결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대결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챔피언 판 후이를 5 대 0으로 이긴 알파고의 기세가 대단하다. 만일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면 기계가 인간을 이성적으로도 제압한 문명사적 사건이라는 선전은 좀 과한 것이다. 초절정 고수인 외계인 이세돌이나, 1202여대의 컴퓨터로 구성된 알파고 모두 “보통의” 인간이나 “보통의” 컴퓨터는 아니기 때문에, 이번 대결 결과가 어떠하든 우리의 삶에서 달라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바둑과 같은 완전정보 게임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다. 뭔가를 숨기는 카드놀이나 무작위성에 기초한 윷놀이와 바둑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바둑에서 가능한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입자수와 비슷한 정도라고 한다. 바둑판의 크기를 4분의 1로 줄인다면 지금의.. 지카 바이러스 쫓는 두 과학 유전자변형 모기가 다시 화제다.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창궐한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집트숲모기를 매개로 인간에게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등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손이 자멸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모기를 대거 방출함으로써 지카 바이러스의 인간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한편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모기에게 일종의 면역기능을 부여함으로써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로또의 심리학 2015년의 로또 판매량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먹고사는 게 팍팍해지니 로또를 통해 잠시 위안을 찾는 서민의 애환이 반영된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로또(lotto)는 행운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어원으로 하는데 실제 로또로부터 행운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수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소수가 독식하는 로또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몇 천원의 소액으로 한시적인 기대감을 갖는 건전한 심리 게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로또는 복잡한 숫자의 조합이 만들어낸 최고의 확률 게임으로, 나눔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수에서 6개를 선택하는 6/45 방식이다. 로또의 확률을 계산하려면 조합(Combination)의 개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①②③④의 4개 중에서 2개를 순서와 상관없이 선.. 창의성의 오해와 줄세우기 입시는 중·고등학생이 있는 모든 대한민국 가정의 최대 관심사이다. 해마다 ‘물수능’ ‘불수능’으로 그 소감이 요란한데 교육당국에서는 앞으로도 쉬운 수능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성적보다 창의성 중심의 면접평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도록 입시부터 그 가치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그 창의성이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교과 성적은 나쁘지만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충만한 학생을 잘 골라내야 한다는 말씀인데, 영재학생을 비롯한 올림피아드 대표단을 가르쳐 본 필자로서는 이런 의도에 회의적이다. 에서 버쿠스(Burkus)가 갈파했듯이 창의적 발상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는 그것이 일상적인 노력과 .. 기피인물이 된 수소폭탄의 아버지 1954년 4월28일 미국 원자력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서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수소폭탄의 아버지’ 에드워드 텔러는 각각 청문회 대상자와 반대 증인으로 만났다. 청문회의 목적은 오펜하이머가 핵 관련 기밀정보에 접근하는 권한을 계속 갖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오펜하이머가 ‘보안 위험’에 해당하기에 접근권한을 취소해야 한다고 내려졌다. 청문회에서 텔러는 정확히 이런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는 오펜하이머가 애국자임은 분명하지만, 원자폭탄 개발 과정에 함께 참여한 동료로서 지켜본 그의 행동과 결정은 자신이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한 후, 그가 가진 막강한 기밀정보 접근권한이 다른 사람 손에 맡겨지는 것을 선호한다고 단언했다. 오펜하이머가 적극적으로 반역행위를 했다고.. 내 유전정보를 누가 볼까 일상생활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며 수많은 약관을 접한다. 약관에 동의해야 원하는 신청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세히 읽지 않고 버튼을 누르는 일이 흔하다. 약관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는 점도 습관적으로 버튼을 누르게 하는 원인이다. 가령 아마존이나 아이튠즈의 약관이 과 보다 긴 분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 문제는 이 같은 습관 탓에 소비자가 후회하는 일이 적지 않다. 단지 기존의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제품에 한정된 사안이 아니다. 의료기관이 아닌 기업이 당장 질병이 없는 사람들의 미래 건강정보를 알려주는 이른바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면서 ‘약관 주의령’이 내려지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DTC 검사 업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주문 신청을 받는다... 이전 1 2 3 4 5 6 7 8 ··· 17 다음 목록 더보기